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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작성일
- 2023.11.21
탈인간 선언
- 글쓴이
- 김한민 저
한겨레출판
유엔사무총장이 “지구가 온난화 단계를 넘어 끓어오르는 시대다“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라고 외치고 다닐 만큼 기후 사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우리가 손써볼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 101
얼핏 인류의 승리처럼 들리는 ‘인류세’는 ‘기후위기’라는 끔찍한 청구서를 인류에게 내밀었다. 기후위기는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고, 기후위기를 ‘되돌릴’ 골든타임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주요 생태지표의 티핑포인트(임계점) 도달 시점이 빠른 속도로 앞당겨졌다는 연구 결과가 2021년 7월에 발표됐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그 속도가 얼마나 늦춰졌을까.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열대화’라고 한다는 말을, 나는 올해 여름을 보내며 절실하게 체감했다. 더이상 ‘급하지 않다’며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 기후 재앙으로 달리는 가속 페달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혹자는 여전히,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게 당장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해야하냐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치권부터 ‘저감’보다는 ‘적응’과 ‘무대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소위 진보 정당이라 불리는 곳도 기후위기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거는 정책이 아닌 기후변화의 피해가 클 ‘취약계층 배려’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나는 이게 ‘적응에 해당하는 대응’이라는 저자의 말에 꽤 놀랬다. 저자의 말이 맞다. 지금의 정치권은 ’위드 코로나’처럼 ‘위드 기후변화‘의 태세를 벌써부터 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기후변화 자체를 막으려는 ’저감‘이어야 하는데.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는 여전히 ‘성장’과 ‘개발’을 부추기며 인간으로 하여금 죄책감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만든다. 두산중공업이, 2021년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을 두고 반대 시위를 한 젊은 활동가 두 명을 되레 고소했다고 한다(199p). 자본주의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개개인도 이기심과 근시안, 비양심과 어리석음에 기후위기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무엇에나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도스도예프스키의 말을 작금의 상황에 적용해 본다면, 차라리 적응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인간이길 포기하는 게 전 지구적 차원의 생태계에 더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단기 목표와 구체적 이행 계획 없는 30년 후의 약속은 달성 없음을 드러낸다는 것. /35
어리석음이란 순우리말로 ‘얼’이 ‘썩은’, 즉 정신이 썩은 상태다.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다. 지능이 높아도 얼마든지 어리석을 수 있다. /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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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주의가 불러온 폐해. 동시에 인간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 기후위기. 저자는 이에 새로운 관점인 ‘탈인간’을 제시한다.
탈인간은 인간이기를 그만두자는 말이 아니라, 생태적 파국을 불러온 인간 중심주의, 비인간 타자를 존중하지 않는 인간 우월주의를 벗어나 보려는 시도를 말한다. 타자들의 존재를 그 자체로 오롯이 긍정하는 것.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중심의 자리에서 매개의 자리로 물러나는 것. 그동안 ‘우리’라고 상정해 왔던 구성원의 테두리를 확장해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탈인간인 것이다.
탈인간이 추구하는 벗어남과 타자 포용은 이런 것이다. / 15
그 ‘우리’는 비인간 동식물을 포함하는 광의의 우리여야 한다. / 54
탈인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거짓 녹색 성장에서 탈성장을 추구하고, 개발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에 저항할 것을 저자는 제안한다. 또 육식주의를 멈추고, 무분별한 포획과 낚시를 하지 않는 것이다. 비거니즘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장식 축산을 멈추게 하기도 하지만 “공동체(환경,건강)와 약자(동물권) 배려라는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49p) 나는 이 문장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저자가 고래 등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물살이‘라 이름한 것도 마음에 깊이 남았다.
탈인간은, 인류가 기후위기 앞에서, 인류세의 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가져야 할 담대한 상상력이며 환상이다.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아야만 실현됨을 목도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여정이기도 하다. 탈인간 선언! 거스를 수 없는 이 요청에 독자들도 반응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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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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