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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iyoinee
- 작성일
- 2016.10.13
일본인 심리 상자
- 글쓴이
- 유영수 저
한스미디어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일본인을 상대하게 될일이 얼마나 생길까. 내게 일본인을 직접 상대할 기회는 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흔치 않을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본문화에 만큼은 정말 관심이 많다. 영화 드라마 잡지 디자인 그리고 음악은 뉴에이지 역사적면에서는 한없이 밉고 뻔뻔함에 기가차지만 선진국 마인드, 라이프스타일, 중요한 것을 잘 지키는 것도, 눈이 자꾸 가는 것도 부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 나라다.

일본인 심리상자라는 제목의 이 책을 자꾸만 일본인 심리사전 이라고 떠올린다. 사전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일본인 심리에 대한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추천의 글을 써준 서울대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도 제대로 된 일본 교과서라고 말한다. 딱딱한 사전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자라는 단어가 이 책과 더 어울리긴 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출신 sbs기자로 22년째 일하는 중이고, 일본게이오대학에서 1년간 방문 연구원 생활을 했고,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활약해 대지진과 원전사고, 그리고 한류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격하고 보도한 경력이 있는 저자의 일본인 관찰 이야기

심리학과 출신이자 일본 특파원 기자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전문가와 시청자를 이어주는 방송기자의 시각으로 쓴 책. 나같이 단순한 일반인에게도 어렵지 않은 책이었다. 아무리 보석같은 내용이라도 시청자 마음에 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용어에 같은 줄을 맴돌지 않고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심리코드를 크게 네가지로 나누었는데
일본 젊은 세대 / 커뮤니케이션 / 가정과 일상 / 대지진과 불안 -의 심리코드다.
각 파트엔 키워드가 달려있는데
대인관계, 세계관, 오타쿠, 남자연애관, 여자연애관, 성형과 화장
감정표현, 프라이버시, 보통 지향, 신뢰, 온가에시, 소통법
독박육아, 가정교육, 민폐, 혈액형 성격론, 행복, 스포츠
방사능 불안, 대지진 공포, 넷우익과 혐한, 젊은 세대의 우경화, 한류의 흥망성쇠, 오키나와
키워드만 보아도 어느것 하나 관심가져보지 않은 것들이 없는 것들이다.

제일 먼저 혼밥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SNS 하다보면 혼밥 혼차 혼술 인증사진이 태그걸려 많이 올라오는데- 내 혼밥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떠올려보니 중학교 3학년 때 안양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오게되어 장거리를 혼자 통학하게 되었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을 낯선 동네에서 다니기 시작해서 혼자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반 강제적인 상황이었고 처음엔 혼자 밥을 먹는것이 왠지 부끄러워서 가장 안쪽 구석, 벽을 쳐다보고 먹곤 했던 것 같다. 그게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혼자 다니는 것, 혼자 밥 먹는 것이 더 홀가분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던듯 하다. 고등학교때엔 친구들과 함께 다녀서 혼밥의 기회는 적었지만 재수시절이후 다시 혼밥이 시작되었다. 책에서 말하려는건 혼밥이 아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났다. 요즘은 혼밥도 인증하는 시대. 일본에서는 혼자 밥먹는 사람=왕따=친구없는 불쌍한사람 이라는 사고에 갇혀 대인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은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대부분 아이들 머릿속에 따돌림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것 같다. 일본인들은 집단에서 고립되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어서 혼자임을 견디지 못하는 증후군과 깊은 만남을 가지면 상처받게 될까봐 두려워 하는 교제공포증후군 등 다양한 대인관계증후군이 있다고 했다. 일본사람들 경향에 대해 읽으면서 내 자신의 어떤 일본인스러운 면을 발견했는데 그러다보니 전혀 이해 안가는 부분 없이 의외로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맺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갑자기 무척 힘들어한다는 점, 얕은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은 나와 조금 다르지만, 낯가림 하는 일본인들의 경향이 낯설지가 않다. 일본의 학자들은 그런 젊은 세대가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 그건 관계가 깊어지면 스스로를 드러내야 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서 사람과 엮이는 일 자체를 피한다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원만함으로 포장하지만 관계를 얕게 유지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셈이라고. 나의 대인관계를 떠올려봐도 그런 심리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남의 눈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데서 오는 불안장애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건강한 정서와는 맞지 않는 사고방식. 친구에게서 '너는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해'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씁쓸해졌다. 학자들은 일본 문화병의 대명사인 대인공포증. 주변에 폐나 불쾌감을 끼치면 안 된다는 일본 문화 특유의 규범이 강박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역사학자들은 과거 에도시대의 주민 집단 감시 체제 때 막부가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주민들을 서로 감시하게 하다보니 생존을 위해 튀는 것을 억제하게 됐다는 설명이 있는데 이런 역사적 배경도 지금의 일본인들의 심리를 형성하게 된 원인이라고.

며칠전 만난 친구와 얘기 하다가 일본 얘기를 하다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오사카에서의 잇따르고 있는 혐한 사건들- 와사비테러, 김총버스표, 열차 내 관광객차별 안내방송, 혐한 묻지마폭행까지... 거의 오사카라는 지역에서만 일어난 일이라 의아했는데 오사카 사람 성향이 과격하고 기가 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세히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사카 뿐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반한 감정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치 외교적 이유이다. 저자는 한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인기 많았던 한국 콘텐츠, 한류열풍이 식은건 2012년 여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 사죄발언 이후라고 했다. 이 때 이후로 분위기가 180도 변해서 혐한서적이 서점을 차지하고 2013년 혐한 시위가 절정을 이뤘고, 주간지 역시 혐한 혐중 기사로 도배되었고, 2015년에는 한일 양국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역대 최악으로 나왔다고 한다. 한국인의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문제인데 일본인은 한국인의 국민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역사및 정치 문제 떄문에 일본인이 아닌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다는 것에 대해 감정이 상했다는 얘기라고. 일본 언론의 반한 부추기기가 국민감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으니... 그간 일본 언론의 혐한 기사들로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일본 사회 특유의 압박감이 반한 바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일본에서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왠지 낙오자가 된 것 같아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일본언론 특히 오사카 언론이 요즘 한국인 직접적으로 괴롭히기를 부추긴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읽으면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이 생겼다. 일본인에 대해 늘 아리송 했는데 어떤 행동들, 그들의 분위기에 대해 그건 어떻다고 상당히 많은 걸 이해하고 저자의 말을 빌어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일본인 가식적이라 여겨지던 미소가 상대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짓는 배려의 일종인 연기같은 미소라는 것. 친구, 집단으로부터 낙오되는 것을 엄청난 두려움으로 여기는 젊은이들, 그래서 대세에 따르고 조용히 묻어가길 좋아한다는 것, 오타쿠도 계급이 있다는것. 그리고 리얼충오타쿠라는 개념은 오타쿠의 약점을 극복한 모든게 완벽한 엄친아 느낌이라는 것. 덕업일치란 직업이 곧 덕후생활이 되는 것, 일본이 자판기 천국인 이유는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해서, 일본 초등학생이 모두 란도셀 가방을 메는 이유, 보육원과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모든것이 철저하게 정해져있고 규격화되어있다는 것, 개성 강해보이는 일본 젊은이들이 표면적으로는 자신을 개성 있게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자기 표현은 개인이 아니라 카테고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집단화 패키지 개성이라는 것.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외면하는 경우가 많고 메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정해진 틀에서 절대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일본에서 대세를 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덕목이라는 것. 관계 형성능력보다 관계유지능력을 중요시한다는 것, 한턱내기는 상하관계에서만 이뤄지고 평등관계에서는 누군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서 배려없는 나쁜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마음의 부담을 지기 싫어해서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깔끔하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 철저한 온가에시와 선물 문화는 강한 의무라는 것. 도움받는걸 그다지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 편, 한국인은 거리감없어야 친한친구 일본은 부탁과 거절에 민감하기때문에 거리지키는 걸 중요시한다는 것, 맞장구는 일본의 성공열쇠,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 아기엄마는 어딜가나 죄인 , 육아문제에서만큼은 확실히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 일본사회가 유모차를 민폐로 보고 냉랭한 시선으로 본다는 것, 공간침해 행위가 가장 질이 나쁘다고 바라보기때문에 유모차 승차는 쩍벌남, 새치기와 동급이라는 것,
120개 민폐로 지정된 항목 중 톱 10
여럿이 간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부르기 / 뷔페에서 너무 많은 음식 갖고 오기 / 공공장소에서 껴안거나 키스 /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술 사양하기 / 식후에 차로 입안을 헹구기 /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고려않고 선물하기 / 지하철 내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기 /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화제에 올리기(나이, 결혼) / 사전연락없이 집 방문하기 / 친구에게 돈 빌려달라고 부탁하기 / 세대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가치관 강요하기
혈액형에 따라 반을 나눈 유치원, 농구팀
정말 깊숙히 들어가봐야 알 수 있는 일본 사람들의 심리를 정말 세세하게, 흥미진진하게 몰입이 잘 되서 읽어나간 책이었다. 한때 인기 방영되었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각 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심리가 다 다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책 읽으면서 일본인심리상자가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가본 나라라고는 중국 미국 프랑스 뿐이지만 외국 여행 가서 나처럼 그 나라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해 관심을 많은 사람이 분명 많을 것이다. 요즘 일본과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점 악화되 가고 있는데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이든 나쁜감정이든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좋은 무기가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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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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