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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누운 배
글쓴이
이혁진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1 (7)
생글
[한겨레문학상 - 누운 배] 이혁진

한줄평 : 조선소를 통해 조직과 사람의 관계를 조각조각 해부하고 섬세하게 직조한 새로운 명작, 이혁진 브랜드 소설!

1년 넘게 조선소 도크 안에서 건조되던 거대한 배가 갑자기 침몰했다. 운항하다가 아니고 건조가 거의 다 된 배였다. 조선소에서 거대한 배 두 척을 수주받아 동시에 그리고 기한보다 빨리 건조해서 납품하려는 회장의 욕심이 화를 불러 일으켰다.

3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누운 배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같은 기시감을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날 2002호가 이렇게 누울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상상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1년 넘게 걸려 지어온 쌍둥이 배 두 척의 처지가 백지장처럼 찢어져 엇갈리는 데 하룻밤의 반절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안정과 평화란 이처럼 나약했다. 운명의 교차와 전환이란 이처럼 과격했다. 참담하고 무력한 기분이 식은 재처럼 마음에 내려앉았다. (19)

조선소에서 일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감탄했고, 이야기의 끝부분으로 조금씩 가면서, 주인공이 혹시 저자 자신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잡지사 기자였다가 조선소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은 회사에 환멸을 느끼며 자진 퇴사한다. 그리고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은 끝난다. 

다 그렇게 산다고들 말하지만 다 그렇게 죽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죽기는 싫었다. 적어도 나는, 정말 그렇게 죽기 싫었다. 말도 안 되는 인간들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그런 것이 회사 생활이라고 스스로 강박하고 세뇌하면서 일생을 보내다 늙고 병든 닭이 돼 죽기는 싫었다. 그렇게 살기에 나는 아직 젊었고 내게 남은 인생은 너무 길었다. (306)

그의 퇴사의 변이다. 늙고 병든 닭이 되어서 죽기는 싫었다,는 그는 그래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로, 끝내 젊은 닭으로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검색해보니 그 뒤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낙담과 포기는 늘 할 수 있습니다. 희망과 전진은 항상 어렵고 희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낙담하고 포기할 이유, 전진과 진화의 기회를 날려버릴 이유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155)

웅변조, 설교조의 회사 사장의 이야기, 보험사와 상대하는 사측 대리인으로 선임된 홍 소장의 이야기. 그 진심어린 조언들은 우리 사회를 향한 통렬한 외침이다. 옳고 바른 것을 제대로 지켜내며 살아가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소설을 통해 어렵게 어렵게 풀어나간다.

누운 배를 상징하는 이 거대한 조직, 사회, 그것은 부조리의 결정체다. 회장은 보험금도 타내고 배도 세워서 조금 손 보아 다시 팔려고 생각하지만, 그의 바람은 김새듯 빠져나간다. 현실이 그리 만만치는 않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이렇습니다.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꾸는 것입니다." (176)

진화하지 않는다는 건 퇴행이고,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건 단지 똑바르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했다는 겁니다. (...) 중간은 없고 유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질 뿐입니다. (184)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보험사 측에서 선임한 사장이 질서도 없고 기준도 없고 대충 때우는 회사에서 날마다 일갈하며 기초를 바로 세우려는 저 외침은 끝내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의 외침을 문장으로 남겨 놓음으로써 독자에게 마치 '세이노의 가르침'처럼 수직으로 가로지르며 우리의 뇌를 겨냥한다.

<누운 배> 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눈치를 채야 할 것이다.
이혁진 작가의 미래를 응원한다.
이젠 <바로 선 배>를 보고 싶다.
우리 사회도, 작은 구성원부터 거대한 국가까지, 모두 바로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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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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