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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7.9.11
거리 소년의 신발
- 글쓴이
- 이성주 저/김수현 역
씨드북
<거리 소년의 신발>
저자의 이력이 독특했다. 2002년 북한을 탈출하여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뒤, 미국 외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워릭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공부했다. 2014년에는 캐나다 하원수석 부의장의 인턴 보좌관까지 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우리 남한에서 태어난 청년보다 훨씬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의 탈출 성공기, 화려한 남한 적응기일까. 제목으로 봐서는 애잔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많이 궁금했다. 내심 50 대 50 정도로 반 정도는 남한에서의 적응기와 대학 적응기, 해외 유학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책은 99퍼센트가 북한에서의 꽃제비 시절을 담고 있었다.
평양에서 남한 사람 부럽지 않게 생활했던 이성주. 그러나 하루 아침에 그의 가족은 당에서 불신임되어 시골로 쫓겨난다. 한번도 굶주리는 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주인공. 그리고 그는 당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를 사실로 믿었고, 북조선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여전히 북한은 미제의 전쟁침략 위협 속에 놓여 있어 미국을 타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가득 차 있었고 아이들에게 주입되고 있었다. 남한은 아직도 가난했고 헐벗은 민족이었다. 2000년대 초, 그가 탈출할 때까지 그런 내용이 아이들에게 사실로 세뇌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쫓겨간 그곳에서 북한의 처참한 실상을 알아간다. 아버지는 일주일만 식량 구하러 간다고 중국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도 이모에게 식량 구하러 간다고 떠난 뒤 찾아오지 않았다. 졸지에 고아가 된 그는 굶지 않기 위해 꽃제비가 되고, 살아 남기 위해 창파 두목이 되어 거리를 점령한다. 보호소에 갇힌 그는 운명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나 안정된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 그러다 남한에 먼저 아버지가 보내온 전달꾼을 따라 남한으로 가게 되고 그의 삶은 180도로 바뀌게 된다.
이 책은 팔할이 그의 꽃제비 시절 이야기다. 그가 퉁퉁 부어 걷지도 못하며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가게 됐는지를 생생한 북한 실상과 함께 들려준다. 상상하는 그 수준 이상의 북한 꽃제비들, 북한의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가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도착했을 때 나이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 그는 꽃제비 4년 동안 너무 많은 변화를 경험했고 자신을 그 속에 구겨 넣었다.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고, 훔쳐야 했다. 이미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터에서 음식을 훔치는 행동을 우리는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도덕이 의미없는 그곳. 진짜 헬조선에서 그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동포들을 위해 뛰고 있다. 북한에서 철천지 원수라 적대시하던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조차도 그는 갈등하며 두려워했다. 그는 남한에 올 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한국, 남한이라는 말을 몰랐다. 남한 공항에 도착하고나서 그곳이 자기들이 말하는 남조선인 것을 알고는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소년의 가슴 아픈 북녘땅 이야기.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는 책.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2017년 미국 주목할 만한 도서 청소년 부문.
2016년 시빌스상 청소년 논픽션 부문.
2016년 캐나다 온타리오 도서관협회 10대 우수도서 선정.
2016년 프리먼상 청소년 및 고교문학 부문 수상.
그 많은 상들이 결코 허황된 상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남한의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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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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