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코너

크눌프
- 작성일
- 2013.12.23
천녀유혼 3 - 도도도
- 감독
- 정소동
- 제작 / 장르
- 홍콩
- 개봉일
- 2015년 4월 30일
영화 하나 흥행에 성공하면 사골 우려먹듯 속편을 만들어내던 홍콩 영화계의 고질적인 풍습에 따라 천녀유혼 역시 속편에 속편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포송령의 요재지이 속 짧은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SFX 효과를 가미한 천녀유혼 1편은 당시 문화 현상의 하나가 되었으며 1편의 섭소천이 환생한 것이다 아니다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천녀유혼 2 인간도 편 역시 나름 수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었죠. 1편에선, 나무귀신(유조명)에게 붙잡혀 남자들을 유혹하던 귀신 섭소천이 순진한 총각 영채신과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급기야 영채신 일행과 손을 잡고 나무귀신 등을 물리쳤으나 섭소천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얘기였다면 이어진 2편 인간도 편에선 영채신이 섭소천을 빼닮은 여인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던 끝에 그녀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문제는 그후 만들어진 3편입니다.
1,2편에 퇴마사 연적하 역할로 출연했던 우마란 중견배우가 왕조현을 데리고 나가서는 화중선(畵中仙 Picture Of A Nymph)이란 영화를 만듭니다. 왕조현이 그림 속의 미녀귀신 역을 맡았다는 점에선 이건 천녀유혼의 인기에 편승하여 만들어낸 아류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영화였지요. 우연히 본 그림 속의 여인이 섭소천이라서 영채신이 섭소천을 더욱 더 그리워하게 된다든지 그림 속의 여인을 매개로 하여 영채신의 순정을 확인하게 된다든지 하는 내용이 천녀유혼 시리즈에 나와있으니 화중선은 섭소천 캐릭터에 좀 더 오랫동안 머물기 원했던 관객들에게도 약간은 실망을 줬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국민 첫사랑 수지가 건축학개론에서 건축학 교수님으로 나왔던 중견배우가 제작하는 90년대 배경 캠퍼스 연애물에 연이어 출연했다고 해보세요. 전람회의 노래 대신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함께 들으며 수줍게 사귀던 중 돈많은 선배 때문에 갈등을 겪은 끝에 헤어지고 말았다. 제주도가 아닌 전라도 광주를 배경이다. 이런 식으로 바꿔서 말이죠. 이러면 건축학개론을 통해 느꼈던 관객들의 감동도 반감될 테고 배우로 발돋음하려던 수지 역시 한가지 캐릭터에 갇혀 이미지를 소진하고 말 것입니다.
이때의 왕조현이 딱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귀신 역할로 인기를 얻게 되니 귀신 역할만 계속 맡게 되는 것이죠. 천녀유혼 1편과 2편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중간에 다른 감독 밑에서 촬영한 화중선 같은 경우는 경력상 잘못된 선택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서극과 정소동을 비롯한 천녀유혼 사단 입장에서도 천녀유혼의 히로인이 비슷한 컨셉의 다른 영화를 찍으며 이미지를 소진시키고 있었으니 갑갑했을 테구요. 화중선이 천녀유혼과는 다른, 특별히 변별력이 있는 영화거나 칸느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면 그렇게까지 흉될 일은 아니겠지만 우마 제작, 우마 감독, 우마 주연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홍콩 영화계의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불리던 서극과 정소동이 제작과 감독을 맡은 영화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요. 아무튼 그렇게 화중선으로 외도 아닌 외도를 하고 돌아온 왕조현은 천녀유혼 시리즈에 복귀합니다. 왕조현은 물론이고, 2편 계약서에 도장이 찍혀져 있었는지 화중선 사건 이후에도 퇴마사 연적하 역으로 우마가 천녀유혼 2편에 출연을 하는데 화중선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1편에 비해서 엄청 분량이 줄어듭니다. 퇴마사 역으로는 장학우가, 검술의 달인 캐릭터는 이자웅이 맡아서 열연을 하고 퇴마사 연적하 역을 맡은 우마는 후반부에 살짝, 마치 카메오처럼 짧게 출연을 했었지요.
1990년에 천녀유혼 2편 인간도 편이 완성되고 이어 1991년에 천녀유혼 3편 도도도 편이 개봉됩니다. 천녀유혼 1편이 1987년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2편과 3편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빠듯한 제작 시간 때문에 스케줄 조절이 어려웠는지 계속되는 속편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영채신 역을 맡았던 장국영은 이 3편에 출연하지 않게 됩니다. 사실 이때가 장국영이 은퇴선언을 할 정도로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꼈던 시기, 즉 종횡사해가 장국영의 마지막 은퇴작이라는 얘기가 돌았던 바로 그 시점이니 천녀유혼 3편에 출연하라고 강요를 할 수도 없는 없는 노릇이었죠. 장국영 대신 왕조현과 합을 맞추게 된 배우는 바로 양조위입니다. 왕가위의 중경삼림 이후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양조위지만 당시 장국영만큼의 큰 인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거기에 영채신 역의 장국영이 만들어 놓은 천녀유혼 시리즈이다보니 장국영 없는 캐스팅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관객들이 많았지요. 양들의 침묵에 출연했던 조디 포스터 대신 속편 한니발에 출연한 줄리안 무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지요. 줄리안 무어는 나름 좋은 배우이지만 한니발 렉터를 상대하는 클라리스 스탈링 역할은 조디 포스터 이미지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메가폰을 잡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무리 연출을 잘해도 관객들은 조디 포스터를 생각하며 아쉬워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클라리스 스탈링의 상대인 한니발 렉터 역할에 안소니 홉킨스가 그대로 나오듯 미녀귀신 역의 왕조현이 그대로 나오니 말이죠.
영화가 시작되면 3분 정도 장국영과 왕조현이 영채신과 섭소천 역을 맡았던 1편의 장면들이 보여집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2편에서도 이뤄졌었는데 2편이 오프닝에서 1편의 비극적 로맨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하이라이트를 보여줬다면 3편은 1편 후반부 나무귀신과의 대결 장면에 집중해서 하이라이트를 보여줍니다. 2편이 잊지못할 사랑에 대한 영채신의 순애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3편은 나무귀신과의 못다 끝낸 싸움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1편에서 섭소첩을 조종하는 나무귀신 역을 맡았던 유조명은 2편에선 압송 중인 죄수로 출연하더니 3편에선 예의 그 나무귀신 분장을 하고 미녀귀신들을 이용해서 남자들의 기를 빨아 먹고 있습니다. 1편에서 분명 나무귀신(유조명)을 물리치고 악귀들의 소굴에서 착취당하던 혼령들을 해방시켰다고 믿고 있던 관객들에겐 아쉬운 얘기지만 3편에선 고스란히 1편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과언일까요. 1편 초반부 서생 하나를 유혹하던 장면은 스케일을 키워 도적떼로 인원이 늘어납니다. 1편의 섭소천보다 노출이 살짝 심해진듯한 복장의 왕조현은 백 년 후의 시간으로 설정된 이 영화에서 소천이 아닌 소탁이란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같은 배우,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극락왕생을 했을 것이라는 섭소천 이름을 다시 사용하긴 뭐했는디 뒤의 글자 하나를 바꿔 놓으니 한니발 렉터에서 렉터스키로 이름을 바꾸고 양들의 침묵 속편이라고 내놓았던 모 짝퉁 소설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무튼 천녀유혼 시리즈를 오늘날 상황으로 비유하면,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남자를 유혹해 등쳐먹는 일을 맡고 있는 여종업원과 육체적인 쾌락에 무관심한 초식남이 순수한 사랑을 나누게 되고, 급기야 사기계약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는 악질 업주, 그리고 그 업주 뒤에 도사리고 있는 조폭 세력을 퇴치하는 뭐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천녀유혼 1편이 다방 레지와 다방 마담 수준이었다면 3편에선 고급 룸살롱 수준으로 스케일을 키웁니다. 소탁(왕조현) 외에도 두 명의 미녀 호스테스(!)를 두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이지(利智) 다른 한 명은 유옥정이란 배우가 맡았습니다. 참고로 이지는 소림사, 황비홍 시리즈로 유명한 이연걸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이지란 배우는 동양인스럽지 않은 글래러스한 체형을 가진 배우로 여기선 왕조현의 라이벌 귀신 역할을 맡아 나름의 존재감을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2편에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며 사라지는 캐릭터를 맡았던 장학우입니다. 장학우는 이번 3편에선 연적하 이름을 달고 퇴마사 역할을 연기합니다. 1, 2편에서 우마가 맡았던 바로 그 연적하 캐릭터를 장학우가 연기하게 된 것입니다. 나이 지긋한 배우에게 연적하 캐릭터를 맡겨놓았던 1, 2편과는 분명 다른 설정이죠. 연적하를 젊은 퇴마사로 설정하는 인물 구성은 이후 유역비가 섭소천 역할을 맡은 천녀유혼 리메이크 버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거기선 아예 퇴마사 연적하(고천락)와 귀신 섭소천(유역비) 두 사람이 과거 연인 관계로 설정되어 있답니다.
장국영 대신 천녀유혼 시리즈에 뛰어든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승려 역할을 맡아 머리를 빡빡 밀고 나옵니다. 장국영이라면 별다른 설정이 없어도 여체의 유혹에서 자유스러울 것 같지만 양조위는 승려 캐릭터를 통해 여인의 육체적인 유혹을 버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물 속 키스씬 등 자연스러우면서 낭만적으로 맺어졌던 영채신과 섭소천과는 달리 이 3편에선 정말 지독할 정도로 여자귀신이 주인공을 노골적으로 집요하게 유혹합니다. 옷을 벗기고 입맞춤을 하고 귀를 빨고 민머리를 애무하기까지 하지요. 3편에선 여자 귀신들의 복장이 1편보다 노출이 심해져서 다들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의상을 입었는데다가 왕조현이 연기한 미모의 여자귀신도 예전보다 농염해졌고 여기에 글래머러스한 체형의 라이벌 여자귀신(이지) 역시 경쟁하듯 뇌쇄적인 유혹에 가담하는지라 그런 상황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스님 (양조위) 캐릭터가 존경(?)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요.
양조위가 연기한 십방 스님은 사부님인 백운대사(유순)과 함께 길을 걷다가 곽북현이란 곳에 들리게 되었는데 이곳은 근처에 요괴들의 소굴 난약사가 있는 바로 그 곳이었죠. 곽북현은 무법지대였고 강도와 살인이 횡행하는 곳이었습니다. 1편에서 수금하러 왔던 영채신(장국영)에게 돈을 주기는커녕 죽을 것이 뻔한 난약사로 영채신을 내몰았던 사람들이 바로 곽북현 주민들 아니겠습니까. 금불상을 운반 중이던 스님 일행은 무법자들의 도시 곽북현을 피해 외딴 난약사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백 년 전보다 더 번창하고 있는 난약사의 귀신들이 이런 스님들을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공력이 높은 백운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젊은 스님 십방(양조위)에게 소탁(왕조현)이 접근합니다. 자기도 요괴인 주제에, 요괴가 나타났다면서 스님의 품에 안기는 소탁(왕조현). 스님이 머뭇거리는 동안 스님의 옷을 벗기고 그 뺨을 부여잡고 입술을 갖다대지요. 아랫도리 속옷 하나로 겨우 사타구니만 가리고 있는 상황에 반아바라밀 주문을 외우며 소탁의 유혹에 맞서던 십방은 자신의 주문에 소탁이 너무나 괴로워하자 주문 외우기를 멈추고 소탁을 문 밖으로 내보냅니다. 여자를 몰라도 이렇게 모른다 싶은 십방을 향해 코웃음을 날리며 날아가던 소탁은 백운대사의 공력이 담긴 지팡이에서 나오는 염력 때문에 괴로워하게 되는데 십방이 나타나 스승의 지팡이를 땅에서 빼고 그것을 보이지 않게 등 뒤로 감추면서 소탁을 풀어주지요.
이렇게 1차 유혹이 끝난 뒤 낮이 밝았는데, 난약사에서 스승님을 기다리며 혼자 있다가 잃어버린 금불상 때문에 고민하던 십방(양조위)은 불상을 찾아 난약사로 다시 들어옵니다. 스승님에게는 차마 금불상을 잃어버렸다는 말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십방은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난약사로 다시 돌아온 것이죠. 스승인 백운대사는 갑작스럽게 아프다는 제자를 위해 공양을 얻으려고 곽북현 시내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십방은 요괴가 출몰하는 난약사에 홀로 들어가게 됩니다. 난약사로 금불상을 찾으러 들어간 십방은, 이제 더욱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소탁의 2차 유혹을 만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금불상을 찾긴 찾았지만 계단에서 떨어뜨릴 때의 충격 때문인지 금불상은 부서진 상태였습니다. 미녀 귀신 소탁이 웃옷을 벗기고 입을 맞추고 끌어안고 온갖 유혹을 하지만 십방(양조위) 머리 속엔 온통 금불상에 관한 고민 뿐이라고나 할까요.
공양을 위해 곽북현 시내에 갔던 백운대사는 도력을 과시하고 있던 젊은 퇴마사 연적하(장학우)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의 초반부 강도들을 쫒으며 귀신을 향한 도력은 물론 무공 또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던 연적하는 자신보다 도력이 높은 백운대사를 만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구나 탄식을 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부 십방과 백운대사, 연적하, 연적하가 쫒고 있는 도적떼가 등장하는 장면이 살짝 나왔지요. 이렇게 백운대사와 연적하가 인연을 쌓고 있을 때 난약사에선 십방(양조위)과 소탁(왕조현)이 인연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아무리 이리저리 끼워맞춰봐도 제대로 되지 않는, 깨진 금불상 앞에서 고민하는 십방(양조위)과 그런 십방을 바라보는 요괴 소탁(왕조현)이 이런저런 얘기를 통하며 정을 쌓고 있었지요.
백운대사가 난약사로 돌아오고, 도력이 높은 백운대사는 난약사가 요괴들의 소굴임을 깨닫게 됩니다. 십방(양조위)과 인연이 닿은 소탁뿐만 아니라 나무귀신(유조명)의 무리까지 난약사로 몰려오는 가운데 퇴마사 연적하(장학우)까지 도착해서 한바탕 요괴와의 도력 대결이 이뤄집니다. 백운대사는 금불상을 들고 요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깨진 불상의 갈라진 틈으로 큰 상처를 입고 눈이 멀고 맙니다. 십방은 뒤늦게, 깨진 불상을 붙이려고 곽북현에 갔다가 붙이라는 불상을 붙이기는커녕 불상을 녹여버린 곽북현 사람들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탓에 금불상의 불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자 십방은 자신의 몸에 금불상의 금을 넣어 그 자신이 하나의 큰 금불상으로 변하게 됩니다. 스승인 백운대사마저 요괴들과의 사투 끝에 시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스스로 금불상으로 변하여 불력을 증폭시킨 십방(양조위)의 공력은 요괴 퇴치에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나무귀신(유조명)을 무찌르고 나면 그보다 더 강한 흑산노요가 등장합니다. 십방이니 소탁이니 이름 몇 개랑 흑산노요의 겉모습이 바뀌긴 했지만 천녀유혼 1편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랄까요. 여기에 유골이 담긴 단지를 앞에 두고 남자 주인공이 누가 누구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까지 넣어놓았으니 3편은 1편을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특이하게도 영화 초반부 왕조현, 유옥정 두 배우가 연기한 미녀 귀신들이 살짝 동성애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왕조현, 이지 이렇게 라이벌 관계인 귀신을 맡고 중간에 낀 유옥정이 연기한 귀신 소란은 왕조현과 동성애적인 느낌까지 주는 관계이지만 소탁(왕조현)이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갈등이 생긴 과정에서 소탁(왕조현)의 편을 들지 않고 소탁의 라이벌인 소접(이지)의 편을 들고 맙니다. 이후 소란은 나무귀신 일행에게 크게 상처를 입게 되는데 상처를 입은 동료귀신(유옥정)을 끌어안는 소탁(왕조현)의 모습에서 초반부에 나왔던 그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기억된다고나 할까요. 소란(유옥정)은 소탁(왕조현)을 사랑하지만 그런 소탁이 인간인 승려 십방(양조위)에게 반하고 말으니 자신의 사랑을 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소탁이 미워서 소란은 소탁을 감싸지 않고 솔직하게 소탁의 죄를 증언해버리고 말았다고 봐야겠지요.
장국영이 빠지고 양조위가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은데다가 연적하 캐릭터의 캐스팅이 꼬이면서 장국영, 왕조현이 만들어놓은 기존 천녀유혼 팬들에 전편에 비해서 아쉬운 점은 분명 있습니다. 조금 더 화려해지고 조금 더 농염해지긴 했지만 백년이란 세월 뒤로 설정했음에도 거의 동어반복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개인적으론 백년 후가 아니라 천녀유혼 1편의 시대보다 과거로 설정해서, 우마가 연기한 늙은 퇴마사 연적하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연적하와 나무귀신과의 끈질긴 악연 같은 것을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채신 이전에 섭소천과 인연을 맺었던 승려가 있었더랬다 이렇게 말이죠. 곽북현 전체를 요괴들의 소굴로 만들려는 계획을 가진 나무귀신과 격전을 치르고 그 결과 나무귀신 일당은 곽북현 외곽 좁디좁은 난약사로 도망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철없는 퇴마사 연적하가 성장하게 된다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어 요즘 식으로 제목을 붙인다면 연적하 비긴즈 내지 난약사 비긴즈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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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