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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의 기술
글쓴이
최성환 저
인간사랑
평균
별점7.6 (10)
가을남자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인 대립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비록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하게 상대를 부정하고 말살시키려는 극도의 분노에 빠져 있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대립들은 있었다. 그러나 한쪽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서면 다른 한쪽도 용서와 화해를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상대가 한발 물러나면 죽을 때까지 더 물고 늘어지는 극단적인 분노와 적개심이 넘쳐나고 있다. 과연 이렇게 흘러가다가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분열과 적개심을 주로 정치권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정치권에 선동당해 같은 나라 안에서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다.

 

[선동의 기술]은 바로 이런 선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선동의 기술이 발전되어 왔으며, 그 선동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먼저 명연설과 선동을 구별한다. 링컨의 연설, 케네디의 연설,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연설과 선동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명연설이란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지만, 선동은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열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앞서 연설문들을 잠시 보았는데, 왜 하필 그런 내용의 연설문이 명연설로 오래 남는 것일까? 대부분의 최고 지도자들은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내부의 단합과 협력을 요구하기 위한 내용으로 연설을 한다. 앞서 보았듯이 제기된 갈등은 상호 간의 이익, 세계 질서에 있어서의 경쟁과 생존, 그리고 인종 갈등이었다. - 중략- 빈부 차이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기에, 인도와 같은 계급사회가 아니라면, 갈등의 근본 문제로 보기 어렵다. 빈부 차이의 문제점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이든 실수든 정부의 잘못으로 빈부 격차를 벌려놓고서 빈부 간의 대결 양상을 유도한다. 동시에 부자들한테는 실질적인 사회적 의무를 부담하고자 하는 명예욕을 심어주지도 못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부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심어주는 식의 대립관계를 만들면 안 된다." (P 62-63)

 

저자는 이런 선동을 '프로파간다'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프로파 간다란 선전 선동을 의미하는 말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변질시켜서 대중에서 전파하는 기술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프로파간다의 뜻을 찾아보면 보통 못마땅함, 정치 지도자나 정당 등에 대한 허위 과장된 선전으로 나온다. 그 반면에 영어사전에는 의미는 자못 다르다. 국어사전의 못마땅함, 허위, 과정을 빼고 단어를 정의 내리고 있다. 즉 '불리한 것은 싹 빠뜨리고'라는 의미는 내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을 빼고 일부만 방송이나 출판물에 제공된 정보, 의견 혹은 이미지로서의 이를 퍼뜨림과 동시에 사람들이 의견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 정의되어 있다." (P 95)

 

저자는 이런 프로파간다의 기술들이 담겨있는 여러 연설들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히틀러의 연설 등이다. 그리고 이런 선동의 연설 속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을 분석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무심코 들었던 연설이나 신문 기사 속에 의외로 많은 선동의 기술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이 바로 군중심리의 이용이다. 정치가들이나 독재자들은 군중심리를 이용해 개인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집단의 생각에 동조하게 만든다.

 

"사람의 경우 흥미로운 점은 개인 단독으로 보이던 심리와 행동양상이 집단 속에 들어가 있는 경우에 그 심리와 행동 양상은 물론 기본적인 성질마저 변호될 수 있다. - 중략- 군중에 섞인 각 개인은 지목받지 않는 일종의 익명성으로 인한 책임감의 감소 및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죄의식의 감소 등으로 영향을 받아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편성을 모방하는 해동을 보이며 혼자였을 때보다 행동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행동의 수준이 과도해지는데, 이러한 변화는 군중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증폭된다. 컴퓨터 댓글의 쏠림 기능이나 따돌림과 유사하다. 쉽게 설명하면, 겁이 많아 혼자서는 동네 길도 다니지 못하던 아이가 덩치 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덩치 큰 애들보다 더 나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즉 집단의 힘을 믿고 과장된 행위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P 107)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이 외에도 상대방을 끌어내리기 위한 인신공격, 중상모략, 꼬리표 붙이기, 악의적 어법 등 선동의 방법들이 언급된다. 이 중 한국어의 인신공격은 영어의 'Ad-hominem'이나 'Name-calling' 등이 번역된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특히 'Name-calling'이 가장 유치하면서도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선동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이름 붙이기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상대의 외모나 말투, 여러 행동 중 하나의 꼭 집어서 매우 비하적인 별명을 만들어 부르는 것이다. 대통령들을 비하적인 별명으로 부르거나, 정치인들의 특정 실수를 가지고 그 사람의 별명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런 비하적인 별명들을 접하면 내가 모욕감을 받은 것처럼 화가 나고 부끄러울 때가 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유치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선동의 기술에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동조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가 점점 유치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도 많이 인용한다. 특히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장면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선동에 약한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동에 넘어가 광신적인 행동을 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다.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와 같이 양쪽의 대립이 극한까지 가고 있고, 상대방이 여러 가지 선동의 기술을 통해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는 이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동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러한 시대일수록 더욱더 냉철하게 세상을 분별하고, 특정 선동가나 대중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더 중심을 잡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선동의 기술을 익히려는 사람보다는 선동의 기술을 분별하고 그 선동에서 중심을 잡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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