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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11.15
깻잎 투쟁기
- 글쓴이
- 우춘희 저
교양인
<깻잎 투쟁기>
한줄평 : 깻잎 쌈 한 번 먹을 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책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 깻잎 하우스에서 그렇게 긴 시간 힘들여 일하는지 몰랐다.
한승태의 노동에세이 <인간의 조건>과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이없는 불평등과 차별, 인권 모독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하여 고군분투 했던 콩고의 정부요원의 비참한 한국 생활 이야기 (책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창비에서 나온 청소년 소설 <어느날 난민> 정도의 책에서 단편적으로 외국 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 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하지 못하는 힘든 일을 시키면서 차별하고 인권을 모독하고 사람의 사람됨을 무시할까 하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다.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노동 없이는 어떤 산업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미우나 싫으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한국의 지방 곳곳을 다니며 만난 농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제는 외국인 없이 농사 못 짓지."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농업 이주노동자로 일한다.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서유럽으로 가고,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네팔 등 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사람들이 한국, 대만, 일본으로 간다. (009)
그런데 그렇게 고마워야 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은 어떤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에 비유한다는 글을 읽을 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국의 노예제도에 관한 책, 흑인 노예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참담한 생활을 했는지 여러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노예'라는 표현은 문자로 읽혀지는 무게 이상의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로 비유했다. 그렇다면 나는 노예 상태에 놓인 이들이 만든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한 것이 아닌가? 캄보디아 농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하다 못해 끔찍한 주거 환경에 대해 들었을 때는, 유기농과 무농약이라는 채소에 붙은 상표만 봤지, 그 너머에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010)
이 책의 저자는 연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들에게 아주 큰 문제들이 많으며 한국이 아주 개망나니처럼 못된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도우려 했지만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노동을 고마워해야 한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밥상 위의 인권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해있음을 보았고,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처한 문제를 같이 고민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013~014)
이 책은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같은 유머가 포함된 노동에세이가 아니다. 결이 아주 다르다. 한승태 작가에 비하면 진지하고 고요하며 분노하는 글이다. 그가 직접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기에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15년에 한국에 입국한 캄보디아 여성 썸낭(가명, 20대) 씨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농장에서 일했다. 농번기에는 한국인 아주머니들과 함께 일했는데, 한 아주머니는 썸낭 씨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더니 불쑥 말을 뱉었다. "돼지우리 같네." 썸낭 씨는 자신이 사는 곳이 정말 더럽고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그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 사는 곳인데 돼지우리라고 말한 아주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썸낭 씨는 이 '돼지우리' 같은 곳에 돈까지 지불하고 있었다. (028)
결국 이들이 하는 노동의 결과로 우리의 삶을 연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불친절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인력 수급이라는 정책적인 용어로만 그들을 대한다. 그들이 한 가정의 어머니며 자녀요 딸과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그들에게 사람의 온정이 필요할 때 아무도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들이 다치거나 죽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 빈자리를 채울 노동자를 '인력 수급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데려오면 그만인 듯하다. (038)
특히 깻잎 농장주들이 하루에 할당량을 채우기 벅찬 15,000개 깻잎따기라는 숙제를 주고 그것으로 휴게시간도 빼앗고 억압하는 장면 앞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면서 채찍을 맞으며 벽돌 굽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성경에서는 그들의 신음 소리와 탄식 소리가 하늘에 닿았다고 했다. 어쩌면 이집트가 멸망해버린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하늘에 닿지는 않을까. 우리는 다른 눈을 가지고 이주노동자들을 맞이해야 한다.
니몰 씨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 시간 07:00~18:00, 근로 시간 중 점심시간 포함하여 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휴게 시간이 3시간은 커녕 점심시간도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니몰 씨가 12시에 밥을 먹기 시작해 12시 반쯤 다 먹고 조금 숨을 돌리려 하면, 사업주는 늘상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빨리 깻잎을 따라고 고함을 쳤다. 니몰 씨는 화가 났지만 그의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069)
그러나 아무리 능숙한 솜씨로 깻잎을 따더라도 물리적으로 8시간 안에 15상자, 즉 1만 5천 장을 따기는 쉽지 않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깻잎밭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고 고되기로 악명이 높았다. 깻잎밭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연락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076)
전남 담양 딸기밭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딸기를 따다가 정말 이렇게 일하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구인의 정류장'으로 도망친 여성 노동자도 있었다.
경남 깻잎 밭에서는 하루 10시간씩 매일 깻잎 1만5천 장을 따야 하는데,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는다며 도움을 요청한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떡집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서에는 오후 3시부터 12시까지 일한다고 나와 있는데, 새벽에 갓 만든 신선한 떡을 납품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후 5시에서 6시쯤부터 새벽 네다섯 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하루만 쉬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떡을 밤새 만들어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일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모두 사업장을 옮기고 싶었지만 고용주가 사업장 변경에 둥의해주지 않아서 발이 묶여 있었다. 고용허가제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사실상 이들의 강제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 (123)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읽어보자.
그들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주는 사람들이다.
그 일을 위해 고국을 버리고, 가족과 헤어져 한국에 와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
이주노동자는 그의 손과 더불어 그의 일생이 함께 온다. ...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128)
책 마지막 장에 적힌 글로 후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이긴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따뜻한 정서가 있었다. 그 정이 있어서 우리는 견뎌내고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정을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초코파이 하나에 들어 있는 그 '정'
한국인의 정이 무엇인지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정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다.
"사장님들은 돈만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돈만 우선시합니다. 옆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까먹나 봐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많이 무시합니다. 이곳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문제는 심각해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242)
한줄평 : 깻잎 쌈 한 번 먹을 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책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 깻잎 하우스에서 그렇게 긴 시간 힘들여 일하는지 몰랐다.
한승태의 노동에세이 <인간의 조건>과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이없는 불평등과 차별, 인권 모독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하여 고군분투 했던 콩고의 정부요원의 비참한 한국 생활 이야기 (책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창비에서 나온 청소년 소설 <어느날 난민> 정도의 책에서 단편적으로 외국 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 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하지 못하는 힘든 일을 시키면서 차별하고 인권을 모독하고 사람의 사람됨을 무시할까 하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다.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노동 없이는 어떤 산업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미우나 싫으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한국의 지방 곳곳을 다니며 만난 농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제는 외국인 없이 농사 못 짓지."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농업 이주노동자로 일한다.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서유럽으로 가고,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네팔 등 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사람들이 한국, 대만, 일본으로 간다. (009)
그런데 그렇게 고마워야 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은 어떤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에 비유한다는 글을 읽을 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국의 노예제도에 관한 책, 흑인 노예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참담한 생활을 했는지 여러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노예'라는 표현은 문자로 읽혀지는 무게 이상의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로 비유했다. 그렇다면 나는 노예 상태에 놓인 이들이 만든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한 것이 아닌가? 캄보디아 농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하다 못해 끔찍한 주거 환경에 대해 들었을 때는, 유기농과 무농약이라는 채소에 붙은 상표만 봤지, 그 너머에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010)
이 책의 저자는 연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들에게 아주 큰 문제들이 많으며 한국이 아주 개망나니처럼 못된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도우려 했지만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노동을 고마워해야 한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밥상 위의 인권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해있음을 보았고,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처한 문제를 같이 고민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013~014)
이 책은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같은 유머가 포함된 노동에세이가 아니다. 결이 아주 다르다. 한승태 작가에 비하면 진지하고 고요하며 분노하는 글이다. 그가 직접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기에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15년에 한국에 입국한 캄보디아 여성 썸낭(가명, 20대) 씨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농장에서 일했다. 농번기에는 한국인 아주머니들과 함께 일했는데, 한 아주머니는 썸낭 씨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더니 불쑥 말을 뱉었다. "돼지우리 같네." 썸낭 씨는 자신이 사는 곳이 정말 더럽고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그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 사는 곳인데 돼지우리라고 말한 아주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썸낭 씨는 이 '돼지우리' 같은 곳에 돈까지 지불하고 있었다. (028)
결국 이들이 하는 노동의 결과로 우리의 삶을 연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불친절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인력 수급이라는 정책적인 용어로만 그들을 대한다. 그들이 한 가정의 어머니며 자녀요 딸과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그들에게 사람의 온정이 필요할 때 아무도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들이 다치거나 죽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 빈자리를 채울 노동자를 '인력 수급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데려오면 그만인 듯하다. (038)
특히 깻잎 농장주들이 하루에 할당량을 채우기 벅찬 15,000개 깻잎따기라는 숙제를 주고 그것으로 휴게시간도 빼앗고 억압하는 장면 앞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면서 채찍을 맞으며 벽돌 굽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성경에서는 그들의 신음 소리와 탄식 소리가 하늘에 닿았다고 했다. 어쩌면 이집트가 멸망해버린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하늘에 닿지는 않을까. 우리는 다른 눈을 가지고 이주노동자들을 맞이해야 한다.
니몰 씨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 시간 07:00~18:00, 근로 시간 중 점심시간 포함하여 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휴게 시간이 3시간은 커녕 점심시간도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니몰 씨가 12시에 밥을 먹기 시작해 12시 반쯤 다 먹고 조금 숨을 돌리려 하면, 사업주는 늘상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빨리 깻잎을 따라고 고함을 쳤다. 니몰 씨는 화가 났지만 그의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069)
그러나 아무리 능숙한 솜씨로 깻잎을 따더라도 물리적으로 8시간 안에 15상자, 즉 1만 5천 장을 따기는 쉽지 않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깻잎밭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고 고되기로 악명이 높았다. 깻잎밭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연락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076)
전남 담양 딸기밭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딸기를 따다가 정말 이렇게 일하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구인의 정류장'으로 도망친 여성 노동자도 있었다.
경남 깻잎 밭에서는 하루 10시간씩 매일 깻잎 1만5천 장을 따야 하는데,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는다며 도움을 요청한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떡집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서에는 오후 3시부터 12시까지 일한다고 나와 있는데, 새벽에 갓 만든 신선한 떡을 납품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후 5시에서 6시쯤부터 새벽 네다섯 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하루만 쉬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떡을 밤새 만들어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일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모두 사업장을 옮기고 싶었지만 고용주가 사업장 변경에 둥의해주지 않아서 발이 묶여 있었다. 고용허가제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사실상 이들의 강제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 (123)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읽어보자.
그들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주는 사람들이다.
그 일을 위해 고국을 버리고, 가족과 헤어져 한국에 와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
이주노동자는 그의 손과 더불어 그의 일생이 함께 온다. ...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128)
책 마지막 장에 적힌 글로 후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이긴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따뜻한 정서가 있었다. 그 정이 있어서 우리는 견뎌내고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정을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초코파이 하나에 들어 있는 그 '정'
한국인의 정이 무엇인지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정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다.
"사장님들은 돈만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돈만 우선시합니다. 옆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까먹나 봐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많이 무시합니다. 이곳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문제는 심각해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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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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