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희붐
- 작성일
- 2015.10.27
알바생 자르기
- 글쓴이
- 장강명 저
아시아
<알바생 자르기>는 도서출판 아시아가 편찬한 <K-픽션>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그 중 열세번째 작품으로 장강명 작가의 단편작인 <알바생 자르기>가 출간되었다. ‘알바생 자르기’라는 제목 옆으로 ‘Fired’라는 영문 제목이 표기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책장을 넘기면 한글로 쓰인 작품 맞은 페이지에 영어로 번역된 내용이 나란히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K-픽션>은 국내 외 독자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엄선한 작품들을 모은 시리즈이다. 본문 뒤로는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가의 ‘창작노트’와 작품에 대한 문학평론가의 ‘해설’, 문단의 평가를 실은 ‘비평의 목소리’를 읽어볼 수 있다.
지금까지 <K-픽션>시리즈로 출간된 작품 목록을 보면 박민규 작가를 시작으로 윤이형, 천명관, 백수린, 이기호 작가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다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작가들릐 작품이다. 이번 책 <알바생 자르기>의 장강명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장강명 작가는 최근 대중과 문단 양쪽에서 주목받는 떠오르는 작가다. 나 또한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으나 그의 이름은 익숙했다. 그렇기에 다소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그의 유명세가 어느 한순간에 훅 사라질 거품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소설로 아담한 크기의 책이다
작품도 좋았지만, 바로 뒤에 실린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어 더 좋았다. 물론 국외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배려차원에서 상세하게 담겼겠지만, 그렇기에 보다 알기 쉽게 차근차근 풀어놓는 그의 설명이 좋았다. 내가 가진 이해의 역량이 짧은 탓도 있었겠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 감상 후 떠돌던 갖가지 생각과 감정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이 글은 한 직장에서 비정규직인 한 알바생을 자르는 과정에 생긴 일을 소재로 했다. 본사를 외국에 둔 한국의 지사로 10여명이 다니는 회사였다. 피라미드 꼭대기의 사장과 그 먹이사슬 끝에 있는 알바생 그 사이에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중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과장의 직함을 가진 은영이라는 인물이다. 알바생의 업무와 태도를 못마땅해 하는 사장으로 인해 혜미는 해고의 처지에 몰린다. 은영은 혜미의 직속 상사로 안쓰러운 생각에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만, 결국은 해고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혜미를 어리숙하게만 보았던 은영은 해고당한 그녀가 서면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로금 명목의 퇴직금을 요구하며, 고용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회사가 부담하지 않은 보험료를 요구하자 매우 황당해하게 된다.
-영문 번역이 되어 있다.
알바생 혜미가 해고되는 과정을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마 인물들의 행동 그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와 그에 얽힌 밥그릇 싸움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또한 몸담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현실에서마저 퇴출당해 밀려나는 혜미를 본다. 하지만 이런 혜미에게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이 아니다. 우리는 정은영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알바생 을이 아닌, 갑의 입장에 공명하고 감정이입하려 한다. 혜미가 착하고 약하기 만한 알바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통쾌함을 느끼는 대신 불편함을 느낀다.
혜미가 말하는 지하철이나, 병원이 모두 ‘핑계’처럼 들리는 것은 다만 붙임성이 부족하고 근무가 태만하다는 동료들의 평가가 만들어낸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녀의 속사정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은영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듯한 혜미의 태도를 못마땅해 한다. 그런 우리의 시선,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만들어내고, 우리 안에 뿌리박힌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노동자 이미지다.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감추려고 했지만 뼛속까지 깊게 심어져 있는 노동자 DNA와 우리의 이중성을 확인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근무와 노동 환경이 만들어낸 비인간적인 공포의 실체이기도 하다.
-소설 뒤쪽에 작가노트, 문학평론가, 문단의 평가를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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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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