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하피
- 작성일
- 2018.4.17
아무튼, 스릴러
- 글쓴이
- 이다혜 저
코난북스
나는 이 구역의 겁보이지만 이 구역의 스릴러물 애호가이기도 하다. 대부분 잔인한 범죄가 등장하는 장르임에도 나는 스릴러물을 즐겨 찾았다. 어느 날 문득 드는 의문. 나는 왜 겁도 많은데 이 장르를 좋아할까? 잠깐 고민하다, '사건이 해결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그런 스릴감이 좋아서' 라는 결론을 내렸다. 뭔가 조금 부족한 결론인 것 같기도 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고, 다른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튼, 스릴러>를 읽고는 내가 왜 이 장르를 좋아하는지 제대로 납득을 하게 됐다.
그래서 범죄물을 읽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의 정체가 궁금해서, 불가능해보이는 범죄가 이루어지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천재적인 두뇌플레이를 보고 싶어서, 그 안에서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서사 안에서 안전한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
<아무튼, 스릴러>는 스릴러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이 장르의 특징들, 코지 미스터리와 이야미스,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논픽션의 범위까지 두루 이야기하는 책이다. 스릴러 입문자보다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장르가 어떤 장르인지 한번 더 면면이 돌아볼 수 있음과 동시에, 익숙한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약간의 작품 스포일러들은 유의해야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장르를 소비하다보면 결국 논픽션,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됨을 지적하며 스릴러를 소비할 시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 스릴러를 접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현실의 문제를 픽션의 연장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픽션'과 '픽션 같은'은 전혀 다른 말이다. 픽션을 픽션으로 즐기려면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 사실은 종종 나를 괴롭게 한다. 내가 '파는' 장르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 쾌락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생각하는 일이 그렇다. 스릴러가 현실의 피난처로 근사하게 기능해온 시간에 빚진 만큼, 현실이 스릴러 뒤로 숨지 않게 하리라.
좋아하는 이다혜 작가의 책이고, 선호하는 스릴러 장르 이야기가 담긴데다 작가 역시 나처럼 겁이 많음에도 이 장르 애호가라 하기에, 더욱 몰입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장르를 계속 소비할테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서, 주의깊게 파고들자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말처럼, 모두의 삶이 평온하고 세상이 약간은 평온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의 안녕을 빌더라도 월간지 사회면에서는 범죄가 넘쳐날테지만 사건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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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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