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 리뷰(기타)

iseeman
- 작성일
- 2023.5.25
곰인형의 행복
- 글쓴이
- 가브리엘 뱅상 저
보림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어린 시절 애착인형으로 곰 인형을 항상 곁에 두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곰순이’라고 기억되는 이름을 붙여주고, 여행을 갈 때도 항상 데리고 다닐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인형이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애착인형으로서 곰 인형의 모습이 희미해져갔다. 아마도 곰 인형을 대신하는 장난감들이 생기고, 아이의 관심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부모인 나로서는 그러한 내용을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지만, 이미 성인이 된 아들은 그러한 사실조차 기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딱히 아이의 애착인형 뿐만이 아니라, 대체로 한동안 아끼던 물건들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의 정도나 애착의 강도가 줄어들거나 다른 물건들로 대치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곰 인형과 그것을 주어 수선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하여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다. 팔이나 눈이 떨어진 상태로 버려진 인형들을 길에서 주워 집으로 데리고 가서 고쳐주는 것이 할아버지의 일과이다. 책에서는 버려진 사연들이 전혀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며 아이의 옆을 지키던 인형이 이제 그 쓸모를 다하면서 방치되거나 버려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곰 인형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졌던 과거들이 언급될 뿐이다. 길에서 주워온 새로운 곰 인형과 함께 할아버지의 집에는 다양한 모습의 곰 인형들이 가득하다. 각각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팔이나 다리 하나가 떨어지거나 귀나 눈이 없는 등 그곳에서 만난 인형의 모습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각각의 인형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버려진 상황과 과거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모습으로 남겨진 사연들이 토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연은 모두 과거의 일일 뿐이고, 이제 인형들은 자신들을 길에서 데리고 와서 고장난 곳을 수선해주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 책에는 할아버지가 곰 인형만을 모으는 까닭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버려진 인형들을 말끔하게 수선을 한 다음에 누군가 팔라고 해도 그에 응하지 않는 장면이 등장한다. ‘내 인형을 팔고 싶지 않다’는 할아버지의 말과 함께, 원하는 아이에게는 마음에 드는 인형을 몽땅 안겨주는 장면이 마지막에 제시되고 있다. 이로 미루어 할아버지는 버려진 곰 인형을 진심으로 아끼며, 자신이 고친 인형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선물하고픈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버려진 곰 인형들을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효용이 다한 물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소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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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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