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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래
- 작성일
- 2024.6.27
쓰게 될 것
- 글쓴이
- 최진영 저
안온북스

그래도 쓰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지극한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겠다는 고요한 선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모두 지난 일이다. 그리고 반복될 일이다.
나는 이제 그것을 이해한다.
'이해한다'는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태어나면서 세상을 받아들이듯.
그러므로 싸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의 사유와 마음과 의지가 담긴, 나는 이 책이 최진영 작가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
『쓰게 될 것』, 다소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이 이 책의 제목이 된 이유는, 앞으로 쓰게 될 모든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소설집은 2020년부터 2023년에 발표된 8편의 소설을 묶었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한다. 이 책의 인물들은 기후 위기, 전쟁,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화 등의 문제를 피부로 겪고 있다. 그리고 최진영 작가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윤리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이 여덟 편의 글에서 나는 또다시 최진영식 사랑을 찾아내고 만다. 나는 최진영이 그리는 사랑을 사랑한다. 『구의 증명』에서 그러했고, 『오로라』가 그랬다. 최진영의 인물들은 사랑을 한다. 엄마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아이를 사랑하고, 평범한 어른은 전혀 모르는 학생을 걱정하며 염려의 말을 건네고, 언니는 동생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딸은 엄마를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미워하기만 할 수는 없다. 나는 최진영이 표현하는 아름답고 복잡하고 어렵고 애틋하고 알 수 없는 사랑을 좋아한다.

어떤 형태로든 사랑하기 때문에, 최진영의 인물들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사랑을 써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최진영의 인물들은 강하지 않다. 고뇌하고 아프고 방황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사랑한다.
나는 이 책이, 최진영이 앞으로 쓰게 될 모든 글의 프롤로그처럼 느껴졌다. 그가 앞으로 바라볼 세상, 하게 될 질문,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책 한 권으로 엿본 기분이었다. 최진영의 '앞으로'를 바라볼 수 있어 견딜 수 없이 기뻤고, '앞으로도' 최진영의 작품을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
또한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 샤워. 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바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을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 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날의 음악. 햇살. 노을. 바람. 산책. 앞서 걷는 당신의 뒷모습. 물이 참 달다고 말하는 당신. 실없이 웃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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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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