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술/음식문화/여행)

iseeman
- 작성일
- 2023.3.30
어딘가에는 살고 싶은 바다, 섬마을이 있다
- 글쓴이
- 윤미숙 저
남해의봄날
예로부터 섬은 육지와 고립된 곳이며, 유배지를 정할 때 육지와 떨어진 ‘절도(絶島)’가 유배를 떠나는 이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장소로 받아들여졌다. 외질이 나쁜 이들에게 유배형이 내려질 때, 가기가 힘든 변방의 먼 곳과 육지와 떨어진 섬을 뜻하는 ‘원악절도(遠惡絶島)’라는 관용어로 표현했을 정도였다. 항상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고, 배를 타지 못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육지에 비해 논밭이 적어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했고,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취약하여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기도 만만치 않은 조건이었다.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만약 유배인에게 허락없이 배를 태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마저도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섬은 일단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는 장소였다. 그래서 흑산도로 유배를 떠났던 정약전처럼 끝내 유배에서 풀리지 못하면, 그대로 눌러 살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기도 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섬과 육지 혹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들도 건설되어 과거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졌고, 휴가철에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히거나 간혹 방송에 나와서 주말 여행지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짧은 기간일지라도 섬 생활은 여전히 불편한 점이 더 많은 곳이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는 섬이 가장 많은 지역이고, 특히 전라남도에는 신안군처럼 섬으로만 이뤄진 군들도 있다. 최근에는 육지에서 가까운 섬들은 뭍과 연결되는 ‘연륙교(連陸橋)’가 건설되어, 그나마 과거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섬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만 머물 뿐, 여행지로 선택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고 하겠다.
이 책은 ‘통영 바닷가 작은 마을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저자가, ‘전국 최초로 시행된 전라남도 섬가꾸기 사업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섬 주민들과 함께 이뤄낸 ‘가고 싶은 섬’ 사업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거제가 고향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이 섬인지도 몰랐’던 저자는, 역설적으로 ‘채 자리지도 못하고 섬을 떠난 이후’에 고향이 섬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섬과의 인연은 저자의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통영의 동피랑과 강구안을 조성하는 사업에 이어 ‘연대도의 마을 만들기’는 저자 스스로 ‘모든 노하우의 시작이자 끝과 같은 곳’이라고 규정할 정도이다. 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저자는 ‘마을 만들기에서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결국 주민의 삶’이며,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마을 만들기라는 것도 모두 연대도에서 배웠다’고 밝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를 했지만, 저자는 ‘손발을 맞춰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불편해’질까봐 복직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전라남도에서 ‘섬마을 가꾸기 사업’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 끝에 참여해서 이후에 이루었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대한 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우선 ‘마을 만들기의 시작, 섬과 썸타기’라는 제목으로 섬사람들의 삶과 섬이 지닌 지형적 특징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토로하고 있다. 이어지는 ‘꿰뚫어 보아야 그 섬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항목에서는 생일도와 연홍도 등 저자가 참여해서 이루어낸 섬을 대상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 결과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한다. 계약직 공무원이기에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직업공무원인 ‘늘공(늘 공무원)’과의 갈등이 없을 수 없고, 이와 함께 ‘마을 가꾸기’에 대한 섬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이 사업은 결국 관이 주도해서 진행되는 만큼 예산의 확보라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지원이 끊기면 이후의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등의 단점도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기에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갈등 또한 언제나 발생할 수 있어, 모든 사업들이 다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저자는 ‘갈등 없는 연대는 없다’라는 항목에서, 자신이 추진했던 ‘마을 가꾸기 사업’의 과정에서 겪고 느꼈던 내용들을 진솔하게 토로하고 있다. 예산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도 마을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의 관리와 이를 맡을 담당자의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섬, 인생 프로젝트가 되다 ?기점.소악도에서’라는 제목의 항목에서는 순례길을 참고하여, 썰물에 열리는 바닷길을 따라 두 섬을 연결하는 사업에 대한 진행 과정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결과물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이 책에 소개된 섬들을 방문하게 된다면, 여전히 그 성과들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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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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