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1. 영화 리뷰 코너

이미지

영화 정보
첩혈쌍웅 2 - 첩혈속집
감독
오우삼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1992년 7월 4일
평균
별점6 (0)
크눌프


 



 



 


예,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 첩혈속집입니다. 첩혈쌍웅의 흥행 성공으로 인해 국내 개봉 당시 첩혈속집이란 제목이 붙여져서 상영되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제목은 辣手神探입니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랄수신탐 쯤 되는 생소한 한자어가 되니, 국내 배급사에서 이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긴 하네요. 참고로 이렇게 이름 바꿔 개봉해서 흥행한 영화로는 천장지구란 영화가 있습니다. 코피가 멈추지 않는 유덕화가 연인을 위해 웨딩드레스 샵 유리를 깨고 그렇게 훔쳐낸 웨딩드레스를 입힌 연인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우고 코피 흘리며 가는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였었는데 원제는 천약유정(天若有情)이었죠. 아무튼 각설하고 첩혈속집의 경우 전작(前作) 첩혈쌍웅이 워낙 큰 인기를 모았었고 그 인기를 반영하듯 속편을 의미하는 속집이란 단어를 붙여 첩혈속집이란 제목으로 개봉을 했었으니 그 시절 관객들은 당연히 첩혈쌍웅과 관련이 있는줄로만 알았을 것입니다. 여기에 주윤발까지 출연했으니 말이죠. 우리네 영화팬들은 첩혈쌍웅, 첩혈가두, 첩혈속집... 이렇게 오우삼이 연출하고 첩혈로 시작되는 영화 세 편을 묶어 오우삼의 첩혈 3부작이라고 부르곤 했었습니다. 원제가 첩혈속집이 아닌 랄수신탐인줄은 생각도 못하고 말이죠.


 


서극이 제작하고 오우삼이 감독을 맡아 만들어진 영웅본색 1편과 2편의 성공 이후 영웅본색 3편의 연출 방법을 놓고 서극과 오우삼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서극은 자신의 스탭들과 주윤발, 양가휘, 매염방을 데리고 영웅본색 3를 촬영했고 오우삼은 양조위, 장학우, 임달화, 이자웅 등을 데리고 첩혈가두를 찍었죠. 미리 출연 계약을 해서였을까요, 주윤발은 서극과 오우삼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영웅본색 3에 출연했습니다. 주윤발이 출연한 영웅본색 3는 남자들과의 의리, 우정, 형제애가 주제였던 1,2편과 달리 여자와의 로맨스가 나오는 것이 기존 영웅본색 팬들에게 거슬렸는 평가를 받았고 주윤발이 출연하지 않은 첩혈가두는 남자들의 의리, 우정, 배신과 복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영웅본색 1, 2편의 느낌이 있었으나 정작 핵심인 주윤발이 출연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겼었죠. 아무래도 이때의 양조위는 지금과 같은 위치가 아니었었기에 극소수 양조위 팬을 제외하곤 존재감이 다소 아쉽기도 했답니다. 참고로, 영웅본색 3에 출연하기도 했고 제인 마치와 함께 연인을 찍기도 했던 양가휘나 천녀유혼 3, 첩혈가두에 출연하던 이 무렵의 양조위나 영어 이름이 토니 륭인데 이 즈음엔 양가휘 쪽이 토니륭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1994년, 방영 첫날부터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사랑이 그대 품안에에서의 차인표가 그랬듯 첩혈속집주윤발도 재즈바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이름은 데킬라인데 그래서일까요, 술 마시는 장면도 제법 나옵니다. 재즈주윤발이라고 하니 임영동 감독의 용호풍운(1987)도 얼핏 생각나네요. 여기에 하나 더 공통점이 있다면 주윤발이 경찰이란 점입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암흑가의 의리남, 멋쟁이 살인청부업자 이미지가 강했던 주윤발이 경찰복을 입고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죠. 홍콩영화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라면 용호풍운(1987)과 첩혈속집(1992) 사이에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경찰 신분을 속이고 범죄조직에 잠입, 비밀스런 임무를 해내는 캐릭터의 존재입니다. 영화 무간도의 개봉 이후 그런 류의 비밀경찰 캐릭터가 나오면 무간도를 흉내냈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나오는데 해당 캐릭터의 역사는 무간도 이전에도 많았었죠.


 


임영동 감독의 풍운 시리즈 중 하나인 용호풍운(City On Fire)에선 주윤발이 비밀경찰로 범죄조직에 잠입했고 이 영화 첩혈속집에선 양조위가 바로 그 비밀경찰 캐릭터로 홍콩영화 팬들을 맞이합니다. 영화 초반 그리고 중반 잠깐 얼굴을 비추는 오우삼 감독 본인의 등장씬이 없다면 임영동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죠. 범죄조직에 잠입한 비밀경찰의 존재, 재즈와 주윤발의 만남 등 이런 점을 따지고 보면 첩혈속집이 아니라 용호속집(?)이라고 불러도 될 지경인데 한국에선 오우삼은 알아도 임영동의 이름은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라 용호풍운의 이름은 그 시절 우후죽순처럼 나왔던 주윤발, 유덕화, 이연걸, 주성치의 이름을 내건 비디오대여점 진열장 영화처럼 우리네 기억에서 사라져갔답니다. 사실 뭐 첩혈속집 역시 이젠 우리들 기억에서 가물가물져서 비밀경찰 소재 홍콩영화의 대명사 같았던 존재감을 무간도에게 뺏기고 말았죠.


 



 



 


화려한 밤거리와 범죄조직의 범람이 기사 1면에 실린 신문을 통해 홍콩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 오우삼 감독은 우리로 치면 24시간 순대국밥 같은 식당으로 카메라를 옮깁니다. 그리고 새장을 들고오는 남자가 보입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주윤발동료형사가 서로 눈짓을 하죠. 단순히 새를 사고 파는 것만이 아닌 무기가 밀매되는 현장임을 눈치챈 주윤발과 동료는 식당 곳곳에 위치하고 있던 총기밀매단과 총격전을 펼칩니다. 오우삼 특유의 총격전이 펼쳐지는데 영화 초반부터 상당히 많은 총알을 사용합니다. 이 영화에는 3번의 큰 총격전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식당 총격전만 해도 다른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될만큼 큰 규모에요. 오랜만에 만난 주윤발이 반가웠을까요? 오우삼 감독은 그와 주윤발이 첩혈쌍웅 등에서 보여줬던 계단 타고 내려오며 총쏘기, 양손으로 총 쏘기, 총알 제한 없이 총쏘기 등을 보여줍니다. 격렬한 총격전 끝에 주윤발의 동료형사는 마약밀매조직의 총탄에 맞고 숨지고, 혼자 남은 주윤발은 자신의 동료를 무참히 살해한 범죄자의 면상에 총알을 쏴버리죠. 밀가루가 묻어 얼굴이 허옇게 변해버린 주윤발의 얼굴에 범죄자의 피가 튑니다.


 


골든타임, 미생 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견배우 이성민씨가 몸집을 좀 불리면 비슷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은 경찰간부(진흔건 陳欣健)가 주윤발의 상관인데 이 간부는 영웅심에 취해 독자적으로 행동해서 동료경찰을 희생시켰다고 주윤발을 질책합니다. 동료도 잃고 상관에겐 혼나는 경찰 주윤발, 어째 좀 피곤한 삶인 것 같습니다만 더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경찰이 아닌 범죄조직 밑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양조위는 살인청부업자 일을 하고 있었죠. 단순히 킬러 업무를 맡는 것만 아니라 이 조직과 저 조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범죄조직 속으로 잠입해서 원래 모시던 보스 조직과 황추생이 이끄는 신흥 조직 사이에서 황추생 쪽에 가담하고 말았죠. 비밀경찰 입장에선 범죄를 더 크고 잔인하게 자행하는 쪽에 잠입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조직간의 싸움에서 황추생이 승리하던 날, 양조위는 옛 보스를 살해하는 공(功)을 세웁니다. 그리곤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이 괴로와서인지 자신의 요트로 돌아와 절규의 고함을 내지르죠.


 



 



 


믿었던 측근 양조위가 자신에게 총을 겨루자 모든 것을 체념한 보스는, 자신을 죽이되 나머지 인원을 살려달라고 합니다. 범죄조직의 일원이긴 했지만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있었던 보스를 향해 총을 겨뤄야만 하는 양조위, 양조위는 떨고 있고 그런 양조위의 모습을 보며 신흥 조직의 보스 황추생은 싸늘히 웃고 있었죠. 나머지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했던 보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저항불능 상태의 옛 조직원들은 황추생의 명령에 따라 살해당합니다. 야심만만하고 잔인한 황추생 밑으로 들어간 양조위는, 황추생의 심복으로 활용됩니다. 만용에 가까울 정도로 무모한 작전을 펼치던 경찰 주윤발이 보스 황추생에게 도발을 걸 때 주윤발을 저지하던 것도 양조위였죠. 백주대낮에 부하들 가득 있는 조폭 보스 황추생에게 시비를 걸던 주윤발은 양조위에게 한 방 얻어맞고 나뒹굴고 맙니다.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깎인 황추생은 권총을 들고 주윤발을 쏴버리려고 하지만 양조위는 그런 황추생을 말립니다. 이때만 해도 양조위가 비밀경찰이란 것은 주윤발도 몰랐을 것입니다.


 


영화의 중반부, 또 한 번의 총격전이 펼쳐집니다. 방탄복을 차려입은 주윤발이 단신(單身)으로 두 조직의 세력다툼 속에 끼여들죠. 옛 조직과 신흥 조직의 싸움, 그리고 보스를 배신한 킬러와 마지막 은의(恩義)를 부탁하는 보스, 그런 보스를 죽이고 조직원까지 몰살하는 잔인한 신흥조직, 여기에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주윤발까지 합쳐져서 거대한 총격전을 펼칩니다. 흥미로운 것은 황추생과 양조위의 영화 속 관계에요. 이 두 사람은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 무간도에서 양조위는 조직에 잠입한 비밀경찰 진영인 역을 맡았고 황추생은 그런 진영인과 끝까지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황반장 역할을 맡았었죠. 무간도 때는 제법 부드러워진 인상이었으나 이때의 황추생은 그야말로 광기어린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모습입니다.


  



 



 


황추생 패거리의 일방적인 학살로 상황이 정리되어갈 무렵, 주윤발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홍콩 영화 특유의 주인공은 총에 맞지 않고 주인공의 총에는 총알이 끝도 없이 나가는 상황, 주윤발은 1대 다수의 상황에서 열심히 싸웁니다. 수 십 명의 조직원들은 수류탄과 총알이 만들어낸 폭연(爆燃)으로 가득찬 창고 안에서 우왕좌왕 도망치기 바뿔 뿐이었죠. 연기 가득한 창고 안에서의 총격전 중에 주윤발에게 위기가 옵니다. 범죄조직의 킬러의 총구가 주윤발의 목에 닿게 된 것이죠. 주윤발도 이에 질새라 급히 권총의 총구를 상대의 머리통에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앗, 그런데 주윤발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는데 총알이 나가지 않네요. 주윤발의 권총이 불발에 그치자 양조위는 냉큼 총을 쏘기는커녕 묘한 웃음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나갑니다. 사실 양조위 입장에선 경찰의 총에 맞아 죽거나 아니면 자신의 총으로 경찰을 쏘거나 둘 중 하나였던 상황이였죠. 양조위가 사라진 뒤 주윤발은 자신의 총을 살펴봅니다. 6발이 들어가는 권총 안에는 총알이 가득 했었는데 방금 방아쇠를 당겼던 바로 그 자리에만 총알이 없었던 것이었죠. 그 한 발의 부재(不在)로 인해 주윤발은 양조위가 혹시 경찰에 비밀정보를 알려주는 스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두 번째 총격전이 지나고 나면 영화는 주윤발에게서 양조위로 영화적 무게 중심을 옮겨갑니다. 비밀경찰의 임무를 띄고 무법천지인 조직 속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거듭되는 살인 속에 양조위는 괴로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죽일 때마다 양조위의 괴로움은 커져갔죠. 법을 지키고 살인을 막기 위해 경찰이 되었는데 자신의 손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으니 괴로울 수 밖에요. 고급 외제차를 몰고 요트를 타고 다녀도 그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요트에 혼자 남은 양조위는 종이학을 접습니다. 종이학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양조위의 괴로움 역시 커져갑니다. 옛 보스를 죽인 날도 그렇게 또 하나의 종이학을 접었습니다. 양조위의 정체를 눈치챈 주윤발은 양조위가 있는 요트를 찾아갑니다. 총격전 대신 대화로 두 사람은 만남을 가집니다. 그러던 중에 경찰인 주윤발을 쫒아온 조직원들이 총격을 가합니다. 양조위는 주윤발을 도와 조직원들을 살해하죠. 그리곤 뒤늦게 또 한 무리의 조직원들이 찾아오자 주윤발을 도망치게 합니다. 그리고 이때 양조위는 주윤발에게 종이학으로 연락을 취하겠노라는 말을 남겼죠.


 



 



 


경찰이라는 관료조직 하에서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윤발에게는 재즈바에서의 오우삼과의 만남이 청량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오우삼이 등장하는 재즈바 장면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선 다소 동떨어진 것이긴 한데 홍콩을 떠나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어떤 영화에 출연할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는지라 영웅본색 1,2편과 첩혈쌍웅 등으로 맺어진 인연을 기념하고자 그런 장면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오우삼은 영웅본색 1편과 2편에도 출연한 적이 있죠. 그 두 영화에선 범죄자인 소마(주윤발)의 뒤를 쫒는 검사로 출연했었는데 이 영화에선 경찰인 주윤발을 위로하고 조언해주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눈여겨볼 것은, 경찰반장 역의 진흔건과 비밀경찰 역의 양조위가 만나는 장면입니다. 건물 옥상 위에서 만난 두 사람, 그리고 비밀경찰 양조위는 조직에 잠입하는 임무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그리고 경찰반장은 그를 위로해주며 생일선물을 주죠. 이 장면은 무간도 1편에서 그대로 나온 장면입니다. 무간도에서 오마주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죠.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하게 진행되어 또 한 명의 비밀경찰이 조직원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도 비밀경찰인, 그래서 자신의 요트에 왔던 조직원을 향해 총을 쐈던 양조위는 비밀경찰로 지목받아 폭행을 당하고 있는 남자를 한껏 두들겨 팬 뒤 권총을 쏩니다. 이때 양조위는 두들겨 패는 척하면서 경찰의 옷 속에, 앞서 선물로 받았던 금속제 라이터를 넣었고 그 라이터가 있는 위치에 총을 쏴서 해당 경찰이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했죠.


 



 



 


비밀경찰로 지목되었던 이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 알려지자 조직의 보스인 황추생은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봅니다. 양조위를 시켜 병원에서 치료중인 경찰을 살해토록 하는 한편 양조위가 차에서 내리자 자신은 양조위를 믿지 않고 있음을 내비치며 또다른 자신의 심복을 보내 일을 마무리하도록 하죠. 앞서의 총격전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은 킬러가 병원으로 향합니다. 상황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줄 모르는 양조위는 앞서 말한대로 종이학을 보내서 주윤발에게 역락을 취하죠. 꽃이 담긴 상자 속에 총을 숨기고 병원으로 향한 양조위, 하지만 그동안 주윤발은 환자를 숨긴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양조위의 뒤에는 어느새 따라온 조직원들이 있었습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양조위는 서둘러 몸을 돌려 총구를 겨누죠.


 


병실에서 다시 만난 주윤발과 환담을 나누는 양조위, 요트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서 합니다. 문제는 양조위의 뒤를 밟은 조직원이 두 명만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꾸눈 킬러 뒤늦게 도착해서 숨겨놓았던 환자, 즉 주윤발의 동료 경찰이자 양조위가 어렵게 목숨을 살려줬던 비밀경찰을 죽여버렸죠. 복장마저 병원관계자의 것으로 바꿔 입어 의사인지 조직원인지 확인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라진 킬러를 쫒다가 시체 안치소 도착한 주윤발과 양조위, 알고보니 이 병원 지하에는 조직원들의 비밀 아지트가 있었고 주윤발과 양조위는 우여곡절 끝에 그 아지트에 잠입하게 됩니다. 들어가긴 들어갔지만 나올 수가 없게 된 상황이 이어지고 이제 병원은 조직원과 경찰의 총격전으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걸어서 나갈 수 있는 환자들은 대피를 시켰지만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신생아들은 대피가 힘들었고 경찰력이 투입되어서야 어렵게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영화 첩혈속집 하면 떠오르는, 영화 포스터 속 한 팔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총을 잡고 있는 주윤발의 모습은 이때 등장하죠. 


 



 



 


엄청난 양의 무기가 있는 지하의 비밀 무기창고에서 고생 끝에 지상(地上)의 병원으로 나온 두 사람은 황추생이 이끄는 조직원들과 총격전을 치르게 됩니다. 시체 안치소에서 무기창고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양조위가 약간의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갇힌 공간에서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두 사람의 관계는 진척됩니다. 그렇게 사이가 돈독해진 두 사람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위로 올라왔을 땐 상황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뒤늦게 도착한 경찰특공대들은 환자 탈출, 특히 신생아 탈출을 위해 노력합니다.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배신을 하지 않나 비밀스런 무기창고가 들통이 나지 않나 상황이 꼬이게 되자 분노한 황추생은 살인마가 되어 총질을 가하게 했고 미처 대피를 못한 환자들이 그 총질에 쓰러지고 있었죠.


 


닫힌 채 열리지 않는 문을 열기 위해 감전의 고통을 마다않고 분투하다 쓰러진 양조위의 모습에서, 자신을 쫒아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동료경찰의 모습을 떠올린 주윤발, 이렇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집니다. 황추생의 조직원 중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애꾸눈 킬러와의 격전이 이어지고 킬러는 마치 중세시대 기사(騎士)라도 되는듯 일대일의 정당한 승부를 겨루고자 하죠. 킬러는 오히려 양조위를 꾸짖습니다. 자신이 모시던 보스를 배신한 녀석이라고 말이죠. 양조위는 킬러와 승부를 겨루고자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황추생 일당에 의해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정당한 대결이 무산되자 보스인 황추생에게 불만을 토하는 킬러, 그리고 그런 킬러에게 서슴없이 총질을 하는 황추생의 만행이 대비를 이룹니다. 


 



 



 


나도 경찰이야! 라는 말과 함께 위험한 곳으로 향했던 양조위는, 영화의 마지막에 인질이 되어 등장합니다. 황추생은 양조위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경찰인 주윤발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합니다. 갖가지 굴욕적인 상황이 이어지는데 주윤발은 동료 경찰이자 친구가 된 양조위를 구하기 위해 요구를 들어줍니다. 자신의 뺨을 스스로 쳐가면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주윤발이지만 황추생의 마지막 요구에는 머뭇거립니다. 영화 첩혈쌍웅 마지막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죠. 그땐 맹인가수 제니(엽천문)가 조폭보스 성규안의 인질이 되었었고 위기에 처한 주윤발이 악당의 요구에 따라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었고. 옆에 있던 이수현의 도움으로 총을 버렸던 주윤발이 재빨리 이수현의 총을 꺼내 쏠 수 있었지만 이 영화 첩혈속집에선 주윤발 혼자 악당 앞에 서있습니다.


 


황추생의 광기어린 모습 속에 경찰인 주윤발이 큰 위기를 맞이하고 홍콩의 경찰이 큰 망신을 당하려는 그 찰나, 인질인 양조위가 행동을 취합니다. 그 행동의 결과로 양조위는 치명상을 입게 되었지만 그 스스로가 경찰임을 증명할 수 있었죠. 조직원들이 의사 복장, 경찰 복장을 갖춰 입고 있는 병원 건물 내에서의 총격전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총격을 가하고는 자신이 총을 쏜 그 남자가 경찰이라며, 내가 경찰을 죽였어...라고 괴로워했던 양조위였더랬습니다. 그동안 비밀경찰로서 일하며 저질렀던 무수히 많은 살인을 저질렀던 데다가 병원에서의 총격전 속에서의 미필적인 경찰 살해까지 이어지며 경찰로서의 그의 내면은 흔들리고 있었겠죠. 비밀경찰 양조위는 경찰로서의 죽음을 택합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홍콩 느와르 장르의 대명사가 된 주윤발의 명성 때문에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양조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영화가 바로 이 첩혈속집(辣手神探) 아닐까요?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3.04.26

댓글 4

  1. 대표사진

    꽃들에게희망을

    작성일
    2015. 1. 11.

  2. 대표사진

    크눌프

    작성일
    2015. 1. 11.

    @꽃들에게희망을

  3. 대표사진

    Aslan

    작성일
    2015. 1. 14.

  4. 대표사진

    크눌프

    작성일
    2015. 1. 14.

    @Aslan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4
    좋아요
    댓글
    187
    작성일
    2025.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1
    좋아요
    댓글
    126
    작성일
    2025.4.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4
    좋아요
    댓글
    101
    작성일
    2025.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