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코너

크눌프
- 작성일
- 2015.6.23
[Blu-ray] 환상특급
- 글쓴이
썬엔터테인먼트
지금이야 미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를 미드라고 부르고 영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를 영드라고 부르는 세상이지만 그런 세세한 구분 없이 TV를 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엔 에어울프와 키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 등으로 애들끼리 싸우곤 했었죠. 아이들의 논쟁 때문이었는지 소년중앙 같은 소년잡지에선 에어울프와 키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로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었답니다. 공중에 있는 에어울프를 땅 위의 키트가 공격하기 쉽지 않고 에어울프의 공격은 키트가 방해전파를 쏘아 회피할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결론은 무승부였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워서 혼나던 아이가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 제목에서 하바드 대학이란 이름은 주워듣곤 커서 하바드 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시기도 있었죠. 초중고 학교 시설의 망가진 것들을 척척 수리해주는 목공 아저씨를 목(木)가이버라고 부르기도 했었구요. 헐크, 바야바, 6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V(브이), 검은 독수리, 블루문 특급, 레니게이드, 머나먼 정글, 엑스파일 등 여려 편의 추억 속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그 시절, 그런 인기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환상특급(Twilight Zone)이랍니다.
사실 환상특급은 에어울프와 키트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요. 최초의 시리즈는 1959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까 말이죠. 로버트 레드포드가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만든 21 퀴즈쇼가 1950년대에 방영되었던 것이니 거의 비슷한, 아니 그보다 살짝 뒤에 방영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059년부터 방영을 시작해서 1964년에 한차례 끝이 나고 그 이후로도 여러차례 새로운 시리즈가 제작이 되었다고 하네요.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유명 감독들 역시 환상특급(Twilight Zone)을 보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환상특급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동료 감독들과 함께 환상특급 극장판을 만들었다고 해요. 총감독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맡고 죠 단테, 존 랜디스, 조지 밀러,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각 이야기 하나씩을 맡아서 연출을 했었죠. 기본적으로 네 명의 감독이 4개의 이야기를 하나씩 맡았는데 프롤로그와 4번째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가 딱딱 어울러져서 수미상관을 이룬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어두운 밤길 위를 자동차 한 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두 남자는 초면인듯 해요. 사실 그것만으로도 약간은 으스스한 상황이건만 이 두 남자, 넉살좋게 노래를 부르고이야기를 나눕니다. 심심함을 없애기 위해 노래를 틀어놓으려고 했으나 라디오는 고장난 상태에 카세트테이프가 씹히면서 침묵의 시간을 그들끼리만 있어야만 했고 두 사람은 그들 추억 속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오프닝 음악을 입으로 연주하고 그것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맞추는 것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음악들인데 정작 그 시작이 언제 어디였었는지 모를 음악들을 연신 맞춰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의 몰입감도 높아집니다. 그렇게 한동안 TV 음악 맞추기에 여념이 없던 두 사람은 환상특급(Twilight Zone) 얘기까지 하게 되었죠.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흥을 올린 두 사람 중 한 명이 진짜 무서운 것을 보여주겠노라고 하며 차를 잠시 세워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차 안에선 정말 무서운 장면이 짠~ 하고 등장했고 이어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네 가지 에피소드 중 첫번째는 인종차별주의자 빌에 관한 일입니다. 요즘 우리네 네티즌식으로 얘기하면 특정 사이트 회원이 생각나는 인물로, 흑인도 싫고 유태인도 싫고 동양인도 싫어하는 인물이었죠. 그렇게 연신 툴툴거리던 이 인물은 갑자기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유태인을 혐오시하던 그가 유태인이 되어 나치에게 쫒기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은 유태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나치의 총구를 간신히 피했나 싶었던 그는 KKK단이 린치를 하고 있는 미국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자신은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라고 항변해보지만 유태인이었을 때와 마찬기지로 그는 남들 눈에 흑인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죠. 화형에 처해지기 직전 간신히 도망쳐 나온 그는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글 속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이번엔 미군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뤘죠. 5.18 광주에 떨어져 진압군을 만나고 제암리 교회 건물 속으로 떨어지고 삼청교육대의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상황이 그에게 계속 일어납니다. 난 광주 사람이 아니다, 난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난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외쳐도 믿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 이어졌죠. 참고로 이 에피소드 속 주인공 빌을 연기한 배우 빅 머로우는 촬영 중의 사고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좀 더 훈훈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이 모여 있는 양로원,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두번째 에피소드에요. TV 속 퀴즈프로그램(NBC 21 퀴즈쇼 같더군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양로원의 인들에겐 야외 활동이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야외활동을 하다가 뼈가 부러졌느니 며칠을 누워 지냈어야 했느니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들은 앉아서 잠시 동안의 수다를 떠는 일이 활동의 전부가 되어버렸죠. 축 늘어져 있던 그들은 어렸을 때 했던 놀이를 생각하며 추억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듣던 흑인노인 블룸이 자신에게는 약간의 마법이 있다고 말하며 그들을 어린이의 모습으로 바꿔 놓죠. 소원했던 대로 깡통을 차며 축구놀이를 하는 노인도 있는가 하면 원했던 것은 단순히 놀이였을뿐 다시 젊어지길 원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시 가진 젊음이 주는 특이한 상황이 두려움으로 다가웠던 것이죠. 하룻밤 동안의 흥겨웠던 어린 날의 유희는 그날 밤을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두려움 대신 즐거움을 선택한 단 한 명을 제외하곤 말이죠. 마치 피터팬처럼 복장을 갖춘 이는, 피터팬이 웬디 일행과 이별하듯 다른 노인들과 애틋한 이별을 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감독한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로 그가 훗날 영화 후크를 연출해서 피터팬 이야기를 이어나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에피소드 속 상황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신기한 능력을 갖춘 소년 앤써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낯선 식당의 구석에서 오락게임을 하던 소년은 소년의 오락기 조작 때문에 텔레비전 전파 수신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 의해 혼쭐이 나려고 합니다. 그러던 찰나.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미모의 여주인공이 소년을 때리려는 남자들을 떼어놓죠. 그렇게 짧은 인연이 끝나나 싶었을 때 소년의 자전거가 여주인공의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났고 동정심 많은 그녀는 자전거가 망가진 소년을 소년의 집에까지 데려다줍니다. 왠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소년은 서서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소년의 가족이라고 소개받은 이들은 소년의 가공한 능력 속에 갇혀졌던 이들이었죠. 엄마 같으면서 누이 같고 선생님 같은 느낌의 여주인공은 앞서 앤써니의 포로가 되어버린 이들과 다른 운명의 길을 걸을까요?
마지막 네번째 에피소드는, 최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영화적 이름을 널리 알린 조지 밀리 감독이 연출한 파트입니다. 우리에겐 또 한 편의 인기 미드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던 존 리스고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발렌타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비행공포증이 있는 발렌타인이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어 펼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천둥번개와 난기류가 이어지자 발렌타인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죠. 승무원들 역시 그를 묶어 놓아야 되나 고민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불안함을 잊기위해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가 주변 승객의 불만을 안게 되는 발렌타인... 그의 넓은 이마 가득 굵은 땀방울이 가득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창문 밖을 바라본 발렌타인은 비행기의 날개 위에 있는 괴생물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괴생물체가 비행기 엔진을 고장내고 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보지만 다른 이들이 창문 밖을 봤을 땐 괴생물체는 보이지 않았죠. 패닉 상태에 빠진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승무원들이 달려오고 보안 담당자까지 오게 됩니다. 울부짖으며 광기어린 불안 증세를 보이던 발렌타인은 급기야 보안 담당자의 총을 빼들어서 창 밖의 괴물을 향해 쏴버립니다. 비행기의 창문은 총알로 인해 구멍이 났고 비상상황을 맞이한 비행기는 급히 착륙을 시도합니다. 비행기 안에서의 발광과 난동으로 인해 발렌타인(존 리스고)이 엠뷸런스에 실려가고 있을 즈음 갓 비상착륙한 비행기를 정비하던 정비사들이 비행기의 엔진이 누군가가 일부러 부수려고 한 것처럼 고장나 있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이렇게 4개의 에피소드를 다 펼쳐보였는가 싶을 때 이 영화는 그야말로 환상특급다운, 기이하면서도 오싹한 마무리를 선보입니다. 비행기 창문에 총을 쏜 정신병자 꼴이 되긴 했지만 그 자신을 포함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목숨을 건져내어서인지 희미한 웃음마저 보이는, 아니 어쩌면 진짜 미쳐버렸기에 웃는 것 같기도 한 발렌타인을 이송하고 있는 앰뷸런스의 운전사가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그 운전사는 영화의 처음에 등장했던 두 사람 중 한 명(댄 애크로이드)이었죠. 오프닝 장면에 등장했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운전사는 진짜 무서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그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관객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상특급 특유의 음악과 내레이션이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죠 단테, 존 랜디스, 조지 밀러 그리고 환상특급 시리즈를 사랑했으며 그 속에서 상상력을 키워 왔던 모든 이들의 추억을 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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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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