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자마자 한 마디

박승현
- 작성일
- 2012.9.8
익스펜더블 2(디지털)
- 감독
- 사이먼 웨스트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2년 9월 6일
말 그대로 세기의 캐스팅이다. 액션 계의 거물들을 이렇게 한 영화에 모은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어벤져스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이분들의 조합은 예전 나름 각자의 시리즈를 이어가며 정의를 지켜주던 모습을 회상하게 하며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한 액션을 선보이며 영화계를 지켰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에 뜻을 이어 이번엔 정치로 잠시 다른 행보를 걷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까지 합류해 1편의 아쉬움을 채워주고 있다.
<익스펜더블>의 개봉은 지나간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스타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점 하나로도 이슈였고 그것 자체가 볼 거리였다. 그런대로 아쉽지만 내러티브도 나쁘지 않아 액션 영화로는 무난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감독 교체와 출연진을 일부 교체하는 변화로 새로운 속편이 등장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힘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1편에 비해 2편 감독을 사이몬 웨스트로 교체한 것은 왕년의 액션 스타들의 출연만의 가치가 아닌 영화 자체에 색깔을 입혀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로 만들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이먼 웨스트는 <콘 에어>에서 뛰어난 실력을 통해 화려한 주목을 끌어낸 경력이 있기에 기대를 해 볼만 했다.
그러나 사이먼 웨스트의 이후 행보를 보면 조금 불안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후 <콘에어>만한 작품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을 영화로 옮긴 <툼 레이더>나 <메카닉>들을 보면 주연 배우들을 화려하게 빛나게 하는 강렬한 액션들은 효과적이나 인물과 사건이 갖는 이야기 얼개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연출이 효과적이지 못해 정작 작품이 빛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겨 왔다. 그런 점으로 인해 굳이 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대략의 그림은 그려지게 되고 과연 얼마나 그런 밑그림을 뛰어 넘는 영화가 나올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시작부터 누군가를 구하려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들의 가공할 위력은 앞으로 영화가 보여 줄 대단한 물량 공세의 서막을 알리는 시작이다. 말 그대로 퍼 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그렇게 구한 인물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이고 이번 속편은 이런 식으로 새로운 인물을 하나씩 소개한다. 가령 모두 정의로운 역할만 주연들의 조합에서 누가 악역을 맡을 것 인가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새롭게 추가된 장 끌로드 반담이 맡았고, 주인공들이 위기를 맡은 순간 그들을 구해주는 인물로 척 노리스가 등장한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브루스 윌리스라는 최고 액션의 3각 편대에 척 노리스, 반담, 돌프 룬드그랜 그리고 아직까지 젊은 피에 속하는 제이슨 스타뎀과 잠깐 등장하는 이연걸이라는 세기의 최강 캐스팅을 완성한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속편의 한계를 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후퇴한 작품이다. 사이먼 웨스트 작품이란 점을 감안하고 봐도 지나치게 인물을 강조하는 액션 위주의 영화로 흘러 이야기에 허점이 크게 부각되고 액션의 강도도 연신 최강으로만 흘러 보는 동안 지치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스탤론 일행들이 다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에 설득력이나 중요한 인물로 편입한 유일한 여인 메기 청(위난)의 존재감을 비롯해 아무리 주인공이라 해도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가는 신공 기술과 함께 악당을 제압하는 상황은 거의 살육에 가깝기에 어느 순간 누가 정의고 누가 살인마들인지 정체성의 혼란마저 불러온다.
영화 속 꼬맹이 빌리라는 인물의 등장을 왕년의 스타들이 살아온 과정이나 인생의 교훈을 새로운 세대에 알려 주는 교훈적인 면으로 활용하고, 과거 스타들의 액션 유형을 이번 영화에도 좀더 살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반담의 발차기나 아놀드의 한 손 중대형 화기 발포 능력 들은 그들의 전매 특허가 일부 살리긴 했다지만 지나친 영웅주의에 놀음으로 변질된 모습이 오히려 희화적으로 탈바꿈 되 흡사 광대로 변해 버린 느낌마저 든다.
영화 속 대사처럼 박물관이 어울릴 구식 스타들이 보여주는 액션이라지만 영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는 준 작품이다.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수 없는 외모가 오히려 훈장처럼 보이며 그분들의 조합은 말 그래도 환상적이다. 그런 분들을 영화에서 좀더 영웅처럼 그려주는 영화가 아쉬울 뿐이다. 이분들은 그런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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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