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하피
- 작성일
- 2020.6.13
맹탐정 고민 상담소
- 글쓴이
- 이선주 저
문학동네
이런 맹탐정은 후배 윤미의 핸드폰 분실 사건 해결을 시작으로, 정주시로 나가려는 영은 언니를 반대하는 영은 언니 엄마의 속내를 파헤치기도 하고, 친구 인혜와 용우의 고민을 같이 마주하며 나름의 해답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맹탐정만 변해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변해간다. 좋은 쪽으로. 그걸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맞닥뜨렸던 상황들은 내가 지나쳐온 것들임과 동시에, 앞으로 조우할지도 모를 상황이라 더욱 몰입하며, 응원하면서 함께 달려올 수 있었다.
읽다 보니 맹탐정의 아버지에게서 기시감을 느꼈는데, 10년 전쯤 읽었던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성장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 일호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일호의 아버지도 자아 찾기를 한다며 오래 집을 떠나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후 아들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왜 아버지들은 왜 결혼 후 자아 찾기를 한다며 가정사를 아내에게 일임해버리고 집을 나가는 것인가.. 아버지가 자아를 찾으려고 집을 떠나 있는 설정은 성장소설에서 뭔가 의미가 있는 설정인가? 개인의 자아 찾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정을 이룬 후 배우자 한 명이 더 많은 부담과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래도 괜찮은 건가 싶어서, 이 설정은 사실 좀 불편했다.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했지만 아직 이런저런 고민이 남은 채로 맹탐정은 잠시 휴업을 선언했다. 마음속의 파도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는데, 부디 마음껏 고민하다가 정답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주인공과 주변인 - 대부분은 나보다 어린 친구들- 을 지켜보다 보면, 그들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어리지만 마냥 어리지 않고, 나는 어른이지만 마냥 어른 같지 않아서일까? 결국 그들이 자라서 내가 되었고, 그들이 하는 고민들은 형태만 약간 바뀌었을 뿐 내 안에서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친구 문제, 진로 문제, 가족 문제, 자아 찾기. 누군가가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 싶지만, 자신의 삶에 답을 내려는 맹탐정처럼 내 삶의 탐정은 내가 되어야겠지? 언젠간 정상영업에 들어갈 맹탐정과의 만남을 또 기다려보려 한다.
맹탐정 그립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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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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