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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작성일
- 2024.2.15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 글쓴이
- 강재훈 저
한겨레출판
사진가이자 산림 교육 전문가인 강재훈 작가의 사진 에세이. 사진이며 글이 하나 같이 봄볕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나무를 향한 저자의 마음과 시선이 그러하기 때문이리라.
분량이 많지 않아 완독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러나 여운은 오랜 시간 내곁에 남았다. 여운을 음미하다보니 마음 속에 잔잔한 치유도 일어난다.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다.
저자는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 선택해서 친밀하게 사귀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나무처럼 살아가자‘고 말한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게 뭘까. 나무가 대체 어떻길래. 나무는 바위를 갈라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나무는 혼자 우뚝 자라기보다 이웃한 나무와 햇빛을 나눠 함께 자란다.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나무는 자신을 찾아오는 생명들을 묵묵히 환대할 줄 안다. 저자가 권하는 ’나무처럼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무가 보여주는 강인한 생명력과 공존의 윤리, 한결같은 자세와 환대의 미덕을 겸손히 배우고 닮아가는 것.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가리왕산을 헐벗기고, 제주공항 신설을 위해 삼나무 900여 그루를 베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무의 모습과 참으로 대조적이다. 씁쓸하고 서글프다.
나무를 ’생명을 가진 존재‘ 그 자체로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저자는 나무가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계산하지 않는다. 그 계산값에 따라 존재가치를 매기는 건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니까. 또 나무를 카메라 렌즈에 완벽하게 담아내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이용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와 먼저 교감하려고 애썼고, 행여 자신의 카메라가 나무에게 폭력이 될까봐 조심스레 허락을 구하기까지 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는 게 기분 나쁘면 말해도 돼! 그러면 찍지 않을게." / 122
책을 덮은 지금, 새삼 깨닫는다. ’나무처럼 살아가자‘는 말은 결코 단순한 구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말에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타자를 존중하고 타자와 상생하는 ‘우리’의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어쩌면 저자는 나무를 통해 ‘우리’를 이루어가는 여정에 독자를 초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들판에 홀로 선 외딴 나무는 비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쳐도 막아 주거나 위로해 줄 친구가 없다. 살면서 바람 없고 눈보라 없는 날은 없다. 뿌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혼자는 견뎌 내기 쉽지 않은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나와 너로 나누기보다 ‘우리’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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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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