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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소림사 18동인
감독
곽남굉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2014년 11월 6일
평균
별점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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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를 배경으로 하는 중화권 영화가 많고 많지만 이 영화 소림사 18동인 꽤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명청 교체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영화의 전반부를 소림사 졸업 관문 묘사 할애하고 있는데 그 졸업 관문의 난이도가 실로 상상초월, 살벌하고도 난폭한 것이었죠. 졸업을 시키자는 것인지 사람을 잡겠다는 것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이 소림사 졸업 관문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후대 여러 창작물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 영화의 동인은 銅人. 즉 동(銅)으로 만든 사람을 뜻하는데 이 동인이란 한글 단어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동인지(同人紙)를 거쳐 네티즌들 사이에서 음란한 의미로 묘하게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데다가 하필이면 하고 많은 숫자 중에서 욕으로 익숙한 18이란 숫자가 있는 통에 원제의 의미와 달리 희화화되고 있긴 합니다만 웃음기를 가릴 수 없는 제목과 달리, 이 영화의 내용은 실로 진지하죠.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 충신 관지원의 어린 아들 관룡이 소림사로 보내졌고 스님인듯 스님 아닌 스님 같은 이 소년은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우며 성장하게 됩니다. 머리를 빡빡 깍은 스님들 사이에서 홀로 장발을 고수하고 있는 관룡은 소림사에서 기거하며 동료 승려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복면을 한 고수가 그를 습격합니다. 소림사 승려들의 무공으로 복면 고수를 물리치는 장면에 이어 영화는 청나라 관리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명나라에 충성하는 무리를 발본색원하며 청나라의 관리로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권세는 마치 스타워즈 속 다스베이더와 다크 시디어스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기세등등합니다. 딱 봐도 절대고수의 풍모가 풍기는 이들을 꺾기 위해서는 엄청난 무공이 필요했고 그 무공을 기르기 위해서였는지 소림사에서는 소속 승려들에게 엄한 훈련을 시켰습니다. 소림사를 졸업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이들은 무공으로나 정신력으로나 소림사의 명예를 지켜야 되는 이들이였기에 특히 더 힘든 훈련을 받아야만 했었구요.


 


주인공 관룡은 당소룡이란 이름으로 소림사에 기거하며 무술을 배우고 있었는데 다소 유약해보이는 당소룡(전붕)옆에는 강인하다 못해 험악한 인상의 사형 철군(황가달)이 붙어 다녔습니다. 당소룡과 철군은 힘든 소림사 졸업 관문 통과 의식을 함께 치릅니다. 미로처럼 좁은 복도 곳곳에는 마치 진시황릉에나 있었을 것 같은 비밀장치들이 있었고 그런 비밀장치들을 피해 복도를 지날 때는 오즈의 마법사에서나 봤을 법한 철갑을 두른 고수나 온몸에 황동칠을 한 고수들이 무리지어 달려들었죠. 이소룡이 출연했던 영화 사망유희에서 그랬었던 것처럼 차례로 달려드는 고수들을 꺾어야만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데 철군은 그럭저럭 졸업 테스트를 수행해나간 것에 비해 당소룡은 중도에 실패하고 맙니다. 이 졸업 테스트 과정에 등장하는 황동칠을 한 고수의 수가 18명, 그래서 18 동인(銅人)이 아닌가 싶어요.


 


한 차례 졸업 시험에 실패한 당소룡은 더욱 더 열심히 수련에 매진합니다. 좀 더 강인해진 당소룡은 다음 번 테스트에선 만만치 않은 무술실력을 발휘하여 황동고수들과 대결을 펼치죠. 칼을 든 황동고수들을 한차례 꺽고나면 이어 창을 든 황동고수가 달려드는 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되는데 당소룡은 중도포기했던 예전과 달리 일 대 다수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한다 싶을 정도의 무공을 보여줍니다. 격렬한 대련이 끝나고 나면 황동고수들은 무술인 특유의 정중한 인사를 하며 다음 코스로 해당 수련인을 보내줍니다. 당소룡이 황동고수들과 대련을 하고 있는 동안 철군(황가달)은 철갑을 두른, 마치 로보트처럼 보이는 고수들과 대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손과 발, 맨몸으로 공격을 해보지만 아무리 쳐도 끄덕 않는 철갑고수들. 하지만 철군은 철갑고수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부분을 공략,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야 맙니다.


 


영화는 몇 차례의 졸업 실패를 보여주며 해당 관문의 어려움을 묘사합니다. 황동고수, 철갑고수들을 물리친 당소룡과 철군이었지만 다음 번 관문을 지키고 있는 고수에게 흠뻑 얻어맞는다든지 등의 묘사를 보여주며 소림사 졸업이 지극히 어려움을 묘사하죠. 그렇게 도착한 최종 관문은 통천문(通天門)이란 이름의 철문을 가로막고 있는 무쇠화로였습니다. 숯불이 펄펄 타고 있는 뜨거운 무쇠화로를 치워야만 최종 관문인 통천문을 통과할 수 있는데 철군은 통천문 앞의 무쇠화로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화로를 옮긴 뒤 통천문을 통과해버립니다. 무거운 화로를 들어 옮길 수 있는 근력과 살이 익는 뜨거움을 견딜 수 있는 인내력 두 가지 모두를 테스트한 것이죠. 그러자 무쇠화로의 용무늬 장식이 철군의 가슴팍에 고스란히 화상으로 남아 용(龍)문신을 만들어줬습니다. 사형인 철군이 통천문을 통과한 것에 용기를 얻어 당소룡 역시 뜨거운 화로를 온몸으로 옮기고 통천문을 통과합니다.


 


전반부를 이렇게 소림사 졸업 관문 통과 묘사에 할애한 이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 속세로 나간 당소룡과 철군의 복수담을 그려내보입니다. 속세의 인연을 찾아간 당소룡은 자신이 복수를 해야할 상대가 누구인지 뒤늦게 알게 됩니다. 어릴 적에는 으레 홍콩영화라고 생각했던 이 영화는 사실 대만 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하네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잘 알려진 것으로는 졸업 관문이 이색적이었던 소림사 18동인 시리즈와 유가휘가 출연한 소림16방, 이연걸의 이름을 알린 소림사 시리즈가 있는데 소림사 18동인의 경우 대만, 유가휘의 소림 16방 홍콩, 이연걸의 소림사중국 본토 영화라고 분류하면 대체로 맞아떨어질 것입니다.


 


소림사 18동인의 경우 명청 교체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중국 대륙에서의 헤게모니를 잃어버린 명나라대만,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청나라를 중국 본토의 공산 세력으로 은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대만이란 특수체제 속에서의 이데올로기를 넌지시 담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연걸이 출연한, 중국 본토 버전의 소림사는 대만과 홍콩의 소림사 열풍을 자기네들 식으로 만든 것이구요.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 넘어간 몇몇 중국제 소림사 영화는 청나라 말기의 군벌소림사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소림사를 핍박하는 악당으로 나오는 부패하고 잔인하며 일본군과 손을 잡는 친일 군벌 캐릭터는 장개석을 넌지시 암시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속세로 나간 당소룡, 철군 두 소림사 졸업생은 기이한 인연을 통해 새로운 동반자를 맞이하게 됩니다. 객잔에서 만난 여고수(상관영봉)와 동행하게 된 세 사람은 가문의 원수, 민족의 원흉을 상대로 복수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행은, 그동안 당소룡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사형이 그 친절한 미소 속에 숨겨준 비밀을 깨닫게 되죠. 인자한 모습으로 당소룡을 이끌어줘던 사형은 복면을 하고 당소룡을 습격하고 소림사의 무술비급을 훔치려 했던 인물이었던 것이죠. 사실 이 부분은 소림사 18동인과 거의 비슷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대만산 소림사 영화 옹정대파18동인(雍正大破十八銅人)에서도 볼 수 있는데, 소림사 18동인의 컬트적인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는 해당 영화에서는 소림사 승려로 변장하고 잠입한 인물이 무려 청나라황제옹정제라고 하네요.


 


전붕과 황가달, 상관영봉이 고스란히 출연한 또 하나의 대만산 소림사 영화 옹정대파 18동인에선 소림사로 잠입한 청나라 악당 옹정제 역할을 황가달이 맡았는데 황가달이란 배우의 인상이 워낙 험악(?)해서인지 아니면 비슷한 시기에 감상했던 옹정대파 18동인의 내용과 헷갈려서인지 이 영화 소림사 18동인에서 황가달이 연기하는 철군 캐릭터를, 정체를 감추고 있는 악당으로 종종 오해(!)하기도 한답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나긋나긋 유난히 친절했던 스님의 정체가 밝혀진 데 이어 험악한 인상의 무뚝뚝한 스님 철군(황가달)의 정체도 밝혀집니다. 관씨 가문의 호위무사였으나 명나라의 충신 관지원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아버지가 자신 대신 관씨 가문의 혈육을 보호하라고 보낸 인물이 바로 철군이었던 것이죠.


 


소림사 졸업 과정에서 당소룡과 함께 했던 철군은 마지막 혈투에서도 당소룡과 함께 합니다. 호위무사 가문 출신인 철군은 자신의 육신이 찢겨지는 고통을 참으면서 당소룡 일행에게 복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철군(황가달)의 고육지책을 통해 최후의 일격을 날리게 된 당소룡. 그리고 그 일격에 절대무공의 소유자가 쓰러지죠. 영화의 전반부에선 황동칠을 하고 무공을 대련하는 18 동인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면 영화의 막바지는 철군(황가달)의 희생정신이 눈에 띈다고나 할까요. 소림사 졸업 과정에서의 난이도 높은 관문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는 이후 비슷비슷한 아류작들의 유행 속에 소림사 주방장 같은 괴작(怪作)까지 등장시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온몸에 황동칠을 하고 뛰어난 무술 실력을 발휘하는 영화 속 18 동인 모습에서, 바람의 아들 이종범 선수가 해태 타이거즈 우승을 이끌며 국내 프로야구판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 어느 엽기발랄(!)한 사진기자의 아이디어에 의해 온몸에 금칠을 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포즈를 취했던, 일명 금종범 사진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한국프로야구를 떠나 유격수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거든 일단 국내 1인자였던 금종범부터 이기고 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는 아마도 이 영화 소림사 18 동인 열렬한 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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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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