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레터

정제희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3.4.11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나요? 저는 대학원 수업이 월, 화, 수라 목요일이면 주말이 온 듯 기뻐요! 목요일부터 저는 저만의 주말휴일을 보내는 셈이죠. 남들보다 긴 주말임이 분명한데 그래도 너무 후다닥 지나가는 제 주말을 꼭 동여매놓고 싶어지는 이 마음!! 목요일마다 알람 꺼놓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 앞 커피숍에 가는데요, 그때 책 읽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요 이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전 또 내일부터는 과제의 노예가 돼야 하거든요 흑흑...ㅠㅠ 죄송해요, 고만 넋두리하고 ^^ 오늘은 저번 주에 알려드린 대로 '종교' 그리고 '이슬람'에 대해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드릴까 해요.
제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종교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종교를 믿으시나요? 이란에서 이란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비터 넌 종교가 뭐야?' 란 질문이었을 거예요. 우리 가족들은 불교이지만 전 종교가 없기에 '무교'라고 말하면, 안 그래도 큰 눈들을 더 동그랗게 뜨고서는 어떻게 종교가 없냐며 반문합니다. 그만큼 이란인들에게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 은 이미 종교를 넘어서 그들의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에 종교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이방인이 신기할 수밖에요.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들의 길고 긴 설명이 시작 됩니다 ^^:;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이길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점점 듣다보면 수긍하게 만드는 대단한 이야기꾼들이에요. 그들 얘기를 종합한 결론은 "비터 네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건 ‘알라’ 때문"이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도 그 외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소수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은 그들이 가진 종교를 인정받지 못하고 박해받으며 살아갑니다. 얼마 전 이란의 한 젊은이가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우리나라에서 ‘난민’임을 인정받은 사례도 있었지요. 그 젊은이의 집안은 특히 보수적이고 신실한 이슬람 집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집안에서 이슬람이 아닌 타 종교를 믿는 아들은 ‘집안의 수치’가 되는 거죠. 이 소식을 접하고는 복잡한 이란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답니다. 그렇다고 이란 국민 모두가 신실한 혹은 광적인 이슬람교 교인들은 아닙니다. 그 믿음의 정도는 다 달라요.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흔히 말하는 ‘나일론’ 신자도 있는 것처럼요. 이란 역시 다양합니다. 물론 이슬람 신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이란의 정식국명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인데요, 국명에 이슬람이 들어간 걸 보면 이란은 이슬람이 큰 힘을 발휘하는 종교국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화국체제이기에 대통령이 있지만(현재 대통령은 아마디 네자드입니다) 대통령 위에 종교지도자(하메네이)가 있는 특이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죠. 쉽게 말하면 대통령보다 종교지도자의 힘이 센 국가인 것이죠. 이슬람교는 ‘알라’를 절대신으로 믿고 이슬람을 믿는 남자를 ‘무슬림’, 여자를 ‘무슬리마’라고 부릅니다. 한 가지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알라신’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명명방식이에요. ‘알라’ 자체가 신을 뜻하기에 그냥 ‘알라’ 라 부르는 것이 옳은 표현이랍니다.
그런데 이란과 다른 이슬람국가들 간에는 차이점이 있어요. 대부분의 아랍 이슬람국가들이 ‘순니이슬람’을 믿는 데 반해 이란은 '시아이슬람'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순니이슬람의 대부격인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한다면 시아이슬람의 종주국이자 큰형님은 ‘이란’이 되는 것인데요.^^ 이 두 분파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이 두 분파 간의 갈등은 국제뉴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예를 들면 이라크와 바레인의 상황을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 순니이슬람과 시아이슬람은 하늘과 땅만큼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두 분파 모두 알라를 믿고 섬기는 기본정신은 같으니까요.
두 분파는 같은 사원에서 기도를 드릴 수도 있고 결혼을 할 수도 있는, 원래는 그렇게 나쁜 사이가 아닌데 이 차이가 심화되고 그들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은 두 분파 간 미묘한 종교교리 차이와 ‘정치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특히 여기엔 미국을 포함한 서구의 강대국들이 검은 속내를 감추며 깊숙이 개입하고 있고요. 이 두 분파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그들에겐 큰 이득이 되지 않거든요. 재미있는 사실은 1979년 이란의 혁명 이전 왕정체제에서는 이란 역시 친미국가였다는 사실입니다. 미국과 친하게 지냈던 이란이 상상되시나요? 혁명 이후 미국에 등을 돌리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면서 이란은 경제제재로 인해 세계무대에서 점점 고립되는 고통을 겪게 된 것이죠. 순니이슬람의 대표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친미노선을 택하여 미국을 등에 업고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시아이슬람인 이란은 미국에 반대하는 반미전선을 걸으면서 두 분파 간의 갈등 역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시아이슬람과 순니이슬람이 나뉘게 된 것일까요? 이슬람의 창시자는 아시다시피 ‘무함마드’입니다.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예언자로서 존경하지만 그를, 즉 ‘무함마드’를 믿는 종교는 아닙니다. 따라서 ‘무함마드교’라고 부르는 것도 옳지 않겠지요. 이슬람교에서 무함마드는 존경받는 최후의 예언자이지만 인간일 뿐이지 경배의, 믿음의 대상은 오직 절대신 ‘알라’뿐입니다. 여기에 기독교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이슬람에서도 예수를 존경하고 그의 말을 따르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무슬림들에게 무함마드와 같이 예수는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논란을 가지고 오게 되지요. 사실 저에겐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대립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두 종교의 뿌리가 같을 뿐더러 심지어 『코란』에서는 이슬람을 믿는 여자가 주위에 없다면 기독교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낫다고 적혀 있을 만큼 ‘적대적’ 감정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정치적 맥락에서 그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이겠죠?
시아와 순니의 갈라짐은 무함마드 사후에 발생해요. 무함마드가 죽고 나서 후계자를 선출하는 방식에서 갈라지게 된 것인데요. 순니이슬람은 원래 이슬람의 전통대로 합의제를 통해 후계자를 선출하자고 했고, 시아이슬람은 무함마드의 유일한 혈통이자 무함마드 딸 파티마의 남편인 알리가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두 분파의 갈라짐이 시작된 것이죠. '시아'라는 용어에서도 그 기원을 알아볼 수 있는데요, 시아라는 단어는 알리의 추종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덧붙여 '순니'라는 단어는 '쏜나(혹은 쑨나)'에서 온 것인데 무슬림들이 따라야 하는 전지자의 언행, 관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또 이 쏜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지키면 좋은 이슬람의 전통을 뜻합니다.
제가 보기엔 시아이슬람과 순니이슬람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순니파가 세속적 권한과 종교적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시아이슬람은 정교일치를 주장한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이에 기반을 두어 시아이슬람을 믿는 이란이 강력한 종교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외에도 시아이슬람과 순니이슬람의 소소한 차이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답니다. 신앙고백의 방법도 다르거든요 :)
그런데, 이란에서도 이 ‘이슬람’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요. 이란은 페르시아제국에 대한 강한 향수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국가죠. 이란에는 이슬람 이전에도 ‘조로아스터교’란 종교가 있었고, 국교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왕정체제에서 왕(샤)이 페르시아제국의 향수로 국민들에게 단결을 호소하면서 ‘페르시아’ 그리고 ‘조로아스터교’란 키워드를 강조했는데, 혁명 이후 이슬람국가가 되면서 조로아스터교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뛰어난 문화 역시 성직자들에 의해서 무시당하고 축소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참 복잡하죠? 이들의 상황과 이들의 종교란 것이요. 저도 아직까지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답니다. :)
이슬람과 이란의 종교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되셨나요?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부족한 느낌이에요:) 이슬람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 재미있는 일화들과 이야기 거리들이 많기도 하구요! 과연 종교란 것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슬람’ 이란 종교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란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 역시 그들의 종교의 힘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종교를 통한 절제와 거기서 오는 일상생활의 경건함, ‘인샬라’에서 오는 삶과 자연과 절대자에 대한 순종 및 순응을 보았지요.
하지만 강제된 종교의 영향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연 종교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한 적이 많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으로 태어나는 사람들의 사고는 어떤 것일까도 매우 궁금했구요. 이란이란 나라를, 그리고 이란어를 공부하며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이슬람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는데요. 이슬람사원에도 가보고 곧 이슬람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볼 거예요! 이슬람을 공부하며 이슬람에 대한 의외의 면을 많이 보았거든요! 이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것이 ‘평화’와 ‘평등’인 것을 감안해 보면 참 매력적인 종교예요. 그리고 절대적인 것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교리들이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구요. 아 물론 몇 가지는 한국에서 태어난 제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교리도 있긴 합니다.^^
제가 이슬람국가에서 태어나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는 강력한 어떤 힘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하지만 종교는 그 본디의 의미 그대로 순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함마드가 말한 대로 혹은 예수가 말한 대로 각자의 종교를 믿으면서 서로의 종교를 이해한다면 순니와 시아가 싸울 일도 없고 그들을 굳이 구분지을 필요도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이란에서 종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도 없을 거고, 종교를 강제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이슬람국가인 이란이 그들의 뛰어난 전통과 문화를 지금의 종교와 다른 종교 아래서의 문화라고 천대하는 일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다음 작가레터에는 이란의 영화에 대해 글을 써 볼까 해요. 요즘 이란 영화에 푹 빠져 허우적대고 있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같아요. :) 재미있는 이란 영화도 추천해드릴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
- 좋아요
- 6
- 댓글
- 18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