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민민
- 작성일
- 2023.1.10
에피쿠로스 쾌락
- 글쓴이
- 에피쿠로스 저/박문재 역
현대지성
내가 에피쿠로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신에 관한 에피쿠로스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글귀 때문이었다. 바로 하단에 첨부한 글귀인데 무신론자였던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글귀였다.
신은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전능하지 않은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악한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악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를 신이라 불러야 하는가?
이 말은 락탄티우스의 기록에서 등장하며, 그에 따르면 에피쿠로스가 말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학자들은 에피쿠로스가 한 말이 맞는지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고 이 문장을 에피쿠로스가 말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이 문장이 내게 에피쿠로스에 대한 궁금증을 주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에피쿠로스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일단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책 제목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오늘날 쾌락과 의미가 많이 다르다. 에피쿠로스는 오히려 애욕을 멀리하고, 정신적인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주변에서 보이는 자연법칙을 천체에 대입하여 추론하고, 이는 자연법칙일 뿐 신과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던 사람이다. 에피쿠로스는 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신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으며, 자연법칙을 탐구하여 원인을 알아내 두려움을 없애고자 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오늘날 다시 트렌드가 된 마음 챙김, 힐링, 미니멀리즘 등은 에피쿠로스의 철학과 닮은 구석이 많아 MZ 세대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살만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자연학 파트는 읽는 내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기원전에 살던 에피쿠로스는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 있게 자연법칙을 분석했다. 이런 통찰력의 근원이 과연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로는 그는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자연법칙을 탐구함에 있어 자신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이 주장한 것들을 경청하며, 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두 번째로는 그는 토론을 함에 있어 성별·신분을 따지지 않았다. 여성과 노예와도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을 했다. 토론을 함에 있어 이러한 열린 자세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의 통찰력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검소하게 살았다. 그는 검소하게 살았기에 물질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었고, 남은 시간을 자연을 탐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다스렸으며, 차분히 삶을 철학 했다.
최근에 TV나 SNS를 보면 경쟁하듯이 자신의 재력 등을 과시하는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 점점 과열되는 듯하다. SNS에 올리는 사진으로 어떻게든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 하고, TV에서는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큰 집이나 새로 산 차 등을 통해 증명하려고만 한다. 마치 '부유한 삶 = 성공한 삶'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경쟁 시대에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피로감에 휩싸이고, 마음 한편이 공허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분명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때문에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에피쿠로스가 살았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강산이 몇 번이 변했을까.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변해왔다. 그렇게 강산이 변하고, 또 변하고, 변했을 지금도 여전히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바로 에피쿠로스 철학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이 수많은 세월을 지났어도 여전히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사랑받고 있다. 대체 그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꼭 에피쿠로스 쾌락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는 에피쿠로스가 남긴 약 700여권의 저서 중 지금까지 남아 내려오는 8개를 모아 놓은 책이다. 온전히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나 고전 철학이 처음인 독자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가야 할 길로 인도하며, 여전히 마음에 울림을 준다. 2023년에도 여전히 공감을 사고, 사랑받는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분명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4023년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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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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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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