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는 창작되고 향유될 당시의 언어와 정서를 담아내고 있기에,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 당시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정서를 적절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전하는 작품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옮기는 것이 필요하지만, 작품에 반영된 정서까지 전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많은 작품들이 특정 지역 혹은 지명을 바탕으로 창작되었기에, 작품에 거론된 지역의 특징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고전시가 연구에서 ‘역사성과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한 연구 결과물들을 이 책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년을 앞둔 저자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물을 모아 엮어낸 책으로, 시가 연구에서 ‘역사와 장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고 이해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시대의 추이와 시가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에서는 작가와 작품을 역사적으로 조망한 7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김응정과 이순신 작품의 창작과 전승 배경을 살피고, 조현범과 안확의 악부시와 시가 연구 등에 관한 성과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시가에 나타난 대나무의 의미를 살핀 2편의 논문과 가사의 변화와 현대적 수용을 다룬 논문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항목인 ‘누정문화와 누정제영’에는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누정의 건립 배경이나, 그곳을 찾은 이들이 남긴 제영시(한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물들이다. 여기에도 모두 7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는데, 주로 광주 전남에 산재해 있는 누정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앞선 내용과 연결되지만 ‘무등산과 누정 탐방’이라는 세 번째 항목을 별도로 설정하였는데, 여기에 수록된 그들은 논문이라기보다 수필 형식으로 썼던 6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광주의 무등산과 그 지류들에 포진되어 있는 독수정과 면앙정 그리고 송강정 등에 대한 저자의 탐방기라고 할 수 있다. 물염정과 임대정의 모습을 주변 산세와 함께 살피고 있으며, 김덕령의 자취가 남아있는 영롱대와 취가정의 면모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