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다큐는 공포 영화의 한 장르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블레어윗치>를 비롯해 <REC>,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그리고 최근 가장 인기를 얻어 속편까지 이어진 <파라노말 엑티비티>는 페이크 다큐에 대표적 영화들이다. 이런 페이크 다큐가 공포 영화에 특히 더 어울리는 것은 기존 공포 영화들이 갖는 허구라는 한계를 뛰어 넘는 리얼리티를 첨가해 현실의 사건인 양 착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마치 실제로 벌어진 사실을 카메라에 담은 듯한 영상은 어쩔 수 없는 의도된 투박한 연출이 더 생동감과 긴박함을 고조시키며 공포 심리를 끌어 올리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도 페이크 다큐의 틀에서 효과적인 공포를 안겨주려는 작품 중 하나다. 리얼리티 TV 쇼 ‘그레이브 인카운터’에 진행자와 촬영 팀이 유령이 출몰한다는 오래 전에 폐쇄된 건물에 스스로 8시간을 갇힌 채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이 건물은 예전 정신병원이었고 뇌 수술을 비롯한 각종 실험을 자행한 끔찍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앞으로 이들에게 닥칠 공포의 위험 수위는 묘한 기대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류의 작품들이 틀에 박힌 패턴을 보이며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처럼 <그레이브 인카운터> 또한 본격적인 공포의 서막이 열리기 전까지 인터뷰와 상황 설명의 시간이 필요하여 오랜 시간을 견뎌야만 공포를 목격할 수가 있다. 간간히 웃을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역시 이런 시간을 견디긴 쉽지 않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문제는 별로 무섭지가 않고 공포를 유도하는 연출도 페이크 다큐가 지향하는 자연스러움이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포를 주려는 저급한 연출은 오히려 공포가 아닌 지루함을 느끼게 만드는 역효과를 부른다.  

대부분 이런 류의 영화들이 미지의 실체가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을 일으키며 공포를 부추기는 반면 이 영화는 왜 스스로 건물에 가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선택 속에 좀비나 괴수들이 출몰하여 겁을 주고 사라지는 모습들은 마치 놀이공원에 공포체험과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 건물이 정신 병원과 생체 실험을 자행한 공간이란 설정에서 줄 수 있는 공포는 맨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드러나지만 이마저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진정한 공포를 안겨 줄 잘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는 아니다. 기존 작품들과 차별성도 없다. 스스로 B급임을 자처하며 기존 공포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교묘히 인용해 마치 새로운 창작물인 양 포장만 그럴 싸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