- 문학

부자의우주
- 작성일
- 2021.6.27
그레이맨
- 글쓴이
- 이시카와 도모타케 저/양윤옥 역
소담출판사
내가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간단다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소담출판사의 책을 내어준 소담꾼님에게 6월 빙고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덕분. 빙고 5개를 채우기 위해 부족한 그리고 예스24북클럽에도 아직 등재되지 않은 책이기에 구입한 것.
마음을 잡아 끄는 부분 위주로 리뷰하겠습니다.
제2회 골든 엘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전 세계 99퍼센트의 약자를 위하여 괴물 같은 세상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
신은 무능했어,. 악을 심판하지 못한 채 그저 내팽겨처두고, 그뿐인가,
거짓된 평화의 일상가지 안겨주었지. 비뚤어진 세상을 방치해두는 신, 나
를 무시해버린 무자비한 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신, 이제 손가락
이나 빨면서 내가 하는 일이나 지켜보시기를, 무능한 신을 대신해서 내가
심판해줄 테니.
제1장
번화가의 휘황한 별빛은 썩어가는 음식이고 그 빛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파리 떼다.
그것을 깨달은 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간 때쯤이었다.
열네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의 그때.
세상 모든 것이 썩어간다는 것을 감지한 나이였다. 자신이 더럽
혀지고 망가진 존재라고 실감한 것도, 아픔이라는 감각을 상실해
버린 것도 그즈음이었다. 7쪽
... 아무도 그레이가 죽었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저마다 가
슴속이 뻥 뚫린 듯한 상실감과 슬픔을 안고 잇으면서도 그래이가
사라졌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듸 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가능
하다면 그레이처럼 악에 철퇴를 내리고 약자를 구해주고 싶다. 하
지만 그만한 역량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료타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선 가까운 사람부터 똑똑히 지켜내자.
처음에는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
게다가-.
료타로는 시선을 푸른 하늘로 향한 채 눈을 가늘게 떴다.
"여우비 주제에 이렇게 좍좍 쏟아지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흠
뻑 젖어버렸네."
곁에서 불퉁거리는 사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료타로의 얼굴에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
비가 내리더라도 날씨가 좋을 때가 있는 것이다. 471쪽
사유리는 엄마뿐인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
혀 없고 엄마는 일이 바빠 늘 집을 비웠기 때문에 사유리는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딱히 외롭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리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환경이었다. 10쪽
... 어느 날, 남자가 노골적으로 덮치고 들었다. 온 힘을 다해 저항
하는 참에 엄마가 돌아왓다. 하지만 현장을 목격한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사유리에게 날 선 적의를 드러냈다.
남의 것을 훔친 도둑년이라는 거친 욕을 내뱉고 나중에는 악을
쓰고 울면서 사유리의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12쪽
그러면 무엇을 보는가. 사유리가 눈빛으로 물었다.
한 마디로 분위기야, 분위기, 그건 그러고, 당장 새집으로 안내
해주지.
추카이는 두 사람을 에스코트하듯이 출입구로 나가는 길을 긴
팔을 펼쳐 가리켰다. 21쪽
왜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지 알아?
아뇨.
계속 나 하나만 연기하면 피곤하잖니. 게다가 세상이란 게 한
개의 인격만으로는 볼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화장으로 새
로운 나를 만드는 건 인생을 즐기는 데 꼭 필요한 거야. 38쪽
내가 꽃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지켜야 할 게 있어. 은
혜자를 만나기 전에 반드시 이 약을 먹어야 해.
향균제와 영양제를 합친 거야. 감기에 걸리거나 묘한 병에 걸
리지 않기 위한 예뱡약이지. 오늘은 한 알이지만 다음부터는 두
알씩 먹어. 46쪽
온몸이 욱신거리는 통증은 잠을 잘못 잔 탓인지도 모르지만 손
목의 상처는 분명 뭔가에 묶였던 자국이었다. 도고를 만나기 전에
는 없었던 상처니까 분명 지난 다섯 시간 사이에 생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다섯 시간.
유리는 그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다. 69쪽
전화를 받아주는 여자 관리인의 말대로 약을 먹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케이의 충고대로 약을 먹어야 할까.
케이의 말이 더 자신에게 유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학신
은 없지만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케이의 말에서는 거짓이 느
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 약을 먹다 보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될
까. 유리는 무엇보다 머릿속에 배기가스처럼 가득한 안개를 깨끗
이 걷어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을 먹지 않는 게 나을지
도 모른다. 109쪽
그 순간, 예전에 목격했던 신비한 인물이 느닷없이 머릿속에 떠
올랏다. 회색 남자, 그 칠흑처럼 타오르던 눈동자가 유리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뇌를 뒤흔들었다.
유리는 눈을 깝빡엿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조금즘 시야가 환
해졌다.
그 시야의 끝에는 -.
사람을 잡아 먹는 악마가 있었다. 116쪽
내가 처음으로 범하고 살해한 여자를 꼭 닮았거든. 살
해 작업은 남의 손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 하
지만 네 목숨은 1500만 엔에 팔려버렸어.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심은 서줄게. 사체 처리를 나 혼자
해주는 거. 123쪽
이 탑은 그야말로 돈 많은 자들의 낙원이더군.
여기를 어떻게 알았지?
어느 분께서 이곳의 존재와 그 목적을 알려주셨어. 위치를 알
아내느라 고생 좀 했지. 내 막강한 정보망으로도 여기까지 찾아오
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니까 말이야.
침입자는 실망스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
었다.
사람 목숨까지 상품으로 거래하다니, 웬만해서는 생각해내기
도 힘든 비즈니스야, 나도 꽃꽂이는 좋아하지만 설마 사람을 제물
삼아 꽃꽂이를 할 줄이야.
... 성매매 알선이라고? 음, 나름대로 부드러운 표현이로눈, 하지
만 정확히 말하자면 인신매매겠지. 게다가 목숨을 상품으로 파는
곳. 권력자라는 건 제 배부른 것을 알지 못하는 편식 금붕어 같은
존재야. 손에 넣기 힘든 것을 원하고 그 욕망에는 한이 없어.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135쪽
대단한 조직과 자금을 갖고 있는 존재. 그레이맨!
그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리고 왜 이런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지가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읽기 싫다면... 책을 접으면 됩니다. 간단한 선택의 문제.
여기서도 영화 <메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처럼
알약을 먹느냐 안 먹느냐에 따라 이야기 진행이 달라졌네요.
471쪽을 앞에 적어 놓음으로 해서 이야기의 결말은 힌트를 드렸네요.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