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리뷰

호랑냥이
- 작성일
- 2017.5.6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
- 글쓴이
- 다나카 마루코 글/마츠다 유우코 그림/장현주 역
자음과모음
얼마 전 지인의 개가 먼 여행을 떠났다. 아주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며 입/퇴원을 밥먹듯하고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해 온 그녀였지만 막상 캘리를 보내고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는 듯 했다. 한 두달 함께해도 정이 옴팡 들기 마련인데 십수년을 가족으로 살아온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아무리 마음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고해도.
아직 먼 훗날 이야기 같아 실감은 나지 않지만 나의 고양이들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나 역시 늙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나라 피타완'을 운영하고 있는 '다나카 마루코'의 동화책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은 4월에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 감상을 남길 수가 없었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목밑에서, 눈 아래에서 일렁이면서 먹먹한 기분을 자아냈기 때문에. 울컥 쏟아지고 마는 눈물 때문에 쓰다가 중단하고 쓰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날이 좋은 오늘에서야 쓸 수 있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견주나 집사라면 같은 마음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이 책!
'토실이','리리','시끌이','몽키키','흰둥이','피터'가 보낸 편지는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 입 짧은 강아지였던 토실이가 7년의 생을 마감하고 떠나면서 "저처럼 학대받은 강아지를 입양해주세요"라고 편지를 부쳤을 리가 없다. 마음은 그랬을지 모르지만. 암수술을 받는 견주를 대신 해 떠났다는 건강했던 강아지 리리가 죽은 후 간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남겨진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소식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토록 살고팠던 흰둥이 입에서 작은 건포도 몇 알이 툭 떨어지면서 '아아, 모두 사실일거야'라는 마음이 되고 말았다. 제일 좋아하는 누나가 힘들어 할까봐 '울면 어떻하지?'라는 마음으로 힘껏 버텼다는 시골 마을의 작은 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이미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강아지 나라'는 이미 존재하는 곳이다. 인터넷상의 강아지 나라인 피타완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 믿음에서 시작한 것이리라. 여섯 통의 편지는 짧았지만 '먼저 떠나서 미안해요','사랑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메시지가 가득 담겨 애잔하게 읽혔다. '새로운 강아지를 길러도 괜찮아요'라는 그 착한 마음도 견주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그런 믿음이 생겼다. 내가 죽는 날, 먼저 가 있는 내 고양이들이 나를 마중나오리라는 믿음. 그래서인지 이후부터 '죽음'은 한결 따뜻해졌다. 더이상 두렵거나 무서운 단계가 아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인 동시에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인식되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듯 우리를 찾아오는 감동도 큰 파도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작고 얇은 책 한 권을 통해서도 감동의 깊이는 깊어질 수 있고 넘칠 정도로 채워질 수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따뜻한 날씨가 찾아온 봄의 끝에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계절의 시작과 함께 읽게 된 책이라 그 슬픔의 길이가 짧아질 수 있었다. 밤의 길이가 드리운 시간이 긴 겨울에 읽었다면 헤어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을 듯 하지만.
책을 읽고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에게 선물하고 싶어 곱게 포장하면서 작은 메모를 남겨볼까 한다. 손글씨가 참 예쁜 이웃이어서 그동안 메모를 남기는 일을 피해왔는데, 오늘만큼은 글씨체 상관없이 작은 마음을 남겨야겠다.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니 악필은 그저 웃어 넘겨주리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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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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