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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데즈카 오사무는 의사 출신 만화가로, 의학에 관한 그의 조예는 (물론 만화적인 상상력이 첨가되긴 하지만) 여러 만화를 통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얼굴에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비밀스런 의사를 다룬 <블랙잭>이 되겠지만 <키리히토 찬가: Ode To Kirihito>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의사 경험이 녹아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입니다.


 


병세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개(犬)'의 얼굴을 닮게 되는 '몬모우'라는 희귀 전염병(?)을 연구하는 의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키리히토 찬가>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쉽게 얘기하자면, 일전에 KBS에서 방영되었던 '아이리스'에 비유하면 되겠지요.


 


주인공인 '키리히토'는 이병헌이 연기했던 김현준, 키리히토의 약혼녀 이즈미는 김현준을 사랑하는 최승희(김태희), 키리히토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을 걷게 되는 닥터 '우라베'는 정준호가 연기했던 진사우,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다츠가우라 박사는 김영철 씨가 맡았던 백산... 이런 관계라고 보시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현준과 승희는 사랑하는 관계. 그런 현준(이병헌)에게 상사인 백산은 특수한 임무를 맡깁니다. 현준의 친구이자 현준보다 실력이 살짝 못 미치는 사우 역시 승희를 사랑하지만 옆에서 지켜봐야만 합니다. 현준이 특수 임무를 맡고 사라지게 되자 사우는 승희에게 접근합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는 누군가를 암살해라는 명령이 현준에게 내려졌지만, 닥터 키리히토에게 내려진 임무는 몬모우 병의 발생지에 갔다 오라는 것입니다. 아이리스 속에서의 사우와 달리 닥터 우라베는 광기에 휩싸여서 키리히토의 약혼녀 이즈미를 겁탈까지 하게 됩니다.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다츠카우라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몬모우 병에 대한 논문이 그의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예정입니다. 그에게 달라 붙는 이들도 많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를 비판하는 세력도 소수이지만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권위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판이지요. 몬모우병을 전염병이라고 주장하는 다츠카우라 앞에 몬모우병이 그 지방만의 풍토병이라고 주장한 키리히토 '따위'는 제거해야될 피라미일 뿐입니다. 그만큼 몬모우병에 대한 그의 논문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다츠카우라는 자신의 몬모우병에 대한 견해에 반대하는 키리히토를 몬모우병의 발생지로 보냅니다.


 


옛적 문둥병이 그랬을까요, 격리와 절망으로 가득찬 그 마을에서 키리히토는 몬모우병에 걸리고 맙니다. 타츠가우라의 사주를 받은 살해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키리히토는 그 마을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타츠'라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딴 여자를 사랑해버렸다는 사실과 몬모우 병에 걸려 개로 변해간다는 사실, 두 가지 때문에 자신을 기다리는 약혼녀에게 사실을 밝히지 못합니다. 아니 연락하지도 못할만큼 통신도 두절되어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키리히토 앞에 또 하나의 절망이 다가옵니다. 키리히토와의 사랑에 빠진 타츠가 왠 흉악한 놈에게 겁탈당하던 끝에 죽게 되지요. 분노하는 키리히토.


(드라마 아이리스 속 일본 온천마을 댐 근처의 총격전에서 죽은 일본인 소녀 '유키'가 생각나네요.)


 



 

일이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더욱 안좋은 일은 키리히토 본인에게 다가옵니다. 개로 변하는 것만으로 그쳤으면 좋으련만 이번에는 진기한 것을 수집(?)하는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혀갑니다. 중국의 어느 부자가 진기한 인간들을 수집한다는군요. 몇 푼 안되는 돈 때문에 인간 이하, 아니 그야말로 개 취급을 당하는 키리히토. 스스로 '인간'임을 밝혀보지만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것은 발길질과 매질입니다.


 


그야말로 짐승 같은 대우를 받는 그 앞에 '려화'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서커스단 출신의'려화'와 함께 탈출을 감행합니다만 려화 역시 내면 깊숙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이리스의 공작원 '선화'와 달리 '려화'는 다르게 상당히 음란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사람이면 다가가기도 힘들 키리히토에게 섹스를 집요하게 요구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섹스에 대한 집착으로 해소(?)하려고 한다고 봐야겠지요.)


 


인간도 짐승도 아닌, 기이한 눈요기거리가 되어버린 두 남녀는 묘한 공유점을 갖게 됩니다.


 


여비를 벌기 위해 지글지글 끓는 튀김 반죽 속에 들어가는 쇼를 보이던 중에 사고를 당해 죽는 '려화' ....


 


키리히토는 '려화'의 죽음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겉모습은 짐승 같지만,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그에게는 뛰어난 의술이 있지요. 소속을 잃은 현준에게 뛰어난 싸움실력이 남아있었던 것처럼 키리히토 역시 자신이 가진 의술실력을 바탕으로 이곳저곳 떠돌게 됩니다.


 


한편, 이야기는 돌고 돌아 '헬렌'이라는 수녀 얘기로 진행됩니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박쥐>에서 송강호가 그러했든 종교적인 마음으로 가득한 헬렌 수녀에게 이 기이하고도 고통스러운 몬모우병이 닥치게 됩니다. 끊임없는 모멸감 속에 고통받는 헬렌 수녀. 결국 다츠가우라 박사의 논문 발표장까지 가게 되지요.


 




 


인신매매까지 감행하며 진기한 인간들을 구경하려했던 중국인 부자 역시 그가 마시던 음료, 자신의 두통에 특효약이라면서 자주 마셨던 바로 그 음료에 의해 몬모우병이 감염되어 다츠가우라 박사가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자, 모든 인물들이 다츠가우라 박사의 논문 발표장을 향해 모이게 되지요. 이때 다츠가우라 박사의 몸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과연 어떤 변화일까요? 



<키리히토 찬가> 원작 자체는 당시 인기 있었던 백색거탑 (白い巨塔: 한국에서는 김명민 씨의 열연으로 널리 알려진 드라마)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고 하네요.


의대 내의 파워게임, 부정부패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백색거탑과 맥이 닿는다고는 하겠지만 이 만화는 좀 더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크게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사랑과 용서라는 울림을 답으로 던져주고 갑니다.


 


인간이 개로 변한다는 몬모우병, 그야말로 <만화> 같은 소재를 중심으로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데즈카 오사무는 참 큰 만화가였다, 대가(大家)였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작품 중간중간 보여주는 표현주의적인 심리 묘사들 역시 이 작품을 단지 <만화>로 치부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작품, 소장해야될 작품 'No.1'으로 꼽는 작품으로 국내판이 일찍 절판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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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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