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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미남배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처음 그를 TV에서 봤을 때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 무렵 홍콩영화를 즐겨봤던 나는 TV에 나온 신인배우 장동건을 보고 홍콩배우 막소총(莫少聰) 닮은 배우 정도로만 생각했더랬다. 막소총은 영화 황비홍 시리즈에서 황비홍의 제자 양관 역을 맡았던 배우인데 황비홍 1편에선 원표가 맡았던 양관 역을 물려받아 2편부터 등장한다. 막소총은 1960년생, 장동건은 1972년생이니 거의 12살 정도 차이가 나는 셈. 송아지처럼 큰 눈으로 황비홍(이연걸)의 뒤를 따르던 막소총을 보며 쟤가 앞으로 크게 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아뿔사, 막소총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장동건이 훨씬 더 큰 스타배우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딸 뻘인 27세 연하 여자랑 결혼을 했다는 뉴스와 대마초를 흡입하다가 중국 공안에게, 그것도 대륙의 수도 베이징에서 현행범으로 걸렸다는 뉴스가 나온다. 장동건의 영화 흥행이 최근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막소총과 달리 별다른 구설수 없이 착하게? 잘 큰 장동건에게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달까.


 


장동건은 우리들의 천국 시즌 2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출연 당대의 청춘스타가 되었다. 손지창, 장동건, 김민종, 이정재 등이 이 즈음 등장한 90년대 청춘스타들인데 개인적으로 그 앞세대 청춘스타 중의 한 명인 민규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장동건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우는 남자가 원빈이 주인공을 맡고 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 아저씨에 비해 차가운 관객 반응을 얻자 모 언론에선 장동건을 향해 도전을 하지 않고 안일한 선택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만은 사실 따지고보면 장동건이란 배우, 의외로 도전 정신이 충만했던 배우였었다. 마지막 승부로 큰 인기를 얻을 당시 비슷비슷한 캐릭터로 몇 년 더 해도 될 것 같았던 그 시절에 의가형제란 드라마에서 비정한 의사 역할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더랬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랑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랑 경계가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안방극장 청춘스타인 자신의 이름만을 내세운 영화로는 성공이 어렵겠다 싶어서였을까 과감히 조연 출연을 감행한다. 왕가위 영화 스타일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혹평을 받았던 홀리데이 인 서울, 김희선과 함께 했던 패자부활전, 고소영과 함께 했던 연풍연가 등 주연으로 나선 영화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주인공(박중훈)의 동료형사 역로 등장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이명세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뽐내며 장동건을 스크린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었다. 충무로에 도전했던 장동건은 이 영화에 출연해서 대종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휩쓴다.


 


홍콩 느와르를 흉내낸듯한 영상을 보여준 영화 아나키스트에 얼굴을 살짝 내밀었던 장동건은 이후 곽경택 감독의 친구에서 동수 역할을 맡아 연기파 배우 유오성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영화에서 내뱉은,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마이 무긌다 아이가, 고마해라! 등은 오늘까지도 회자되는 영화 속 명대사랄까. 안방극장의 청춘스타에서 영화제 상 받는 조연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착착 올라갔던 장동건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에서 미쳐버리는 군인 역을 성실히 연기하며 그 자신의 한계를 깨보인다. 그리고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장르인 SF 소재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출연해서 일본인 배우와 호흡을 맞춰보기도 하고 원빈과 함께 강제규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출연, 천만배우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배우로서 장동건의 도전이 이 지점까진 대체로 성공을 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고난의 연속이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에서 탈북 해적 역할을 맡은 장동건은 그 역할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탈북 해적 역에 맞추기 위해 체중감량을 하고 얼굴에 흉터까지 만들어 붙였지만 영화는 흥행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 무렵, 패왕별희로 명성을 높인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무극에 출연하기도 했으나 그 영화 역시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교포 영화인 이승무씨가 연출을 맡고 세계적인 배우들을 모아놓은 워리워스 웨이에 주인공으로 출연을 했으나 그 역시도 흥행은 실패로 끝났으며 해외 영화인들과 작업을 하는 틈틈이 국내로 돌아와선,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훈남 대통령 역을 맡기도 했었으나 그 역시도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했던 강제규 감독과 손을 잡고 마이웨이에 출연을 하게 되나 이 역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의 흥행 참패를 겪고 말았다. 중화권 배우 판빙빙,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와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었으나 억지스런 화해로 매듭짓는 시나리오가 문제였는지 관객의 외면을 받고 말았었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속 흥행으로 충무로 대표 흥행감독이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선두주자였던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의 실패로 인해 흥행 보증수표로서의 티켓파워를 최동훈, 봉준호 등 다른 감독에게 내어주고 작은 영화로 방향을 바꾸며 권토중래를 꾀하게 되었더랬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 등과 함께 했던 위험한 관계마저 흥행에 실패한 2012년, 장동건은 거의 10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를 찍게 된다. 고소영과의 결혼으로 인해 여성팬들은 줄어들었겠지만 왕년의 청춘스타의 안방극장 복귀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또 한 명의 90년대 청춘스타 김민종과 함께 한 신사의 품격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90년대 장동건의 팽팽하면서도 훈훈했던 외모를 아는 이들에겐 볼이 움푹 팬 장동건의 모습은 낯선 것이었다. 2013년 여름, 아저씨의 원빈에 이어 이정범 감독의 액션영화 우는 남자 뛰어든 장동건은 참혹한 흥행 결과를 맞이했다. 감독이었던 이정범 역시 아저씨의 흥행은 원빈 때문이라는 혹평에 시달려야만 했으니 감독과 배우, 제작자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져다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볼 때 거듭되는 고난의 시작은 영화 태풍 때 살을 너무 빼면서 얼굴까지 망가졌고 그 결과 관객이 미남배우의 대명사 장동건에게 바라는 이미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다. 태풍 직후, 적어도 부잣집 이름난 바람둥이로 출연한 위험한 관계 즈음에는 예전의 얼굴을 회복했어야 하는데 시쳇말로 조영구화(化) 되어버린 상태로 이런저런 영화에 등장하면서 예전의 티켓파워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안방극장의 청춘스타에서 스크린의 도전자로 천만 배우가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렸던 장동건, 그의 연기 열정은 연이은 흥행실패라는 걸림돌을 만나게 되었다. 더 이상 청춘스타도 아닌 상황에서 꽃미남의 이미지도 다른 배우들에게 내준 지금, 이젠 어떤 역할,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것인가. 허나 막소총처럼 마약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민규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지도 않고 배용준처럼 사업에만 몰두하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이어 미국과 중국, 홍콩을 오가는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우리네 영화판의 외연을 넓히려고 했던 그의 영화적 도전만큼은 쉽게 폄하하긴 어려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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