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올 여름 화제가 되고 있다. 예전부터 이 책을 알아왔고, 우리반 아이들이 읽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우리반 '소연이'가 리뷰를 올려서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이번주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가기로 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늘 읽어보았다. 세상에!  동화가 내 마음을 이렇게 뜨겁게 할 줄이야, 동화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줄이야 하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으며 살아가는 산란용 암탉인 '잎싹'은 마음에 소원 한가지를 품는다. 그것은 그곳 양계장을 떠나, 알을 낳아 가슴에 품어보고 병아리를 키우며 사는 것이었다. 케이지 안에서 살아가는 잎싹에게는 터무니없는 소원이었지만, 그녀는 꿈꾸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소망하였다. 집오리와  토종 닭, 개가 함께 살아가는 마당으로 자신도 나갈 수만 있게 되기를 원했다.
그러던 중 비실비실 알도 못낳게 되는 폐계가 되어 버려지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잎싹을 마당의 나그네로 살고 있었던 청둥오리가 족제비를 피해 마당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그곳 마당의 동물들은 그녀를 전혀 반기지 않았고, 그렇게 꿈꾸던 마당으로 나오는 삶이 이런 것이었나 슬퍼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거처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어미 없는 '알'을 하나 품게 되고, 그 알을 지키기 위해 청둥오리와 '잎싹'은 함께 목숨을 걸고 족제비와 싸우다 끝내 청둥오리는 새로 태어날 생명과 그를 돌볼 어미인 잎싹을 위해 스스로 족제비의 배를 채우고 세상을 떠난다.
먹고 먹히는 힘든 싸움 속에 잎싹은 자신의 아기가 오리이며 그것은 청둥오리의 새끼였음을 알고 최선을 다해 돌본다. 때론 족제비에게 쫓기기도 하고, 마당 식구들에게 핀잔도 들으며 그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하는 떠돌이, 외톨이, 나그네로 살게 된다. 과연 잎싹이 원했던 삶이 이것이었을까 ? 그렇다. 잎싹은 양계장에서 아무 걱정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고, 나름 알을 낳으며 잘 살 수 있었음에도 외롭고, 배고프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사는 삶을 택한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꿈이었고, 소망이었으니까. 새로운 생명을 품고, 함께 숨쉬며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이다. 결국은 자식도 떠나가고, 삶은 결국 온통 시련과 어려움으로 모자이크 되었을지라도말이다.
잎싹의 삶을 보면서, 그녀처럼 치열하게 몸부림치며 살고 싶어하는 삶의 모습이 나에게는 어떤 것인가. 나의 소원은 무엇인지 떠올려보았다. 우연인지 몰라도 며칠전 함께 식사를 했던 남편의 선배 부부와의 자리에서도 그런 도전을 받았었다. 마음속의 '소원'을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고......그 때 난, '어? 난 그런 소원이 없네? 뭐지? 지금 나는?'하며 생각하였는데, 오늘 황선미 작가의 동화를 통해 다시금 나의 소원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로워지는 것? 그래서 이보다 좀 나은 아파트로 사는 것? 이런 소원은 부끄럽게도 잎싹보다도 못한 꿈이다. 난, 잎싹보다 못하게, 치열한 꿈조차 갖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었나보다.
'잎싹'처럼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꼭 이루고야 말 나의 마음속의 소원. 오늘 밤은 그 꿈을 꾸며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