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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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의개운천
감독
나문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2014년 5월 15일
평균
별점4 (0)
크눌프


 



 



 



 


 


이 영화 의개운천(義蓋雲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에스케이프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극장에 처음 개봉했다가 영웅본색, 첩혈쌍웅, 천녀유혼 등 4글자 한자 제목의 홍콩영화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의개운천이란 4글자 한자 제목으로 비디오 대여점 재등장했다는 기구한 사정이 있는 영화입니다. 혹자는 그 반대로 의개운천이란 제목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에스케이프걸이란 제목으로 재등장했다고도 하는데 홍콩영화가 한창 인기를 누릴 당시에 4글자 한자 제목 영화가 인기를 얻었을지 아니면 어정쩡한 영어식 제목의 영화가 주목을 받았을지 생각을 해본다면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쳐지나가듯 사라지는 영화인듯 했으나 영웅본색의 주윤발,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등장하는지라 그 인기에 힘입어 다시 한국의 영화팬들을 만나게 되었고 몇 십 년이 지난 요즘은 뜬금없는 재개봉을 거쳐 VOD 시장에도 슬그머니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유쾌 상쾌 통쾌 - 홍콩발 최강 액션 코미디가 온다!라는 엉터리 카피를 크게 내세우고 이 영화 의개운천은 최근 한국 영화팬들 앞에 등장을 했답니다. 도합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이 영화의 팔자가 참 기구하죠. 팔자가 기구한 것은 비단 영화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 속 여주인공팔자는 정말 기구하답니다. 천녀유혼을 통해 생겨난 왕조현의 팬들이 왕조현이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봤다가 폭행당하고 겁탈당하는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왕조현의 모습에 놀래곤 했었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선 중국 대륙을 탈출해서 홍콩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던 이들에 대한 고찰이 우선되어야 될 것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선 산 넘고 물 건너 감시원 피해 철조망 넘어 중국에서 홍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지죠. 안간힘을 쓰며 탈출하려던 여주인공(왕조현)은 악당(심위,沈威)에게 걸려 겁탈 당할 위기에 처해지게 됩니다. 뱀을 옷 속에 집어 넣고 칼날을 들이대는 악당의 완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여주인공은 손에 잡히는 맥주병으로 조폭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8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성향기병이란 영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성향기병 1편(1984)의 경우 홍콩 느와르 장르의 시초격으로 불리는 영화라고 합니다. 한국의 영화팬들이 생각하는 홍콩 느와르 쌍권총과 비둘기, 오우삼주윤발이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보다는 성향기병 쪽이 먼저인 셈이죠. 암흑가의 비정함과 배신이란 어두운 모습에 초점을 맞춘 느와르란 이름의 영화 장르와 홍콩이란 공간의 영화적 만남이 결성되게 된 홍콩 느와르란 이름의 장르에는, 문화혁명의 생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중국 대륙에서 자유를 찾아 홍콩으로 왔다가 범죄에 휘말린 끝에 배신을 당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성향기병 시리즈가  좀 더 그럴듯하게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마치 성향기병 시리즈가 그러하듯 영화 의개운천의 초반은 험난한 탈중(脫中) 과정이 그려집니다. 천녀유혼 개봉 전의 여배우 왕조현은 이 영화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온갖 고생을 하게 되죠. 악당에게 잡혀 겁탈당할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긴 했지만 자본주의 체제홍콩에서 돈 한 푼 없이 살긴 힘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대형마트에서 슬그머니 물건을 훔치려다가 경찰 둘의 시선을 끌게 되었죠. 이 경찰 콤비가 바로 주윤발여방입니다. 주윤발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키의 여방이란 배우는 90년대 한국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한국인 같은 얼굴의 소유자입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영화는 주윤발왕조현을 맺어주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경찰인 주윤발에겐 약혼자라고 할 수 있는, 기존에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무척 드셉니다. 영화의 중반까진 이 여자가 악역에 가깝게 행동하죠.


 


영화 대장부일기주윤발이라면 바쁘게 움직이며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까지 판타지스러운 구성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홍콩의 모습을 대형마트를 통해 잔뜩 보여주는 가운데 밀입국자 왕조현과 마약 거래상의 모습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소동으로 인해 왕조현이 머리를 다치면서 한동안 경찰 콤비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좀도둑 왕조현에게 신경을 쓰느라 마약 거래상을 놓칠 뻔 했던 경찰은, 왕조현의 팔에 수갑을 채워 마트 주차장 한 쪽에 묶어놓았었죠. 그렇게 해놓고 마약 거래상을 추격하다가 엑셀을 잔뜩 밟고 질주하는 마약 거래상의 자동차에 왕조현이 다치게 됩니다. 밀입국자 신분이라서 홍콩 내에서의 주소도 연락처도 없던 왕조현은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을 이유로 기억상실했다며 주윤발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죠.   


 


이후 한동안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북쪽에서 온 풋풋한 명랑소녀 왕조현과 고집쟁이 애인이 있는 홍콩 남자 주윤발은 점점 가까워지죠. 이 과정에서 주윤발의 어머니 캐릭터가 풋풋하고 수더분한 모습의 왕조현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지게 됩니다. 주윤발과 왕조현이 서로의 얼굴에 낙서를 하며 노는 장면이라든지 농구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장만옥, 여명 주연의 영화 첨밀밀을 만든 진가신 감독이라면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내려온 여인의 이야기를 감동이 있는 명작 영화로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의 감독 나문은 그 정도의 영화적 재능이 없는 사람으로, 왕조현의 풋풋한 매력에 빠져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던 관객들에게 악몽과 같은 후반부를 갑작스럽게 보여줍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하드고어물에 가깝게 장르가 갑자기 변환되어, 아름답고 풋풋한 왕조현은 무지막지한 폭행 속에 능욕을 당하게 되죠. 하필 이 악당이 문신 기술이 있는 자라서 왕조현의 뽀얀 등에다가 커다란 문신을 새겨놓습니다. 고통스러워하는 왕조현의 얼굴이 잔뜩 클로즈업되는 가운데 들리는 그녀의 비명 소리가 왕조현의 팬들에게 충격을 줬었죠. 왕조현의 뽀얀 살 위를 위아래로 파고드는 문신 기계와 그것의 움직임에 따라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왕조현의 모습만으로도 육체적 순결을 빼앗겼음을 은유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 좀 더 거친 장면을 보여줍니다. 눈알을 휘둥그레 크게 뜨고 광기어린 모습으로 왕조현을 능욕하는 악당(심위,沈威)의 모습에 왕조현의 팬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돈 없고 배고픈 중국 처녀 왕조현의 고생담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행복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짐승과도 같은 악당의 몸에 의해 순결을 빼앗기고 그 몸에 끔찍한 뱀 문신까지 새겨지는 비극까지 겪게 됩니다. 기억을 상실한듯 연기하며 경찰 주윤발의 집에 신세를 졌다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주윤발은 결국 한바탕 소동 끝에 고집불통 옛 애인과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 소동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악당(沈威)이 우연히 왕조현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악당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왕조현이 필사적으로 휘두른 맥주병에 맞아 생긴 얼굴의 흉터를 만지작거리며 왕조현을 납치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죠. 이번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되면서 유쾌 상쾌 통쾌 - 홍콩발 최강 액션 코미디가 온다! 라는 카피를 내걸었는데 유쾌 상쾌 통쾌란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달까요.  


 


옛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왕조현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한 주윤발, 그리고 그런 주윤발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직전이었던 왕조현은 그들의 행복한 시간에 갑자기 끼여든 악당 때문에 고통스런 시간을 겪게 됩니다. 윤발과 여방, 두 경찰이 악당의 아지트를 급습해서 왕조현을 구해내기는 합니다만 이미 그녀의 곱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상태였었죠. 홍콩 도심을 오가는 추격전 속에 왕조현은 차에 치여 넘어지고도 또 일어나 맨발로 뛰고 또 뜁니다. 도망치던 악당을 쫒아 나이트클럽에 들어간 왕조현은 거기서 악당에게 역습을 당해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뺏기고 또 한 번 잔인한 구타를 당합니다. 뒤이어 그때 그곳에 등장한 경찰 주윤발마저 악당의 총에 맞아 쓰러지게 되었죠. 자신의 몸에 가해진 불행만 해도 비극인데 사랑하는 이마저 악당의 총에 쓰러지자 거듭되는 비극의 여주인공 왕조현은 경찰이자 연인 주윤발의 권총을 뽑아들고 악당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깁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왕조현)의 이름은 항생(港生)으로 본명이 방사룡(房仕龍)인 성룡의 예전 이름이 바로 진항생(陳港生)이었죠. 이 진항생이란 이름의(陳)이란 성(姓) 때문에 재키 첸이란 영어 이름의 (Chen)이란  성이 생겨난 것이구요. 과거를 잊고 홍콩(香港)에서의 새로운 생(生)을 꿈꾸는 사람의 이름으론 항생이란 이름은 꽤 그럴듯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윤발의 동료 형사로 등장하는 여방의 경우 가수로 더 많은 활동을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의개운천 속 주제곡도 여방이 불렀다고 하는군요. 배우보다는 가수로서의 활동이 더 활발했기에 영웅본색, 천녀유혼, 지존무상, 중경삼림 등 영화 중심으로 소개된 한국에서는 그 인기가 잘 안 알려졌으나 홍콩에서만큼은 스타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케이스가 몇몇 있는데 여방 역시 그러한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 의개운천제작자등광영이란 인물로, 배우제작자로 홍콩 영화계에서 많은 활동을 했었죠. 강호용호투 또는 강호용호문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에선 주윤발과 함께 출연해서 형님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재전강호에서는 유덕화를 조직의 후배로 거느리는 보스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왕가위의 데뷔작 열혈남아를 제작 지원했고 이후 아비정전까지 제작하게 되었는데 데뷔작 열혈남아 연출 당시 제작자 등광영의 간섭이 못마땅했던 왕가위가 다음 작품 아비정전에선 완전 자기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면서 엄청난 흥행 참패를 맛보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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