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교육/여성학)

iseeman
- 작성일
- 2023.4.28
딸의 기억
- 글쓴이
- 류주연 저
채륜서
가난으로 인해서 어린 시절부터 힘겹게 살아와야만 했던 과거를 고백하면서, 이제 사회인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닥친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한 저자의 고민을 풀어내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러한 상황이 프롤로그의 ‘이제 좀 살 만해졌는데, 엄마가 암이라니’라는 제목과 그 내용을 통해서 적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힘겨운 치료 과정을 옆에서 돌봐주고 또 지켜보면서 딸이라는 역할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저자의 입장이 <딸의 기억>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제시되어 있다고 이해된다. ‘가족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지낸 것이 햇수로 십이 년 차에 접어’든 저자의 목소리를 아마도 그로 인해 더욱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잇을 것이라 여겨진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딸이 좋아하는 홍시라도 챙겨주려는 엄마의 행동,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딸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건넬 수밖에 없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다. 스스로 ‘막내딸이지만 애교가 없어서’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저자의 성격이 진솔하게 서술되어 있다. ‘만날 때마다 밝게 웃으며 안아주는 친구들’에게 위안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이 그들에게 ‘부러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곤 했다’는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온 자신을 독자들에게 민낯으로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과거를 상처가 아닌 추억으로 담아둘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엄마의 투병’이라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마음과 달리 살갑게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한 것도 단지 성격 탓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일찍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그러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요인이라고 이해된다. 더욱이 등록금과 생계비를 벌기 위해 밤새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마주쳤던 진상 손님들로 인한 트라우마를 떠올리기도 하고, ‘일상이 눈물 겨울 때'를 생각하면서 ’가여운 나의 시절‘과 결별하려는 시도가 이 책을 쓰는 저자의 노력으로 이어졌다고 이해하고 싶다. 그리하여 이제는 자신의 과거를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조금은 안정된 현재와 밝은 미래라는 ’개화와 직면한다는 것‘을 떠올릴 수가 있었을 것이다. 힘겨웠던 과거의 삶의 되새기며 <딸의 기억>을 털어놓은 것으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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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