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후안
- 작성일
- 2012.12.31
포스트 캐피털리즘
- 글쓴이
- 줄리아 커비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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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 논리에 입각한 현대의 수정자본주의는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로 인해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을 위시하여 전 세계로 그 위기가 전파되고 있다. 물론 인류 역사상 이전에도 지엽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 위기등과 아시아의 신흥강대국으로 각광을 받던 나라들의 외환위기등은 그 나라와 인접국에 속하는 몇몇 나라의 국지적인 위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파급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나라마다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의 경제 위기가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로 전파되는 것은 21세기 들어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할만큼의 다양한 교통수단의 발달과 통신망의 발달, 그리고 국가 간 물자와 자금등 교역의 증대, 인터넷등으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동시에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변화된 환경의 영향이다. 지금의 신자유주의에 의한 수정자본주의 하의 세계경제는 한나라의 경제위기가 곧 지구 전체의 경제위기로 파급될 만큼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처럼 자본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변화해가는 만큼 그 환경의 지배를 받는 자본주의도 그에 따라 스스로 진화해 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근거한 세계경제도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책 『포스트 캐피터리즘』의 원제는 ‘태양위에 서서(standing on the sun)이다. 이는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생존해가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시대에 천동설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복잡한 이론을 접목했었다. 하지만 그 후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이 등장했고, 불가능한 정도로 복잡해 보였던 천체의 운행은 순식간에 명료해졌다. 이렇듯 자본주의의 예외적인 사항을 억지로 현 상황에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본주의를 예측하기 위해 더 낳은 기초가 될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책은 21세기 환경에 기반을 둔 새로운 버전의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 이 책은 다가올 자본주의의 미래를 3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 ‘자본주의의 적응’에서는 다가오는 변화의 역학을 설명한다. 1장에서는 교역의 지형이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을 기술하고, 2장에서는 자본주의처럼 복잡한 체제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설명했다. 2부 ‘탈주와 르네상스’에서는 오늘날의 지배적인 자본주의 형식을 과녁에서 벗어나게 하는 두 개의 주요한 문제점, 자본주의가 생산하는 가치의 형태와 운용 방식을 규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 ‘전진’에서는 변형된 자본주의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고, 변화된 체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거시적/미시적 입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
자본주의 자체는 단지 하나의 체제일 뿐이며, 자본주의 환경이 변함에 따라 서구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양질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자본주의 체제도 진화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서구의 자본주의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즉 스스로의 진화와 혁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주의 중국은 ‘공유’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과거 실리콘밸리가 직접 접촉과 인력 교환을 통한 폭넓은 개방성을 확보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이 촉발시킨 자본주의의 진화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 IBM의 리눅스 지원, 환경 특허 공용제와 같은 방법으로 성장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진화시키는 것은 비단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의 유연성과 효율성은 ‘선물 경제(gift economy)'를 탄생시켰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과 같은 테크놀로지를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며,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사회 문제를 개선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자본주의는 적응하는 체제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새로운 환경에 처할 때 진화한다. … 기업들은 돈을 좇고 있고, 우리는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다른 지역을 향해 극적으로 이동하는 상황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이는 단지 새로운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새로운 경제적 번영의 주인 노릇을 하는 사회는 20세기 후반 자본가들이 초점을 맞추었던 사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다.(31쪽)
세계 경제는 이제 경쟁보다 혁신, 개인보다 기업과 집단과 환경, 권력과 부의 집중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 중심으로 작동할 것이다. (중략) 자본주의는 우리가 있건 없건 적응할 것이다. 효력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자본주의라 부르고 앞으로 나아가자. (448쪽)
자본주의가 상황에 따른 진화를 주장하면서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서 그 예를 들고 있다. 공작새 수컷이 긴 꼬리를 가진 것은 암컷 공작새가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을 편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수컷 공작새에게는 무엇보다 꼬리의 길이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꼬리가 길면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은 살아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문제는 그 길고 거추장스러운 꼬리 장식을 끌고 다니는 것이 고급 승용차를 가진 것만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긴 꼬리를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는 수컷 공작새에게 더 많은 먹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고급 승용차를 가진 인간과는 달리, 수컷 공작새는 아름다운 꼬리 때문에 동작이 느려져 포식자를 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거의 모든 조류와 포유류의 암컷은 시각적 특성에 근거하여 수컷을 택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특성은 당연히 생존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작새의 성 선택(sexual selection)은 적합성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수컷 공작새는 결국 잠시 행복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생물학적 자살이라고 부른다. 이런 예는 자본주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편협한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여 체계의 전반적 건전성을 해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인간이 규칙을 만들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언제나 발생한다. 조직이나 사회는 이러한 탈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어하기 위해 문화적 규범에 의존한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받는 데 따른 결정적인 선택은 실제로 규범을 바꿔놓을 수 있다. 저자는 법 집행, 규제, 윤리, 혹은 사회의 비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코드가 없는 상태에서 탈주 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결합하면 생물학적 자살에 해당하는 ‘사회적 자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숫자의 정치》라는 저서의 도입부에서 역사가 윌리엄 알론조와 폴 스타는 공식통계가 미묘하지만 확실히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정부가 보고자 하는 수치들은“정부가 측정한대로 사회를 형성한다”고 한다. 기존의 자본주의 논리에서의 탈주는 지금 진행 중이다. 한나라의 경제 구조를 측정하는 개장 대표적인 지표가 국민 총 생산을 상징하는 GDP이다. 하지만 GDP는 실제적으로 경제부국이 행복한 국민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입중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부탄에서 측정하기 시작한 국민 행복 지수는 총 9개의 측정지표를 기준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있다. 그 수치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처음에는 외면 받던 국민행복지수는 이제 프랑스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는 자기자본 수익률을 뜻하는 ROE(Return On Equity)이다. 이는 유한한 금융자본으로부터 얻은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ROE는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폐단을 낳게 되고,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대두할 수 없어 이에 파생된 다양한 평가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다. 18세기에는 자기자본 수익률보다는 아마 에이커 당 생산량이 더 각광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21세기에 와서는 듀폰이 개발한 ROE를 이용한 다양한 경영지침을 반영하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즉 기존에 인정되던 숫자를 통한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탈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자본주의는 시대 흐름의 변화에 맞춰 그 진화를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사물을 지켜보는 시각을 흑백이 아닌 총천연색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현 세대에 맞는 방식이다.
저자는 진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기업들이 긍정적, 부정적 외부효과 모두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를 내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필립모리스의 경영진은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수많은 증거를 감추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필립모리스는 흡연이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담배회사들은 지금까지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제한하려는 사회의 시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보이는 행동은 이와 매우 다르다. 요즘 위험에 대한 경종을 많이 울리는 품목은 담배가 아니라 트랜스 지방이다. 그러나 큰 식품업체들은 건강과 관련된 쟁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것이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기 전인 2005년에 이미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들은 조리법을 바꿨고 보건교육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지방을 줄인 제품을 출시했다. 트랜스 지방사용을 금지한 최초의 법안이 미국에서 2010년에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식품업계의 이러한 조치는 법이나 규제, 혹은 대중의 분노보다 앞서 실행된 자발적 변화였다. 크라프트와 펩시, 네슬레가 조리법을 바꾸기로 한 조치는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법으로는 자신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을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책을 실행했다. 이와 같은 자본 축적이 아닌 사회 문제에 두 발 벗고 나서는 기업들의 행태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오픈 소스 운동 등은 자본주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윤추구와는 양립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현상이 자본주의 진화의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결국, 끈기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이 말은 경기침체 한가운데서 듣는 말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서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자본주의는 죽었는가’라는 사설로 한계에 몰린 자본주의를 공격했다. 물론, 자본주의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다시 일어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변화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내세운 수많은 가치 중 하나였던 금전적 이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유용한 도구였던 경쟁은 쇠퇴하고 있다. 이제 자본주의는 소재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형태를 띨 것이며, 그 체제에서 성공하는 방법 또한 변할 것이다. 성공 여부는 이제 적응에 달려 있다. 주변 환경의 움직임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진화하지 못한 부리를 가진 핀치는 결국 멸종하고 만다
현재 전세계의 경제는 경제의 중심이 더 젊고 급속히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고 정보기술의 유래없는 형태의 세계화를 창출함에 있어 자본주의의 미래는 과거와 다를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체제의 충돌이 아니라 규칙의 이종교배와 끊임없는 선택을 통해 '더 넓은 충족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또 그러할 것이다. 극작가 톰 스토파드는 그가 쓴 연극의 대사에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 때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의 순간이다”라고 애기하듯이 기존의 자본주의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꾀하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을 깨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생존을 도모해야 할 때이다. 이는 마치 아름다운 꼬리를 가진 수컷 공작새를 선택한 암컷 공작새처럼 말이다. 하지만 암컷 공작새는 그 결과에 대해서 모르지만 우리는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린 지금 자본주의가 변화의 과정에 있고 진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다윈의 진화론을 참고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화생물학에 따른 적자생존의 논리 또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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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