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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 작성일
- 2015.1.1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글쓴이
- 줄리언 반스 저
다산책방
최근 결혼한 박지성의 아내 김민지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포착된 책이 바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였다.
지성인(?)답게 긴 여행중에 읽을 책을 가져갔다는 것도 아름답지만 하필이면 이 책이었을까.
오랫동안 영국에서 활약한 축구선수의 아내로 그리고 다시 지도자공부를 위해 머물게될 영국에 관한 책을 고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만큼 영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 바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본제목은 The Sense of an Ending로 '결말의 느낌'정도로 번역되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독자에게 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사전을 편찬할 정도로 재능있는 언어학자였던 작가 줄리언 반스는 KBS 'TV 책을 보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린시절 단짝처럼 지내던 친구의 자살소식을 듣고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인 토니와 앨릭스, 콜린은 단짝처럼 붙어다니는 친구였다. 반스역시 세명이 어울려 지내다가 각자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고 케임브리지로 진학했던 친구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진학 후 다시는 보지 못했던 친구의 죽음은 평생 의문과 아쉬움으로 자리잡게 되어 결국 부커상수상작인 이 작품의 탄생으로 남는다.
토니 웹스터는 예순이 훨씬 넘은 어느 날 이미 도착한 지 한참되어 잊혀질뻔한 편지 한통을 발견하게 된다.
한 때 사랑할뻔한(그 때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했다고 단정하지 못한다)베로니카의 어머니가 남긴 유서와 500파운드의 돈을 보내줄테니
신상명세를 겸한 회신을 부탁한다는 변호사사무실의 편지였다.
오래전 자신의 삶에 잠깐 머물러간 여인인 베로니카의 집에 놀러가 머무른 적이 있었고 평범한 주부였던 베로니카의 어머니는 그에게
큰 인상을 남긴적이 없었다. 왜 그녀가 자신에게 이런 유언과 돈을 남겼을까...토니는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오래전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니던 시절 사총사로 뒤늦게 합류한 에이드리언은 지성과 겸양을 갖춘 학생으로 천방지축이었던 자신들과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등생이었던 에이드리언을 선망했었고 결국 소유하고 싶었지만 멀어졌던 베로니카를 그에게 빼앗기고 만다.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를 사귀어도 좋냐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토니의 대답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은 이미 연인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극심한 배신감에 휩싸인 토니는 에이드리언에게 저주스러운 답장을 보냈고 그 후 오랫동안 자신이 그런 답자을 보냈다는 것도 잊고 지냈었다. 그렇게 서로의 길을 가게된 토니와 에이드리언은 다시 만난적이 없었고 4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과 돈이
도착함으로써 다시 그들과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된다.
왜 베로니카의 어머니는 단 한번 마주쳤던 자신에게 500파운드의 돈을 남긴 것일까.
오랜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토니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20대의 어느 날을 기억해낸다.
베로니카와 연인으로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자살이라니...결국 그의 자살은 원인불명으로 묻혔다.
이미 이혼하고 홀로 노후를 지내고 있던 토니는 넉넉한 시간을 이 의문을 뒤쫓는데 쓰기로 결심한다.
변호사로부터 베로니카의 오빠인 잭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결국 베로니카의 메일주소를 받게 된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베로니카는 토니의 호기심과는 상관없이 무덤덤하게 대할 뿐 어떤 진실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토니의 의도적인 자극에 겨우 예전에 자신들에게 보냈던 토니의 저주의 편지만 복사해서 보내주었을 뿐이다.
사실 이 편지가 모든 사건의 열쇠라는 것을 토니는 알지 못한다.
베로니카가 직접 운전하여 토니를 데려간 어느 낯선동네에서 마주친 마흔 언저리의 사내를 보는 순간 토니는 그가 에이드리언의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정신지체를 앓는 그 남자에 대한 정체를 알아내고 토니는 슬슬 자신의 일과로 돌아가려 하는데...
정말 뜻하지 않은 반전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학창 시절 여자친구를 임신시키고 자살한 롭슨의 이야기를 내내 대비시켰던 걸까.
뭔가 막연하게 평범치 않은 결말이 있을 것이란 예감은 제목처럼 틀리지 않았다.
무심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은 치기어린 시절 자신의 애인을 빼았겼다는 배신감으로 써보낸 편지가 어떤 결말에 이르렀는지..
토니는 경악한다.
사실 이런 기억은 누구에게 있을법한 것들이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았겼다거나 잃은 경험들이야 누구나 있을 것이고 굳이 편지가
아니더라도 저주의 말쯤은 한 두번 뱉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저주가 비수처럼 상대에게 꽂혀 삶을 바꾸게 되었다면.
언어학자답게 그의 글에는 심오한 철학같은 것이 느껴진다. 어떤 문장은 몇 번씩 읽지 않으면 의미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게 또 번역작품의 한계이기도 하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슬픔이 존재하리라고 믿어지는 이 소설...영국적이다.
제대로 된 영국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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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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