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그림이나 만화는 작가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전혀 색다른 장르의 그림이 있다. 독자들이 그려달라는 그림을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그리는 그림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SNS에서 '키크니'로 불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무엇이든 그려준다는 의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랜 기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지친 삶에 새로운 활력을 얻고자 SNS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들의 요청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림에서는 작가의 유모가 창의성이 넘쳐 난다. 어떻게 이런 요청을 이런 아이디어로 그렸을까 하는 그림들이 많다. 자고 있는 아이의 생각이라든지, 월요일에 회사에 가기 싫은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힘든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는 그림이 너무 멋지다. 아마 이 그림을 요청한 사람도 그림을 보며 힐링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감동적인 그림들도 많다. 가장 감동적인 그림은 발달 장애 아들이 걷는 모습을 그려 달라는 그림이었다.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는데, 아이가 커서 어머니를 업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울컥하는 감동이 느껴졌다. 아마 이 그림을 요청한 어머니의 마음은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조금 황당한 요청들도 많다. 출근길에 많은 승객을 태운 버스의 기분을 그려달라거나, 맥주가 말하는 그림, 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딸 아이를 야단쳐 달라는 그림들을 그려 달라고 요청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작가가 매우 유머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힐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