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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더불어 숲
글쓴이
신영복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평균
별점8.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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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자.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주문한다. 주문한 책의 마지막 권을 거의 다 읽어갈 때 즈음 다음 주문을 넣는데 이번에는 피천득의 '인연'을 너무 빨리 읽기도 했고 이리저리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집에 있지만 읽지 않았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읽기로 선택한 책이 바로 신영복 교수의 '더불어 숲'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샀던 책이다. 독서경시대회 도서목록에 올라 있었던 책이라 샀었다. 책을 샀던 때부터 몇 번이나 이 책을 읽어보려 노력을 한 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 매번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너무 소설 위주로만 읽은 것 같아서 집어 들었는데 역시나 너무 어려웠다. 포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책 읽는 습관을 들였다고 나름 자부하는 지금 또 포기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는 것 같지 않아서 오기로라도 읽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그 때의 오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단한 책을 사놓고도 3년이 넘게 썩힌 것이 안타깝고


문득 100엔샵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합본된 책으로 2권에 달하는 양도 어려운 책 내용도 다 읽기가 힘들었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접하게 된 것이


가히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독후감을 쓰기전에 걱정이다. 감히 가난한 나의 언어와 빈약한 생각으로 이 책의 진가를 모두 전할 수 있을지...


 


이 책은 기행문으로 분류되어 있다. 신영복 교수가 한 신문사의 부탁을 받아 새 천년을 맞는 시기에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기행문처럼 유적이나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객창감의 나열등을 찾아볼 수는 없다. 나는 차라리 이 책을 사회과학도서로 분류하고 싶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그 나라의 사회적 구조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곳을 가르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든 첫 번쨰 생각은 바로 책의 역할의 확인이었다. 나는 똑똑해지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책을 읽는 것은 지식과 여러가지 관점의 수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목적을 100% 만족시켜 주었다.


나는 신영복 교수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의무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지식인이라는 것인데 그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인은 그 나름의 의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니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나도 지식인이다. 지식인이라면 모름지기 학문을 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문과 그로 인해 갖게 되는 새로운 시각. 이것이 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이다. 신영복 교수는 180도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예 라고 말할 때 아니 라고 말한다.


그가 사회에 대해서 갖는 시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냉철하면서도 독창적이며 따뜻하다.


그는 사회 구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더 나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을 위한 애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는 정말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지식인이다.


 


사실 어느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책은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와 사회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율이었다.


신영복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각성은 그 자체로 빛나는 각성'인


것일까?


 


그의 시각을 더 잘 전할 수 있을까 하여 책에서 신영복 교수가 인용


한 한 부분을 소개한다.


 


노자, 개선 장군은 모름지기 상례喪禮로 맞이해야 한다.


 


개선장군을 영웅으로 떠 받들 던 우리의 시각에 충격을 안겨준다.


이 인용부분에서 신영복 교수의 새로운 시각이 언제나 반대편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시각에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깔려 있다. 누군가의 이익을 생각할 때, 그 이익을 빼앗긴 다른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성인을 넘어 도덕인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내가 느낀 점은 감수성이다.


문학 강의를 들을 때나 인문사회관련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너무나 둔감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정서에 우리의 사회환경에 나는 너무도 둔감하다. 그래서 문제가 문제인지 모른다.


그러나 신영복 교수에게는 많은 것들이 문제로 다가온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라의 역사와 사회 구조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학문적 글쓰기를 강의하시는 이병수 교수님이 건강한 사회란 문제점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라고 하셨다.


끄덕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새로운 시각만큼이나 내가 지식인의 의무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식인이란 모름지기 잠수함의 토끼같은 존재여야 한다.


 


세 번째는 글 솜씨였다.


내가 생각하는 잘 쓰는 글은 자신이 전달하려는 뜻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고 논리성있게 전개하는 글이었다. 그러나 나는 눈이 높아져 버렸다.


멋이 있는 글.


신영복 교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멋있게 쓰는 사람이다. 학문적 글쓰기를 들으며 글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 정말 부러우며 질투나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며 글을 썼기 때문에 이해가 쉬울 뿐만 아니라 머리를 탁 치며 바보 도틔는 소리를 하게 된다. 분명 비유가 없었더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흑인과 백인의 문제를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이 조화롭게 연주되는 피아노에 비유한 것은 단지 문학적 감수성만을 이유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사회구조 뿐만이 아니라 일상적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소설을 읽을 때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느꼈다.


새로운 시각을 접할 때의 당혹스러움과 희열.


재기발랄한 글을 읽을 때의 질투심과 허망함.


그의 사색의 깊이를 발견할 때의 경외감.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욕심과


이 좋은 책을 나만 알고 있고 싶다는 은근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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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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