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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5.6.1
퍼니 사이코 픽션
- 글쓴이
- 박혜진 편저
클레이하우스
“그들의 실패한 욕망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살아 있는 정의였다. 인간이란 모순, 무질서, 혼돈, 그리고 느닷없음의 동의어였다.”
| p9
‘퍼니 사이코 픽션’ 말 그대로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에 의해 촉발되는 사건이나 사고, 믿기지 않는 몽환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소설 모음집이다, 그런데 여기에 박혜진 평론가의 꿀같은 해설을 곁들인!
이 책에 선별된 소설들만 본다면 과연 내가 평생 책을 읽어도 이런 글을 읽을 일이 있을까 싶은 기괴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뒤에 덧붙여진 박혜진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나면 그제서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어둠에서 벗어나 세상의 진실에 눈을 떴다고 느끼는 순간 한 층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만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비밀스레 훔쳐본 것 처럼. ‘말끔한 표면 아래 병든 심연’과 같이 세상 어디에서라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더 기가막힌 것은, 그렇게 심연으로 빠져들어 마주하는 것이 어둠 속에 깊게 숨겨졌던 ’나’의 또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에게 이런 마음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애써 들춰내기가 꺼려지는 모난 마음, 착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강박, 때로는 변태적이고 규칙을 깨고싶은 어두운 내면, 남들이 알면 이런 나를 사이코라고 하지 않을까 두려워 아닌 척을 하느라 깊이 숨겨놓은, 나만 아는 삶의 여러 장면들 말이다.
“ 현재를 생생하게 예견한 세기말 한국 단편소설 7편
각양각색의 아픈 사람들을 발견하고, 해설하다 ”
해설 없이 읽었다면 이게 무슨 결말인지,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곡소리를 내며 당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덮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워진다.
혼자 힘으로는 작가의 의도에 가닿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한번 더 정제된 언어로 곁들어진 해설과 함께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솔해지고 독자로 하여금 그 다음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해설자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방식으로의 이해는 분명 이야기에 더욱 진실되게 조응하도록 돕는다.
“ 우리의 실존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합판벽에 더 가깝다. 딱딱해 보여도 의외로 쉽게 허물어지는. 사소한 우연에 의해 오늘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일을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고유한 자아가 있고, 자아가 확립한 길을 따라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여기지만 실은 수많은 변덕 속에서 양극단을 오가며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체에 더 부합할 수 있다. ” | 71
—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어떤 모습은 때로 너무 창피하고 불편해서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그렇게 나의 의지로 선별한 강박적인 좋은 모습들만을 진열하고 내가 이 만큼 바른 사람이고, 이 만큼 세상을 잘 살고 있다는 인정을 갈구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편에 숨겨진 어떤 ‘나’라는 존재는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리로 그것이 거짓임을, 너는 나약한 모순덩어리일 뿐이라고 비웃는다. 늘 내면의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우리, 때로는 그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보는 것은 어떨지.
(도서제공)

| p9
‘퍼니 사이코 픽션’ 말 그대로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에 의해 촉발되는 사건이나 사고, 믿기지 않는 몽환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소설 모음집이다, 그런데 여기에 박혜진 평론가의 꿀같은 해설을 곁들인!
이 책에 선별된 소설들만 본다면 과연 내가 평생 책을 읽어도 이런 글을 읽을 일이 있을까 싶은 기괴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뒤에 덧붙여진 박혜진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나면 그제서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어둠에서 벗어나 세상의 진실에 눈을 떴다고 느끼는 순간 한 층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만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비밀스레 훔쳐본 것 처럼. ‘말끔한 표면 아래 병든 심연’과 같이 세상 어디에서라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더 기가막힌 것은, 그렇게 심연으로 빠져들어 마주하는 것이 어둠 속에 깊게 숨겨졌던 ’나’의 또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에게 이런 마음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애써 들춰내기가 꺼려지는 모난 마음, 착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강박, 때로는 변태적이고 규칙을 깨고싶은 어두운 내면, 남들이 알면 이런 나를 사이코라고 하지 않을까 두려워 아닌 척을 하느라 깊이 숨겨놓은, 나만 아는 삶의 여러 장면들 말이다.
“ 현재를 생생하게 예견한 세기말 한국 단편소설 7편
각양각색의 아픈 사람들을 발견하고, 해설하다 ”
해설 없이 읽었다면 이게 무슨 결말인지,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곡소리를 내며 당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덮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워진다.
혼자 힘으로는 작가의 의도에 가닿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한번 더 정제된 언어로 곁들어진 해설과 함께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솔해지고 독자로 하여금 그 다음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해설자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방식으로의 이해는 분명 이야기에 더욱 진실되게 조응하도록 돕는다.
“ 우리의 실존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합판벽에 더 가깝다. 딱딱해 보여도 의외로 쉽게 허물어지는. 사소한 우연에 의해 오늘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일을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고유한 자아가 있고, 자아가 확립한 길을 따라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여기지만 실은 수많은 변덕 속에서 양극단을 오가며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체에 더 부합할 수 있다. ” | 71
—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어떤 모습은 때로 너무 창피하고 불편해서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그렇게 나의 의지로 선별한 강박적인 좋은 모습들만을 진열하고 내가 이 만큼 바른 사람이고, 이 만큼 세상을 잘 살고 있다는 인정을 갈구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편에 숨겨진 어떤 ‘나’라는 존재는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리로 그것이 거짓임을, 너는 나약한 모순덩어리일 뿐이라고 비웃는다. 늘 내면의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우리, 때로는 그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보는 것은 어떨지.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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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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