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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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오랜 여행
글쓴이
한미옥 저
북노마드
평균
별점9.7 (13)
교고쿠

항상 여행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비싼 해외 물가와 항공권 가격, 부족한 체력, 우울한 감정 등의 여러 가지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후다닥 구경해야 하는 패키지 같은 것은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천상 혼자서 가야 되는데, 그러자면 숙소 예약과 교통편 선택,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과 같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 역시 내게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어차피 떠나지 못할 것이라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특히 실제로 내가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시베리아나 북유럽 등의 차가운 땅과 오지 여행에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다. 그러다가 이 책 <오랜 여행>을 읽게 되었다. 저자 한미옥(모모리)은 8년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돌연 그만두고 긴 여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장기배낭족이 되었다.


 


이 책에는 그가 인도, 네팔, 중국, 태국, 뉴질랜드 등의 수많은 나라를 거치며 겪은 단상과 만난 사람들, 떠오른 상념과 수많은 사진이 들어 있다. 중국 윈난성의 험준한 호도협에서 누런 이의 남루한 말몰이꾼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인도 바라나시에서 인도인들과 함께 힌디어로 상영되는 영화를 보며 그들의 섬세한 감성을 느끼기도 한다. 파키스탄의 어떤 숙소에서는 중남미에 위치한 작은 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사람인 캐론과 친해지고, 불가리아에서는 갑자기 추억이 담긴 KFC 치킨이 그리워져 고생 끝에 매장을 찾아 맛본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한국에 두고 온 엄마가 생각나 센티함에 잠기기도 하고, 태국에서는 이발소(미용실이 아니다!)에서 머리를 묘한 스타일로 잘라 보기도 한다. 히말라야의 안나프루나 베이스캠프까지 직접 오르기도 하고(저질체력의 나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집트의 아부 심벨 투어에서 이집트인들만의 기묘한 예약 시스템(?)을 경험하고, 고독할 것이라 예상했던 사하라 사막에도 어렵사리 가봤지만 생각보다 고독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태국의 빠이에서의 이야기였는데, 이 곳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느릿한 일상 안에서 동네를 산책하고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노천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유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사실 나는 바쁘지도 않은데, 항상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을 언제까지 해결해야 되고 그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다른 것은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산책을 하거나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잃어버린 듯 하다. 책읽기나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무엇을 읽어야 하고 어떤 글을 언제까지 어떻게 써야 할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여행을 하며 삶을 관조하는 법을 배워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저자는 유럽 여행을 도중에 접고 인도로 돌아와 실크로드를 횡단하여 중국을 거쳐서 여행을 떠난지 416일만에 서울로 돌아온다. 유럽에서 몇 주를 보냈지만 점점 여행의 감동이 사라지고 마치 공부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유라시아를 횡단하겠다는 커다란 줄기는 그대로였지만, 여행 중에 어떤 도시는 계획에서 빼고 또 어떤 도시는 추가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떠돌았던 것이다. 틀에 박힌 것을 꽤나 싫어하는 나로서는, 마음 닿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그러한 여행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여행이 항상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나프루나의 오솔길을 걸으며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긴 여행 내내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1년에 한 차례 떠나는 휴가를 단비삼아 하루하루 버텼던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 이제는 모처럼 찾아온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며 사는 그가 나는 부럽다. 어쩌면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든든한 지갑이나 강한 체력보다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여러가지로 이 책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여행은 끝났다. 그러나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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