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iseeman
- 작성일
- 2023.9.1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글쓴이
- 권명아 저
책세상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족이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얻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대가족 제도에서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그 부모와 자식들까지 모두 3대로 이뤄진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었고, 그러한 양상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된 산업으로 여겨졌던 시대에는 가족 구성원이 바로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대가족 제도를 통해 많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때로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혹은 세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대가족 제도는 더 이상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부부와 자식들로 이뤄진 핵가족 형태가 보편적이고, 혹은 자식 세대가 성장하면서 홀로 독립하여 1인 가족을 이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쩌면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 혹은 1인 가족으로 변화하는 모습과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가족’의 문제를 탐구하자면 먼저 가족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특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한 집안의 ‘가장’은 대체로 ‘아버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아버지’의 책임 하에 생활을 영위하는 이른바 ‘부양가족’으로 여겨졌다. 가족 구성원들 가운데 여성, 즉 어머니와 딸들은 그저 가족들을 위해 가사에 종사하는 역할이 맡겨졌다. 가족이 유지되기 위해선 각각의 구성원들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가족이야기’는 대체로 ‘여성문제’가 그 바탕에 전제되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가족문제’는 곧 ‘여성문제’임을 전제하고, 근대 소설에 가부장 역할을 담당했던 ‘아버지의 부재’가 전면적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포착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대를 이어야 한다’는 유가적인 관념이 지배하던 시절, 딸들은 철저히 가족의 중심에서 소외되는 형태로 형상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1장에서 ’근대적 관계의 상상적 준거, 가족‘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왜 가족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논의를 이끌어간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절대적 정당성과 자연성을 가지는 초역사적인 고정된 실체‘로 보아왔기에, 가부장제를 용인하고 성역할에 따른 여성 차별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하겠다. 그 결과 ’가족주의'는 온전한 형태의 가족이라는 이상을 통해 남성 중심의 봉건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근대 이후 서양의 기술문화가 도입되면서 전통이 부정되기 시작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전제적인 아버지’를 부정하고 그동안 무시되었던 ‘자녀’의 존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근대 이후 ‘아비 부정’이라는 현상이 초래되었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국전쟁을 비롯한 전쟁이라는 상황은 가족의 해체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2장의 제목처럼 ‘근대의 무의식으로서 파시즘과 가족 이데올로기’가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잇다고 논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1950년대 전후소설’을 대상으로 전쟁에 대한 비판과 ‘해체된 가족의 표상’을 입증하고 있다. 전쟁으로 양산된 ‘가족의 경계 바깥에 어떠한 안전지대도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유랑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바로 ‘따뜻한 가족의 품’이었음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내용은 ‘가족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소설적 탐구’라는 제목의 3장과 이어지고, 현대 소설에서 ‘가족의 이미지는 식민지 경험을 거쳐 전쟁의 상처까지 아우르는 민족 수난사의 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4장에서는 1990년대 소설을 대상으로 ‘근대 극복의 기획과 가족 로망스’라는 제목으로, ‘민중과 여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서 작품에 드러난 면모와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문학작품에서 ‘가족’은 매우 보편적인 주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또한 개별 작품에는 유사하지만 다른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형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모습은 구성원 모두 제자리에서 마땅한 역할을 하는 이상적인 형상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러한 가족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지 살아가면서 가족들의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절대적으로 자연적인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기원과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이데올로기의 구성물로의 가족을 다르게 말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이 책이 기획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바람직한 전통’인 것처럼 통용되어 왔지만, 개개인의 인권과 역할이 존중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그것은 이제 고리타분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제 ‘가족’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대가족 형태가 될 수도 있으며, 핵가족 혹은 1인 가족의 형태도 가능할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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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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