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코너

크눌프
- 작성일
- 2018.2.25
바람의 검:신선조
- 감독
- 타키타 요지로
- 제작 / 장르
- 일본
- 개봉일
- 2003년 12월 12일
이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의 경우, 바람의 검심이란 제목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인기 때문인지 국내 개봉 당시 바람의 검 신선조로 제목이 바껴 등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신선조 또는 신센구미로 불리는 막부말의 칼잡이들 중에는 사이토 하지메란 인물이 있었는데 이 인물이 만화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 히무라 켄신의 호적수로 출연을 한다고 하네요. 제가 바람의 검심이란 만화를 접하질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여기에 실사영화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대단히 많은 인기를 누린 만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의 경우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제는 미부기세덴(壬生義士伝)이며 국내 번역본의 경우 칼에 지다라는 제목이 붙여지기도 했었죠.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는데, 영화도 좋았지만 소설 역시도 아사다 지로 작가의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었죠.
인물의 내면심리를 작가의 필체를 통해 차근차근 묘사할 수 있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외적인 행동으로 내면을 그려내는 쪽을 택해야만 합니다. 칼을 휘두르고 난 뒤 카메라가 어디로 향하는지 그때 배우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등등으로 아사다 지로가 의미했던 섬세한 감성의 세계를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어려움이 있다보니 이 영화의 출연배우들은 일본 영화계에서도 믿을만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출연을 했습니다.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 역에는 나카이 키이치가 캐스팅되었고 사이토 하지메 역에는 사토 코이치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시즈와 미츠 1인 2역을 담당한 여배우 나츠카와 유이 역시도 안정된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이며 누이 역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의 경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전차남, 링, 역도산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배우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배우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 역을 맡은 나카이 키이치 때문에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닌자들의 얘기를 다룬 올빼미의 성이란 영화가 국내 극장에 개봉했었을 때 우연히 그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었죠. 참고로 올빼미의 성 역시도 시바 료타료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나카이 키이치 그리고 사토 코이치의 경우 나름의 검술 실력이 있는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검을 쓰는 캐릭터를 종종 맡기도 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나는 매력을 선보였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사이토 하지메 역의 사토 코이치입니다. 막부말의 혼란이 끝난 뒤, 절름발이 노인이 된 사이토 하지메는 아픈 손자를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게 되었고 그 병원에서 과거 신선조에서 활동하던 당시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죠.
막부말기 신선조는 일종의 극우 테러조직 같은 세력이 아니었나 싶어요. 본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무사 정도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치개혁을 꿈꾸는 인사들을 무참히 살해한다든지 내부의 배신자를 참혹하게 베어버리는 그들의 행동들은 오늘날의 기준에선 무시무시한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쿠가와 막부 시대가 끝나고 일왕 중심의 정치체제로 바뀌는 격변기에 이 신선조 무리는 막부를 지키는 마지막 송곳니가 되려고 합니다. 그 송곳니의 리더는 곤도 이사미란 인물로 신선조를 소재로 다루는 작품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 밑에 사이토 하지메 같은 조장들이 있었는데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키이치)란 인물이 새롭게 신선조 조직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기존 신선조 사람들에겐 시골 촌뜨기처럼 보이는 존재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돈을 엄청 밝히기도 합니다. 배신자의 목을 베는 일을 해내고는 칼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며 참수의 대가에 새 칼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까지 받아내곤 했었죠. 촌뜨기 같기도 하고 구두쇠 같기도 한 이 허당 캐릭터는 그야말로 엄격 근엄 진지 그 자체인 사이토 하지메에겐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였답니다. 사이토 하지메는 이 인물 옆에 바짝 붙은 뒤 칼을 뽑아 혼쭐을 내보려고도 하지만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검술 실력은 당대의 칼잡이 사이토 하지메의 선제 공격을 눈치채고 발도(拔刀)를 회피할 수 있을 정도였죠. 노인이 된 사이토 하지메의 회상으로 시작된 영화는 요시무라 칸이치로를 향한 사이토 하지메의 견제와 갈등, 그리고 막부말 혼란 속에 생겨난 묘한 공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토록 밉게 보였던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생계 제로 인해 자신의 지역을 벗어난, 아픈 과거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모리오카 난부 번 출신의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명색이 사무라이였지만 바뀐 시대 속에 생계 걱정을 하는 인물이었으며 급기야 당시 기준에서는 배신행위로 불릴, 탈번을 하게 되었죠. 자신의 고향을 떠난 뒤 신선조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험한 일을 하며 돈을 모으는 요시무라 칸이치로. 그런 그의 뒤에서 사이토 하지메는 그야말로 도끼눈을 뜨고 요시무라를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되었죠.
그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사이토 하지메의 여인 누이(나카타니 미키)에 관한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신선조를 둘러싼 내분과 복수에 관련된 사이토 하지메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됩니다. 이 복잡하고도 위험한 상황 속에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누이의 장례를 치뤄줍니다.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누이의 모습에서 고향에 두고 왔던 아내를 떠올렸던 것이었죠.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번주의 양자로 입적이 되었고 그 친구가 좋아했던 시츠(나쿠카와 유이)는 요시무라 칸이치로를 사랑했었답니다. 번주가 될 인물의 첩이 될 것이냐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요시무라의 아내가 될 것이냐는 선택지 속에 시츠는 후자를 택했었습니다만 이 두 연인에게 닥친 가난은 엄청난 것이었기에 시츠는 자살을 택하기까지 했었죠.
도망치듯 번을 벗어나서 사무라이로서의 명예를 더럽혔던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한 번 더 사무라이의 명예를 더럽히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지만 신선조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었죠. 막부가 이미 일왕에게 권력을 넘기는 상황이 되었지만 신선조 무리는 저항을 계속했고 급기야 정부군의 화포 속으로 요시무라 칸이치로가 무모한 돌격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답니다. 사무라이답지 않게 돈을 밝히는 요시무라의 모습에 그를 미워했던 사이토 하지메는 가장 위험한 순간 사무라이로서의 돌격을 감행하는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이죠.
이후 신선조는 사라졌습니다. 절름발이 노인네가 된 사이토 하지메는 어린 손자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자신이 몰랐던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의 의사와 그의 아내는 바로 요시무라 칸이치로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돈을 밝히는 수전노 검객으로 행동했던 것이었죠. 기존 신선조 관련 작품의 휘황찬란한 검술 대결이 아닌, 요시무라 칸이치로와 사이토 하지메의 관계가 변화되는 것과 요시무라 칸이치로로 대표되는 아버지의 마음에 중심을 두고 영화를 보시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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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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