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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남자
  1. 혼자하는 인문학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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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인생에서 부모님과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면 군대에 있을 때이다. 군대에 있을 때 어머니는 편지로 집안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내 상황과 안부를 물어왔다. 나 역시 내 군대에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집 안의 상황을 물었다. 당시 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가 직접 보지 못하는 집 안의 상황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이미 편지의 글을 통해 전달된 집안의 상황은 내가 읽는 순간 백 퍼센트 똑같이 전달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집안의 상황은 편지라는 글을 통해 내게 새롭게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그때의 편지의 내용은 내가 잘못 해석한 것이었을까? 결국 해석이라는 것은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것을 철학적인 용어로 좋게 포장하자면 '다르게 해석된다 말보다 '새롭게 해석된다' 말일 것이다. 결국 해석 된다는 것은 기존의 텍스트를 해석자의 주어진 상황을 고려해서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근대적인 해석학은 슐라이어마허에 의해 시작되었다. 슐라이어마허는 종전의 단순한 고전 해석을 철학적 해석으로 발전시킨 사람이다. 기존의 해석의 텍스트의 본래 의미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철학적 해석은 본래의 의미를 밝히는 것과 함께 해석자의 상황을 고려한다.

그와 함께 해석학이 문제 삼는 것은 독자의 삶의 자리다. 텍스트의 의미가 드러나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독자가 텍스트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텍스트를 읽는 의도는 무엇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자의 삶의 자리는 텍스트의 의미가 드러나는 중요한 터전이 된다. - [해석학] P79


이런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은 기존의 텍스트에 대한 문법이나 문맥적 해석적 방법과 함께 새롭게 심리적 해석을 제시한다. 텍스트의 저자가 글을 작성했을 당시의 심리적 의도까지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 방법은 텍스트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또한 해석자의 주관적인 심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은 딜타이에 의해 계승 발전된다. 딜타이는 단순한 심리적 해석에서 뛰어넘어 정신 학문을 강조한다. 정신 학문은 당시 유행하던 자연과학과 대립되는 의미로 단순한 심리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딜타이의 해석학은 단순한 텍스트의 이해를 넘어, 텍스트를 인간의 삶 전반을 통해 이해하려 했다. 이것을 '해석학적 순환의 원리'라고 한다, 이 해석학적 순환의 원리는 후에 하이데거의 해석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정신의 학문이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신의 학문은 '이해의 심리학'이다. 자연과학은 그에 비해 인과적 설명의 심리학이다. 정신 학문의 이해를 위해 그는 삶의 통일성과 전체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처음으로 해석학적 순환의 원리가 나타난다고 말해도 좋은 것이다. "전체적인 것과 연관에서 개별적인 것을 이해한다. 또한 개별적인 것은 전체를 결정하다.."  -[해석학] P94


 

 

 

 

하이데거에 이르러 존재 해석학의 성립된다.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의 의미를 밝힌다. 하이데거는 기존의 철학이 존재와 존재자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보고, 존재를 존재자에게서 불리한 것을 제시한다. 그에게 있어서 존재란 존재자가 존재자일 수 있게 하는 기초이며 근거이다. 존재란 '있음'이며, 그 '있음'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존재 해석학이다. 그러나 이 존재를 의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라고 부른다. 현존재라는 의미는 주어진 지금의 상황 속에서 존재하는다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현존재의 상황을 세계-내-존재(In-der-Welt-Sein)이라고 부른다. 결국 현존재가 존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현존재가 주어진 세계, 특히 시간의 관계성 속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존재를 포함한 세계를 해석해야 하고, 세계를 해석함을 통해 다시 존재를 해석하게 된다. 앞의 딜타이의 '해석학적 순환'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인간의 실존적 현재는 존재의 의미가 드러나는 터전이기에 존재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런한 현재를 해명해야 한다. 이는 존재론을 위한 기초작업이기에 그는 이것을 기초 존재론이라 불렀으며, 그에 따라 인간을 이해하고 해명하는 것이 이른바 실존적 분석이다.
기초 존재론적 분석의 대상은 세계 안에 던져져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현재이다. 하이데거는 이런 실존적 상황을 "인간은 세계-내-존재 말로 표현한다. 인간은 세계 안으로 던져져 있으며, 매 순간 그때마다 특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던져져 있음을 넘어 스스로를 기획 투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언제나 각기 그때마다 특정한 현재에 자리한다. 그 현재는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현재이다. 그 현재 안에서 인간은 구체적인 사실로 살아간다. 이러한 현재적 사실과 그에 관계되는 총체적 상황을 그는 현사실성이라 부른다. 현사실성은 현존재의 성격을 표현한 것이며, 그 자체로 그렇게 있는 존재의 성격을 일컫는 말이다. 이해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현사실적인 삶을 해명하는 작업, 이를 통해 현존재에 드러나는 존재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 현사실성의 해석학이다. - [해석학] P117-8


결국 존재 해석학이란 현재에 삶에서 존재하는 현존재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일 것이다. 결국 하이데거에게 있어서 존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해석해야 하고,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존재를 해석해야 한다. 결국 존재는 그가 속한 세계와 동떨어져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해석학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완독하지 않은 나에게는 아직 이 정로 밖에 '존재해석학'을 이해하지 못 했다. 하이데거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존재해석학'에 대한 이해가 풍성해지를 기대해 본다.

 

 

 

해석학

신승환 저
아카넷 | 2016년 04월

 

존재와 시간

마르틴 하이데거 저/전양범 역
동서문화사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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