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연필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2.15
유디트 크빈테른, 나는 영동사람이다.
엄마집(친정)에 갔다가 화장실에 앉아 뭐 읽을 것 없나 하나 손에 잡히는 책을 펼쳐 우연히 만난 책이다. 사진이 많아 비교적 손쉽게 읽어가다보니 도서관에서 가끔 여성잡지를 훌훌 넘기다 내가 사는 삼척이라는 말이 눈에 띄어 꼼꼼히 읽곤 하던 한 페이지 짜리 칼럼의 주인공이다.
약 3번 엄마 화장실에 갔다가 마저 다 읽고서 독후감을 써야한다며 들고왔다. 왠 책이냐 여쭸더니 작가는 엄마 아는 분의 조카며느리인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주길래 갖고 오신거라면서 작가의 최근 근황까지 다 말해주신다. 삼척 산골에 살다가 지금은 강릉에 커피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독일여자가 독일에 유학온 한국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한국말도 못하는채로 서울에 살면서 한국에 와 다시 한국식 결혼식을 치르고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강원도 산골의 버려진 집을 찾아 남편과 둘이서 고치고 농사 지으며, 또 강릉-강원도 영동지방 최고의 대도시-의 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삶과 그에 따른 느낌을 적어놓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책으로서 좀 모양이 떨어진다.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불편할 정도로 작은 글씨를 지나치게 많은 여백을 비워둔채로 배열해 두었다. 이 많은 여백을 조금 줄이고 글자 크기를 조금 늘였더라면, 그리고 때때로 종이 배경색 속에서 글자를 찾아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은 나의 노안 탓 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람도 하지 않는 산골에서 농사짓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아마 잡지에 짧게 썼던 글들을 모은 때문인지 부부가 서로 찍은 아마추어 사진만으로 책을 낸, 출판사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박함과 편집자가 너무 쉽게 만든 책은 또 다른 차원이 아닐까.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사는 외국여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것>이다. 이 중 "남편이 감기에 걸렸을 때는 남편을 말기암 환자처럼 다루는 것이 적절한 태도이다'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자가 남편에게 의존하는 척하면 좋다' 등은 정말 재밌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선생님의 의무 아닌가?"하며 왜 버스기사나 간호사나, 주부의 날 등은 만들지 않냐고 물을 때 '아!'하는 순간이 왔다. 그리고 "비판이 학문의 기본원리다."하며 왜 선생님과 솔직하게 토론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부분을 읽으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국어를 배우기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며 이렇게까지 책이나 칼럼을 쓰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하다. 그리고 특히 자립심을 잃지 않는 아름답고 건강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여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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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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