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가장 간절한 소원 하나를 꼽는다면 무얼 우선 순위로 둬야할까.

그 간절함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원을 100% 들어주는 신비한 나무가 등장하는 이야기.

다만 소설은 마술사처럼 바로 눈 앞에서 화려하게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

'나오이 레이토'라고 하는 돈 없고 빽없고 학벌 없고 운마저 없는 한 청년이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게 되며 시작된다.

파수꾼이라고 하지만 누가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없고 대강 눈치껏 배워야하는 일터인데다가 정확하게 무엇을 위해 사람들이 예약을 하고 나무 안에 들어가 초를 켜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마음을 독자도 함께 겪어야 한다.

게다가 파수꾼 자리를 제안한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모라는 존재.

죽은 어머니의 배다른 자매라는 것 외에도 살아온 환경이나 큰 나이차로 인해 '가족'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사람인데다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해 거리감마저 느껴져 낯설기만 한 상태.

하지만 아버지의 외도를 의심하고 뒤쫓아온 유미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염원을 하러 온 소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녹나무 파수꾼의 사명을 깨달아감과 동시에 이모의 비밀을 알아채며 자신에게 손내밀어준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녹나무에 비는 소원'은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이 전달되는 일이었다. 트릭의 대가인 작가가 트릭 없이 쓴 소설에 감동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두께가 상당한 이야기다.

그 비밀을 알게 되기까지 과정은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고 궁금하다못해 답답해지는 대목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던 녹나무의 거대함도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서 소원 비는 나무 이미지와 수령 1천 5백년으로 추정되는 가고시마의 가모신사 녹나무의 크기(나무 기둥 안 넓이 약 13제곱미터 빈 공간이 있는 나무)를 대비해 보면 훨씬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그 속에 혼자 들어가 마음을 남기고 또 홀로 들어가 그 마음을 전달받는 일이라니.

머릿 속 복잡함을 잠시 미뤄두고 책이 이끄는 순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마음만 채우면 되니 편했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는 시간은.

결국은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라는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떠난 이의 마음속을 알고 싶다는 강한 바람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것을 자신의 뇌 안에서 창작해냈을 뿐인데

본인은 그걸 녹나무에게서 염원을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p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