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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연인 (2004)
감독
장예모
제작 / 장르
중국
개봉일
2004년 9월 10일
평균
별점6.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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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의 영화 연인 십면매복은 유덕화와 금성무, 장쯔이라는 화려한 캐스팅과 아름다운 화면 때문에 개봉 당시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은 사실 이연걸과 양조위, 장만옥과 장쯔이를 캐스팅해서 만들었던 영웅에서 이미 보여줬던 것이지요.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귀주이야기, 인생, 책상 서랍 속의 동화, 행복한 날들 등 자신이 만들었던 기존의 영화 세계에서 180도 바뀐 영웅 때문에 장예모 감독의 예전 영화들을 좋아했던 많은 영화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더랬습니다. 장예모는 이후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맡는 등 국민(!) 감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 민족이 섞인, 정확히는 힘으로 누르고 있는듯한 현 중국 체제를 진시황의 진나라를 내세워서 표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영화 영웅의 경우 중국 정부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죠. 지난 날 자유분방했던 홍콩 영화를 통해 중화권 영화에 입문했거나 붉은 수수밭 등 그가 보여준 초창기 영화를 통해 장예모란 이름을 알게 된 사람들에겐 영웅이 보여준 그러한 메시지들은, 장예모를 배신자라고 부를만큼 놀라운 것이었답니다.


 


여기 또 한 명의 배신자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있던 인물이죠. 얼마나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있었는지 그 자신도 헷갈릴 지경입니다. 정확하게는 두 명이라고 해야겠지요. 당나라 정부의 관리로 반란세력 비도문에 잠입했다가 비도문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과, 비도문의 일원이었으나 당나라 정부군의 관리가 되었고 다시 비도문을 만나 자신을 확인받는듯 했으나 질투심 때문에 비도문의 여인을 죽이고 마는 남자... 복잡한 운명의 두 남자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유덕화와 금성무, 장쯔이가 연기한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삼각관계는 공리 장예모, 첸카이거의 관계에 빗대어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화권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공리와 장예모가 한때 연인 관계였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장예모가 키워낸 배우이자 장예모의 연인이었던 공리는 장예모와 결별한 후 장예모의 영화적 동지인 첸카이거의 영화에 출연하게 됩니다. 장예모와 첸 카이거는 비록 가정 형편은 달랐으나 영화를 배운 곳도 영화를 만든 시기도 같았지요. 같이 배우고 서로 돕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경쟁하게 됩니다. 그 시절 장예모의 작품도 좋았지만 첸카이거의 작품은 장예모의 작품을 잊을만큼 좋았답니다. 장국영과 공리가 함께 했던 패왕별희 같은 경우는 대단한 작품이었죠.


 


유부남이었던 장예모는 부인과 이혼하면서까지 자기가 키워낸 여배우 공리의 사랑을 얻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얻어낸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장예모와 결별한 공리는, 하필이면 장예모의 라이벌인 첸카이거 연인이 되고 말았지요. 물론 장예모와 공리의 사이에서 그렇듯 첸 카이거와 공리의 인연은 공리가 출연한 영화를 통해 형상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영화 거장 사이를 오가던 여배우가 그 중 한 명에게 안착을 했느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두 감독 모두 그녀를 붙들진 못했습니다. 그녀는 바람처럼 두 남자의 품을 떠나갔지요.


 



 



 



 



 


 


공리를 잃은 장예모 감독은 장쯔이라는 신인 배우를 서둘러 발굴합니다. 그리고 공리에게 그랬듯 자신의 주요 작품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지요. 그 장쯔이가 바로 이 영화 연인 십면매복의 여주인공입니다. 유덕화와 금성무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검객 장쯔이, 장예모와 첸 카이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리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예모가 유덕화인지 첸카이거가 유덕화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 여인을 둘러싼 두 남자라기보다는 한 남자의 갈려진 두 마음이라고 해도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여인에 대한 사랑에 빠진 남자와 자기 대신 다른 남자, 그것도 자신의 동지이자 경쟁자를 택한 여인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한 남자... 두 남자 모두 장예모의 마음 속에 위치한 인물일 것입니다.


 


우리로 비유하면 중앙정보부 요원이 반국가 행위를 하는, 일명 빨갱이가 그곳에 있다 하여 정체를 숨기고 고급 요정에 잠입하는 일과 흡사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문제의 맹인 댄서를 만난 남자는 진상 손님으로 가장하여 그녀를 희롱하는데 이 맹인 댄서의 춤과 노래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습니다. 남자가 여인을 덮치려는 그 순간 또다른 남자(유덕화)가 나타납니다. 풍기문란을 단속하려고 나온 관리임을 내세워 맹인 댄서를 체포하려는 그 순간 마담의 기지로 춤판이 벌어지고 더 한층 업그레이드된 맹인 댄서의 춤과 노래가 펼쳐집니다. 술안주 땅콩을 집어던지는 남자와 그 땅콩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여인의 모습은 가히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볼만한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 여인은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로 치면 남영동 어디 쯤 되는 살벌한 곳으로 끌려갑니다. 여인을 풀어주고 그 뒤를 쫒아 반정부 세력의 뿌리를 뽑자는 계획 아래 진상 손님을 연기했던 남자(금성무)가 여인을 도망치게 해줍니다. 맹인인 여인을 도와 곳곳에 매복된 군경(軍警)을 피해 달아난 끝에 반정부 세력의 아지트를 찾게 되지요. 문제는 이렇게 찾아가게 되는 동안 여인과 남자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연기로만 생각했는데 그 연기에 취해 정말 사랑하게 된 것이죠.


 


맹인을 연기했던 여인은 그 남자가 자신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 두 눈 뜨고 다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또다른 남자(유덕화)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사실 반국가단체 비도문의 첩자였었죠. 여인을 잡아와선 모진 고문을 할듯 고함을 지르던 그가 비도문의 첩자였다는 것도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설정인데 그 남자가 이 여인의 오랜 연인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동지이자 라이벌이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남자는 분노하게 되죠.


 



 


 


눈 먼 맹인을 연기하던 여인(장쯔이)은 비도문 맹주의 딸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인을 도와주는 연기를 했고 또다른 남자는 그녀를 쫒는 연기를 했었지요. 여인의 마음이 다른 남자를 향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여인에게 이렇게 따집니다. "난 3년 동안 기다렸고 그와 너는 3일인데 믿을 수 없다."라고 말이죠. 공리를 향한 오랜 사랑에도 불구하고 공리의 사랑이 경쟁자인 첸 카이거에게 향했을 때 장예모의 심정이 이러했겠지요.


 


봄꽃 느낌 가득한 고급요정 모란방에서 시작한 영화는 신록의 여름을 지나 낙엽이 우거진 가을로 접어듭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을 무렵에는 눈이 비처럼 날리는 겨울로 접어들지요. 단풍과 낙엽으로 가득한 산 속에서 유덕화, 금성무, 장쯔이 세 사람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장예모에게 있어 연인 공리의 대체재인) 장쯔이에게 유덕화가 이렇게 말하죠.


 


"너는 내 일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날 사랑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와 같이 가면 안된다!


그와 함께 가려면 죽어야 한다!"


 


너 때문에 여인이 배신했노라고 남자는 칼을 빼어들고 또다른 남자에게 향합니다. 아름다운 여인과 새롭게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녀와 함께 떠나려고 했었습니다.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떠나 바람처럼 살 것을 얘기하는 남자에게 새로운 사랑을 느낀 맹인 여인(장쯔이)는 오랜 연인(유덕화)의 칼에 스스로의 몸을 날립니다. 그리하여 여인의 사랑을 위해 싸우던 두 남자 모두 여인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두 남자는 관군도 반란군도 아닌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싸우게 되지요. 바람처럼 살고 싶다던 여인은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칼에 찔려 쓰러집니다.


 


계절이 바뀌어 하얀 설원으로 배경이 바뀌었을 때 그녀는 가슴에 칼이 꽂힌 채 두 남자 앞에 나타납니다.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남자의 사랑을 단념시키기 위해 그녀는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던집니다. 뽑아버린 칼로 인해 죽음은 앞당겨지게 되었고 여인은 아련한 미소와 함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옛 사랑을 잊지 못해,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랑을 택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남자는 눈길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갑니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헛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두 눈 멀쩡히 뜨고 맹인 연기를 하던 모란방의 무희였으니 이 남자가 그 남자고 저 남자가 이 남자라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었을텐데 여인은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집니다. 관군이었다가 반란군 첩자였다가 다시 관군 행세를 하는 남자들의 신분 변화 역시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요. 공을 들여 연출한 장면들이 아름답긴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는 엉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당나라 무희의 아름다운 춤사위, 유덕화와 금성무의 검술 대결, 죽창이 날라와 꽂히는 대나무밭에서의 추격전이 아닌, 공리와의 사랑에 웃고 울던 장예모의 심리 상태를 추측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속 화려한 영상 뒤엔,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잃고 그 여인이 사랑하는 또다른 사랑에 대해 질투하는 한 남자의 찌질함이 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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