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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인생
글쓴이
위화 저
푸른숲
평균
별점9.1 (28)
생글
한줄평 : 평범한 한 인간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인생을 만난다.

내 나이 어느새 육십하나. 돌아보면 모든 게 휘리릭 지나가버린 듯하다. 앞으로 10년, 20년쯤 후, 나 역시 지금의 부모님처럼 늙어 있겠지. 아니면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거대한 화두 앞에 위화는 자그마한 노인 하나를 앞으로 내보낸다. 여기 당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푸구이 노인처럼 잊히지 않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그처럼 또렷하게, 또 그처럼 멋들어지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말고는 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불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젊었을 때 살았던 방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는지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63)

오래된 노래나 민요를 수집하는 '나'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 푸구이 노인을 만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한 소절 쯤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겠거니 생각했지만 책은 마지막까지 푸구이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결국 누군지 모르는 이 화자는 푸구이의 삶을 책 한 권에 다 옮겨 전하며, 평범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거칠고 험악한 일인지, 죽기보다 살기가 더 힘들고 어려운 이 운명 같은 삶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거울을 비춰준다.

199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의 원작, 위화라는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로 올려놓은 명작, 위화의 <인생>은 지극히 평범한 한 노인의 기구한 삶을 통해, 삶과 죽음을 관통하며 인생이란 결국 어떻게 살아내는 것인가, 인생이란 결국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하는 것임을 말한다. 사는 것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삶을 향한 지난한 투쟁이라는 것을 우리는 위화의 <인생>을 읽으며 깨닫는다. 푸구이라는 한 노인이 걸어온 삶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 인생의 종착지에 다다르게 된다.

롱얼이 그렇게 죽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뒷목이 서늘하더군.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한 기분이었다네. 옛날에 아버지와 내가 집안을 말아먹지 않았다면 그날 사형당할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었겠나. 문득 내 얼굴을 문질러보고 팔도 만져보았지. 다행히 그대로더군.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은 나인데 다른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건졌고, 집에 돌아와서는 룽얼이 나 대신 죽었으니 말일세. (111)

부자였던 주인공 푸구이는 도박으로 돈을 다 잃는다. 롱얼은 타짜같이 편을 짜고 푸구이를 속여 푸구이의 전 재산을 가로채고 지주가 되어 '마님' 소리를 듣는다. 푸구이는 그에게 논마지기 다섯 뙈기를 얻어 소작농이 되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전쟁이 일어나고 약을 사러 읍내에 간 푸구이는 그만 가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포를 끄는 포병으로 선발되어 길거리에서 군인이 되고 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쩜 그런 억울한 인생이 있을까 싶다. 길 가다가 갑자기 그렇게 끌려가는 인생이라니.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 같은 운명적인 삶이 푸구이에게 계속 벌어진다.

날이 어두워지자 눈까지 내렸어. 그리고 꽤 오랫동안 포성이 멎었지. 우리는 참호 바깥에 누워 있는 부상자 수천 명의 비명을 듣고 있었는데,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햇다네. 어쨌거나 그건 고통에 겨워 내는 소리였지. 나는 그 후로 두 번 다시 사람을 그토록 두려움에 떨게 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네. 그 소리는 커다랗게 용솟음치는 밀물처럼 우리 몸 위로 사정없이 밀려왔어. 그 와중에 눈꽃이 떨어졌지만, 하늘이 너무 어두워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 그저 몸이 얼었다 축축해졌다 하고, 또 손 위에 보드라운 솜조각 같은 게 앉았다가 천천히 녹아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두꺼운 눈꽃 층이 쌓이는 걸 느낄 뿐이었다네. (95)

책을 다 읽고 나면 참으로 할 말이 많아진다. 그러다 종내는 입을 다물고 만다. 그 할 말이란 게 결국 다 부질없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식, 모든 가족을 다 잃고 혼자가 되어 늙은 소 한 마리를 끌고 농사일을 하는 늙은 노인 푸구이.

그가 생각해낸 어머니의 말씀이 있다. 그가 가산을 탕진하고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을 때였다.

며칠 동안 어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네.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57)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즐거울 일은 없을 듯 했다. 곧 그의 아내는 장인어른이 와서 가마에 태워 돌아가버린다. 그는 아내도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때 펑샤가 뛰어와 눈을 크게 뜨고는 나에게 말했다네.
"아빠, 엄마가 가마 타고 갔어요."
펑샤의 들떠 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아이를 불렀지.
"펑샤, 이리 온."
곁으로 온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네.
"펑샤, 내가 네 아빠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펑샤는 그 말을 듣자 깔깔 웃으며 말했어.
"아빠도 제가 펑샤라는 걸 잊지 마세요."

푸구이 노인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나를 보며 허허 웃었다. (61)

나중에 둘째를 낳고 몸을 다 풀고 나서 아내 자전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푸구이와 함께 산다. 그녀는 책 속에서 처음에는 불행한 인생 같아 보였지만, 다시 태어나도 푸구이와 결혼하겠다는 사랑의 말을 하며 죽는다. 푸구이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듣다니, 아내 복은 제대로 받은 사람이다. 푸구이도 행복하고 아내 자전도 행복해 보인다. 갖은 고생 다하고 자녀를 다 잃은 이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았다. 그건 크고 화려하지 않았다. 반드시 부자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당신 신발을 새로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나는 행복해요. 행복의 기준은 아주 작았지만, 매우 위대했다.
"저는 복 같은 거 바라지 않아요. 해마다 당신한테 새 신발을 지어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111)

"푸구이. 유칭과 펑샤는 당신이 장례를 치러줬죠. 나도 당신 손에 묻힐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여요." (255)

"내 한 평생도 이제 다 끝나가네요.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니, 나도 마음이 흡족해요. 나는 당신을 위해 두 아이를 낳았어요. 당신에 대한 보답인 셈이죠. 다음 생에서도 우리 같이 살아요."
다음 생에서도 내 아내가 되고 싶다는 말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지. (256)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모든 가족을 잃었지만 인생의 참 행복을 맛본 사람이다. 혼자가 되어 늙은 소를 몰고 가지만, 그는 이미 참된 행복, 참된 인생의 맛을 보았기에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더 뛰어날 필요도 없고, 더 빨리 갈 필요도 없다. 빨리 가려다 죽은 아들 유칭은 얼마나 허망한 죽음인가. 삶은 콩을 많이 먹으려다 죽은 쿠건은 또 얼마나 이해하지 못할 죽음인가. 죽음은 우리 도처에 숨어 있다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 나온다. 순서 없이 데려간다. 그러니 우리는 그 죽음을 목도하거나 인지하며 늘 산다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아웅다웅 해봐야 목숨만 내놓는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는 푸구이의 인생 철학 한 줄이 오늘따라 다른 어떤 말보다 더 가슴에 와서 박힌다.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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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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