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강아지와 친구들이 그려진 캐릭터 상품으로 유명한 스누피.

그 스누피가 태어난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이 바로 찰리 브라운이다.

스누피, 찰리 브라운과는 캐릭터 상품을 통해 친숙해졌지만

정작 그들이 등장하는 만화를 제대로 본 일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너츠 원작은 4컷만화지만 장기연재되어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웬만한 각오 없이는 다 읽어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은 국내에도 번역판이 나와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책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렇게 캐릭터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주요 에피소드를 모아 책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

피너츠라는 작품의 대단한 부분이다. (괜히 레전드가 아닌...!!)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친구들을 그저 팬시용품에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들로만 알다가

원작 만화를 접한 독자들이 의외의 시니컬함(!)과 철학적 내용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 찰리 브라운은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고백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에

불만이 많은 소녀 루시에게 매일 구박받고, 강아지 스누피조차 자신을 하수로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불쌍한 주인공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제목처럼 걱정이 많은 그의 모습을 보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걱정이 그리 많을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걱정이 많은 성격이기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어

오랫동안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내가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걱정 많은 그런 성격이 오히려 찰리 브라운의 별일 없는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고민이 없는 곳에서도 기어코 고민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의 성격이

그를 오랫동안 소재가 끊이지 않는 장편만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혹시 자신이 너무 걱정 많은 성격이라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찰리 브라운을 보면 용기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