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을 통해서이다. 지금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지만, 당시는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에 막 알려지던 시기였다. 당시 군 입대를 하기 전의 캠퍼스는 마치 나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시끌벅적한 모임과 활기찬 사람들 속에서 나만이 혼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시기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무척 많은 동질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면 하루키의 소설을 한 권씩 사들고 들어가 읽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하루키의 소설이 난해해지고, 내가 그때 느꼈던 그 동질감이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하루키의 소설을 멀리했었다. 올여름 다시금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하루키의 난해하던 소설들의 해답이 바로 이 소설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하루키의 언어]라는 책이 출간되어서 다시금 하루키의 소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다.

 

 

[하루키의 언어]는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등을 관통하는 500여 개의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이나 장소, 소설 속의 주인공 이름, 에세이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기 위한 안내서로서 아주 좋은 책이다.

 

먼저 하루키의 소설의 뼈대이기도 한 중심 모티브들을 찾아보았다. '상실감'이나 '사라지는 것' 등이 그의 소설의 뼈대일 것이다. 그의 소설들도 대부분 바로 하루키가 잃어버린 세계와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항상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면 '과연 그는 무엇을 그렇게 잃어버렸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이 두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상실감일 것이다.

 

 

또한 하루키 작품에서 몇 가지 중심 소재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고양이나 우물 같은 특정한 동물이나 장소들이 반복된다.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의 숲]의 처음 부분에 등장하는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우물에 대한 이야기, 또한 태엽 갑는 새]에서 우물의 이미지의 경우는 매우 강렬하여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 책에서는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우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하루키의 소설, 특히 초기 소설에서 배경이 되는 '고베'라는 지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고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사전처럼 우리나라 자음 순서대로 하루키와 관련된 중요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사전이라기보다는 하루키에 대한 입문서 비슷한 개념이다. 그래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전에, 또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은 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하루키를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단순히 단어 위주의 해석뿐만 아니라, 하루키의 소설의 흐름, 하루키의 소설 중 영화화된 작품, 하루키의 소설 들의 해외 표지 등 하루키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루키에 대한 해석이 대부분 입문서 정도의 수준에서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서 깊이 있는 해석을 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하루키의 소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국내에 번역된 다른 책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루키를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이 책에 실린 하루키에 대한 정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