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이 책에는 ‘야담으로 배우는 인생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비교적 짤막한 분량으로 단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한문으로 기록한 작품들을 일컬어 야담(野談)이라고 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더나 누군가로 들었던 내용을 한문으로 기록하였기 때문에, 사실 그대로를 옮기거나 혹은 글쓴이의 상상력을 덧보태 흥미롭게 꾸밀 수도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야담에서 익숙한 인물들이 이름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 내용이 그 사람의 실제 행적과 일치하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쩌면 실제 인물의 이름만 빌리고, 펼쳐내는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경우도 발견된다. 그것이 사람들의 입에서 떠도는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문(漢文)을 표현수단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야담이 지식인들이 쓰고 향유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다량의 야담집이 등장하고 있는 조선 후기에, 야담을 기록하고 읽는 이들이 적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이 책 2권의 후반부에 제시된 ‘출전 소개’ 항목에도 <어우야담>을 비롯하여 모두 12편의 야담집이 열거되어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펼쳐내는 야담의 세계는 실제 있었던 내용인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양상을 읽어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어떤 문제로 갈등했는지는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수록된 작품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권에서도 5개 항목에 걸쳐 각 10개씩, 모두 50편의 야담 작품이 현대어로 번역되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남녀의 풍정’에서는 제목 그대로 남녀 사이의 만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작품들이 수록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만남을 금기시하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가적 관념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또한 남녀의 만남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팔자와 인정’이라는 두 번째 주제 역시 불확실한 미래의 인생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사람의 욕망은 현대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점을 쳐서 ‘팔자’를 안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러한 점괘에 대해 받아들이느냐 혹은 그것을 극복하여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다 여부는 당사자의 인식과 관련된다고 하겠다. 

‘몰염치과 몰인정’이라는 주제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들을 짓밟거나 피해를 끼치는 인간 군상들을 다루고 있다. 지금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비범한 능역을 지닌 이들을 ‘재야의 고수’라고 표현하는데, 네 번째 항목에서는 조선시대의 ‘비범한 인물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항목에서는 ‘풍류와 풍자’라는 주제로 시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풍류를 즐겼던 인물들에 얽힌 사연, 그리고 그릇된 현실에 대해 풍자하거나 해학으로 풀어낸 내용들이 다뤄지고 있다. 작품을 번역하여 수록하고, 함께 거론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을 묶어 별도의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편역자의 해설을 통해서, 작품에 드러난 일화와 내용들이 당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