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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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용설명서
글쓴이
이미숙 글그림
이비락
평균
별점9.8 (10)
아이비

요즘 우리말의 쓰임새를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때가 많다. '영끌'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서였다. 질문을 받은 장관이 다시 물었다. '영끌'이 뭡니까? 영혼을 끌어모아, 라는 말이라고 한다. 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하다 이제는 제나라 말까지 함부로 쓰고 있구나 싶어서. 마침 뉴스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여당이 야당에게 좌시하지 않겠다, 라고 말하니 야당도 여당에게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는. 아나운서가 하는 말이 재미있다. 아무래도 오늘의 말은 '좌시座視'가 아닐까 싶다고. 무엇을 그렇게 앉아서 보지만은 않겠다는 건지 궁금하다는 거다.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뜻이니 서로가 서로에게 한번 해보자고 으르렁대는 꼴이다. 각설하고, (앗, 却說이란 말도 한자어!) 요즘의 언론을 보면 말할 수 없이 한심스럽다. 우리말을 마구 뭉개다 못해 짓이기고 있다. 도대체 듣도보고 못한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줄임말을 쓴다고 크게 시간을 아끼는 것도 아니다. 줄임말을 써놓고는 괄호안에 다시 제대로 된 말을 쓰는 건 또 무슨 경우인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빠르고 편하게 써보자고 시작한 말을 대놓고 뉴스에서 쓰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언론이라 함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하는 것이 맞다. 그런 말을 쓰지 않으면 크게 잘못될 것처럼 너도 나도 앞다퉈 쓰고 있는 모양새는 정말이지 꼴불견이다. 目不忍見!


또 한가지, 말끝마다 '~ 같아요' 라는 말을 왜 그렇게 쓰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 예쁜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이건 재미있다는 건지 재미없다는 건지, 맛있다는 건지 맛없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그렇다는 건지 안그렇다는 건지.... 자신의 생각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절이라서 그런 말을 유행처럼 쓰고 있는 것일까? 세상이 니편내편을 가르고 내편이 아니면 모두가 틀렸다고 말하고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어찌보면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우리말인데 우리가 너무 어렵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는 것부터 시작한다. '분'과 '님'이란 말을 예로 들어 우리말의 높임말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이상하게 우리는 높임말에 대한 강박이 있는 모양이다. 전화가 오시는 경우처럼 명사뒤에 무조건 '~분'을 쓸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 '분'을 쓰고 어떤 경우에 '님'을 쓰는지 제대로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두번째 장에서 한자어는 잘 알고 써야한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던 '좌시'라는 말을 언급했던 부분이다. 피로는 회복하는 게 아니라 풀어야 한다는 것, 미망인이란 말은 함부로 쓰지 않는것이 좋다는 것 등등 한자어에 대해 알기쉽게 풀어주고 있다. '장사진長蛇陣'이란 말의 어원을 이제사 제대로 알게 된다. 회자되었다, 라는 말도 주의해서 써야겠다. 그 뜻을 제대로 알게되면 왜 그런 말을 쓰고 있었는지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정말로 한자어는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 세번째로는 우리말인것처럼 숨어있는 일본어를 솎아내자고 한다. '땡땡이'나 '십팔번'과 같은 말은 이미 우리말로 많이 순화되었지만 식대, 기라성, 납득, 납골당, 대하 등등 너무나도 많은 말이 마치 우리말인듯 쓰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작금昨今이나 금번今番과 같은 말도 일본식이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식상하다는 말 역시 일본말인 것을 싫증났다는 우리 말을 두고서도 생각없이 가져다 쓰고 있으니 다시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혼인이라는 우리말을 왜 그저 옛스러운 표현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일본식 한자어인 결혼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잠깐 스쳐지나갈 말인데도 너도나도 쓰다보면 마치 원래부터 썼던 말인듯 느껴지기도 한다. 말이라는 건 쓰기 시작하여 자리잡으면 다시 몰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말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노력은 항상 필요하다. 이 책처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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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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