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당신은 지구를 지키는 영웅 중 누구를 좋아하는가? 필자의 경우는 딱 부러지게 “누가~ 좋아!!” 할 정도로 그들에게 빠져있지는 않지만 굳이 뽑자면 사실 배트맨이다. 스파이더맨이 아닌 이유는 조금 평범해 보여서다. 물론 영화 속의 액션처럼 거미줄을 이리저리 뿌려대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형상은 부럽긴 하다. 얼마나 자유롭게 보이는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조금 궁해 보이지 않나? 그에 반해 배트맨은 돈 많은 귀족의 심심풀이용 지구지킴이 노릇이라고 비판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첨단 장비로 무장한 영웅 아닌가? 혹자는 이런 의견도 낸다. “에이~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좋은 거지.. 백수 영웅이잖아.. 이보다 더 진실되고 현실적인 영웅이 어디 있어~. 저렇게 빈곤하게 살면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줄타고 건물을 날아다니잖아. 얼마나 멋지냐?” 라고 말이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필자가 스파이더맨, 아니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재미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파이더맨>의 이런 현실적인 모습을 지적하는 사항은 아니고, 샘 레이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스파이더맨>의 영웅적인 이미지 설파보다 MJ와의 사랑 스토리를 주 매개로 삼은 탓이다. 그래서 몇년 전 <스파이더맨>을 보고서 평을 할 때도 이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필자의 경우는 <스파이더맨>의 이 부분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조금 지루하게 만들지 않나, 하는 느낌이 다분하다. 이번 <스파이더맨 3> 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주로 하는 관점을 끝까지 지킬 셈인 것 같다. 후에 말하겠지만 이번 3편은 앞선 1, 2편을 정리하는 식의 스토리였고, 피터와 MJ와의 러브라인을 구성하며 1편의 아우라를 들쳐내며까지 샘 레이미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이어갔다.

 

 

전작들의 종합판... 3편

 

<스파이더맨 3>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작들을 정리한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피터와 MJ의 사랑스토리를 더욱 진전시켜 두 사람간의 관계를 연인들이 보통적으로 겪는 일상사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으며, 1편에서 악의 관계로 연결된 고블린과의 결투에서 형성된 친구 해리와의 오해를 청산하는 것과, 자신의 방심으로 죽은 삼촌에 대한 진실 등 1, 2편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고 할까? 영화상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종료하는 듯한 최종판적 느낌이 들었다. (4편이 나올지는 아직 들은 바가 없지만 할리우드의 특성상 나올 확률이 더 높긴 한데, 3편으로 봐서는 완전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특히나 1편의 <스파이더맨>과 MJ의 로망 키스 신을 또 한번 재현하며 (상대는 바뀌었지만) 샘 레이미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꽤 컸기 때문에 다시 보여주는 팬 서비스 차원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자신 또한 그 장면에 대한 애착이 꽤 컸다는 것을 이 오마쥬를 통해 증명하는 듯 했다. (이야기의 흐름상으로 보자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의 갈등을 위한 징조로도 작용하기는 한다.) 어쨌든 이번 3편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앞선 전작들의 종합판의 이미지가 강해 특별함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뒤에 말할 캐릭터들의 다양화가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말해야 할 듯싶다.

 

 

다양한 캐릭터들, 하지만 너무 쉽게 마무리를 짓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스토리는 종합편으로 평이했으나 이번 3편의 핵심은 홍보할 때도 강조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출현이다. 아버지가 악당인 고블린이었던 것을 알게 되지만 단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해리의 뉴 고블린으로 분함과 아울러 아픈 딸을 위해 한 일에서 어처구니 없는 살인으로 이어진 1편의 피터 삼촌 살인사건과 연결된 캐릭터의 모래괴물, 그리고 갑작스럽게 우주에서 떨어진 특이생물체에 의한 변형 베놈 (검은 스파이더맨)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집합이 이번 3편이다. 초반 지루함을 달래고 스파이더맨과 첫 대결의 시작은 뉴 고블린이었는데, 쫓고 쫓기는 현상이라 큰 액션은 없다. 다만 피터와 해리의 악연고리를 해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이 액션신은 의미가 깊다. 영화의 결말에서 두 사람의 협동라인이 이어진다는 것에서 이 점은 더욱 두드러 진다.

 

그리고 모래 괴물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을 보여주며 그가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스파이더맨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는 피터의 삼촌을 죽인 이지만 그건 사고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피터, 즉 스파이더맨이 인식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딸을 위해 행하는 범죄가 스파이더맨에게 계속적인 태클을 받게 되고, 스파이더맨의 분신 베놈을 출현시키는 매개체로도 작용한다. 베놈은 우주에서 떨어진 특이 생물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 출현은 전작들에서 1명씩의 악당들만 출현하여 다소 밋밋한 감을 느꼈던 필자에게는 상당히 반가움은 있었다. 하지만 원작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샘 레이미 감독의 정리 결벽증인지 몰라도 편당 악당을 그 편에서 확실히 마무리 짓는 것이 조금 싱거운 감을 준다.

 

특히 결말에서 모래 괴물은 그렇다 치고, 베놈의 죽음은 특히나 그렇다.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것이므로 구체적으로 설명은 않겠다. 영화를 보신 후라면 이 점에서 필자의 마음을 모두들 이해하실 것이다. 이 점은 “영화 질질 끌지 않아서 깔끔하네~”로 필자와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베놈의 경우 차후 편에서 이 악당 캐릭터의 연계를 이어가더라도 이렇게 쉽게 끝내는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사실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빨강과 파란 옷으로 이루어진 본래 <스파이더맨>과 대비되어 확실히 구축되는 악당으로 연작으로 더 나와도 되는 캐릭터 같았기 때문이다. (약간이지만 실험실에 간 조그만 개체가 또 등장할 가능성과 3편에서 나온 것처럼 무작정 다음편수에서도 우주에서 그냥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다시 부활될 가능성은 물론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영화를 한 없이 길게 늘어 뜨릴 수 없다면 차후 편수에서 해결을 보여줘도 될 것을 앞서 말했듯 이번 3편은 전작들을 총 정리하며 깨끗하게 마무리 짓는 의미로의 구성이라 악당 캐릭터들의 정리에서도 감독에게는 깔끔함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악은 본체 밖으로 두드러진다

 

이번 3편에서 정리의 입장으로 샘 레이미 감독이 말하길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악한 자는 없다] 라는 거다. 사회의 구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질투와 시기의 맥락이 싸움으로 이어질 때 나온다는 것이다. 모래괴물이 된 캐릭터의 어쩔 수 없는 피터 삼촌 살인이 그러하며, 해리의 아버지에 대한, 피터를 향한 오해도 그렇다. 또한, 피터의 MJ에 대한 사랑이 너무도 커져서 행해지는 사랑 갈등이 외계 개체에 의해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던 분노를 표출시켜 악당 베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이런 악의 표출이 전부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잘못한 데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실수도 전부 포함하는 과정이다. 실수 또한 그것을 행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악에게 먹혔고, 그것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의지의 부족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마지막 베놈 개체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신출내기 기자 캐릭터가 그러하다.

 

이 점은 인간 군상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며 반성해야 함을 강조한 감독의 의견이다. 영화상에 있었던 내용으로 추가하자면 피터는 MJ와의 관계에서 상대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자아도취로 연인관계의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자신 주변인을 잃게 되는 아픔을 지속적으로 겪게 되기도 한다. 이 점이 시사하는 것은 스파이더맨도 특이 거미에 의해 강한 파워를 얻은 영웅이지만 그도 결국 인간이고 자기 자신의 제어를 잘 못 하면 결과는 나쁘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인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했거늘 사람들은 항상 그것을 잊고 사는 듯 하다. 영화 속 피터의 고모도 모래 괴물이 비록 삼촌을 죽였어도 그를 미워하며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마무리 된 듯한 3편에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 이것은 필자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피터와 MJ의 관계에서 아직 의문점이 남아 있다. 과연 MJ는 피터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번 3편에서도 두 사람의 초반 분위기는 매우 좋게 시작했다가, 피터의 자아도취와 그녀의 성공에 대한 압박이 어우러져 갈등 관계로 번지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MJ는 서로간의 이해를 강조하며 피터를 설득하려 하는데, 사실 필자는 이런 MJ가 실로 좋아하는 이가 피터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MJ는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동일인물인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지만, 둘의 갈등 관계를 볼 때, 1편에서 사랑관계로 이어진 해리에게 찾아가 하는 행동이나 (물론 자신의 행동에 후회는 하지만) 항상 MJ를 통해 위험이 유발되고, 그녀를 구해주는 것은 피터의 평범한 본 모습이 아닌 영웅으로 변신했을 때의 스파이더맨이라는 점이다.

 

마무리

 

<스파이더맨 3>는 전작을 총 정리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짓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결말 판이라 할 만하다. 만약 4편이 나온다면 새로운 스토리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들 필요가 없다. 샘 레이미 감독이 그런 것을 고려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편을 통해 지금껏 관객들에게 확실한 감을 보이지 못했던 것을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3편은 올해 전 세계 영화의 테마인 반전(反戰)과도 연계가 됨을 영화를 보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올해 세계 영화의 테마는 전쟁을 회피하며, 서로 화해하고 힘을 모아 평화를 누리자는 의미가 깊다. 올 초 <묵공>으로 시작한 이 테마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이어지고 그 이후 많은 영화에서 암묵적으로 계속 설파되고 있는 중이다. 이 점이 비단 올해만으로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필자가 봤을 때 이 반전에 대한 영화의 흐름은 올해 유독 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어찌되었건, <스파이더맨> 3는 관객들에게 볼 거리는 충분히 제공한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 비해 액션신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좀 불만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 스토리의 정리와 아울러 인간의 내면을 동양철학과 견주어 표현하는 할리우드의 방식을 볼 때 세계 중심의 물결이 이제 동양권으로 집중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소니 픽쳐스가 목요일도 아닌 화요일에 과감하게 5월 1일 노동절 날 세계에서 가장 처음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면서 반응을 살피는 이 작품...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만큼 보상은 충분히 되리라 생각은 된다.

 

이 작품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제작 관계자 분들도 긴장을 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임했으면 한다. 스크린 쿼터의 축소와 동시에 위기가 증폭됨은 관계자뿐 아니라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우려를 표하며 인지하고 있다. 다만, 그것과 아울러 작품성과 무게감 없는 내용으로는 표현이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한국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하루 빨리 아셔야 할 것 같다. 이 점을 말하는 것은 요즘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의 만족도가 크지 않아서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관계자 분들은 다양하고 독특한 한국적인 스토리로 관객을 대하면 스크린쿼터의 줄어듦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이번 영화에 대한 느낌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글/ 주니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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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준이 |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이로,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일들을 영화 또는 책 등의 도구로서 간접 체험하기를 좋아하며 공상을 즐기는 녀석이다. 나는 A+야~라는 아이디(imaplus)가 좀 건방져 보일지는 몰라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모토로, 매체를 통해 겪은 느낌을 서로 간에 이야기 하는 것을 낙으로 산다. 2000년 이후부터 각종 포털 및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글을 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