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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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흑전사
감독
우마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1989년 12월 23일
평균
별점6 (0)
크눌프


 



 



 



 


 


이 영화 흑전사의 경우 70년대 홍콩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던 장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공동 감독이기도 한 오우삼 감독은 장철 감독 밑에서 영화 연출을 배운 직계 후배이기도 하다고 해요. 장철 감독이 칼과 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에 비해 오우삼 감독은 총과 비둘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긴 했지만 두 감독의 남자다운 영화 세계는 분명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제가 의담군영(義膽群英)인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첩혈쌍웅에서 형사로 나왔던 이수현이 이 영화 흑전사에서는 조폭 서열 넘버3 정도로 나옵니다. 감독 겸 배우이며 지금도 한국에 많은 팬이 있는 주성치는 이 영화에서 조폭 역할을 맡아 그답지 않은 진지한 연기를 펼쳐보이죠. 한국팬들에겐 낯선 이름인 진관태란 배우가 조직의 넘버2 정도에 해당되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이 배우가 바로 장철 감독의 영화 자마에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자마, 즉 청나라 말기 양강총독 마신이 살해사건은 장철 감독에 이어 진가신 감독이 명장(투명장)이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내기도 했었죠. 굳게 맹세했던 의형제가 서로 칼을 내밀어 찌르게 되는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한 작품인데 이연걸이 첫째, 유덕화가 둘째, 금성무가 막내를 맡아 연기를 했답니다. 장철 감독의 자마에선 적룡이 첫째, 진관태가 둘째, 강대위가 막내를 맡았습니다. 둘째와 세째는 도적 출신이고 첫째는 관군 출신인데 청나라 말의 혼란기에 서로 의형제를 맺게 되었다가 첫째인 맏형의 욕심 때문에 형제가 형제를 찔러 죽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죠.


 


이 영화 흑전사 역시 비슷한 구도의 형제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한바탕 멋진 총격전으로 시작됩니다. 부둣가에서의 총격전 중에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난 이수현이 선글래스를 쓴 상태로 권총을 난사하면 악당들이 툭툭 쓰러지죠. 첫째라고 할 수 있는 진관태를 도우려고 나타난 이수현의 멋진 모습을 그려낸 영화는 이어서 삼국지연의를 소재로 한 경극이 펼쳐지고 있는 무대를 보여줍니다. 조직의 넘버1인 보스가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의 도원결의 장면을 보며 감탄을 하죠. 보스의 옆에는 오마 또는 우마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홍콩배우가 앉아 있습니다. 천녀유혼에서 장국영과 왕조현을 도왔던 퇴마사 연적하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인데 이 영화 흑전사의 일부분을 감독하기도 했다는군요. 조직의 법적인 일을 다루는 변호사 정도 되는 위치인데 이 캐릭터는 보스가 갑작스럽게 죽고난 뒤 보스의 뜻을 따라 둘째인 이수현을 조직의 후계자로 내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스가 죽고난 뒤의 혼란 상황은 한국영화 신세계의 그것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홍콩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신세계의 경우 범죄조직 내에 잠입한 비밀경찰 컨셉의 무간도와 조직내 서열 싸움을 다룬 흑사회만 닮은 것이 아니라 이 영화 흑전사의 일부분도 닮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보스가 탑승한 상태로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있는 고급 승용차 속 운전기사는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차량을 난폭하게 몰며 뒤따라오던 승용차를 따돌린 운전기사는, 뒷좌석의 보스에겐 차량이 고장났다고 둘러대더니 외딴 주유소에 차량을 슬쩍 주차해놓고는 차를 정비하겠다고 차 밖으로 나갑니다. 본넷을 열고 사라진 운전기사, 그 직후 보스의 차량을 향해 쏟아지는 무지막지한 총알들. 뒤이어 보스를 경호하던 차량이 그 장소에 도착하지만 이미 보스는 총알세례를 맞고 쓰러진 뒤였습니다. 뒤 차량에 타고 있었던 주성치는 보스의 죽음을 형님들에게 알립니다. 진관태, 오마, 이수현 등에게 차례로 전화가 가는데 이 주성치는 영화 속에서 진관태의 직속 부하입니다. 보스의 죽음이 조직 내에 알려지자 법률적인 일을 담당하던 이들은 보스의 유지에 따라 이수현을 새로운 보스로 추대합니다. 문제는 진관태 라인과 이수현 라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거에요. 성규안, 예 그렇습니다. 첩혈쌍웅에서 악당으로 나왔던 바로 그 배우는, 이수현에게 자신과 손을 잡고 진관태 라인을 제거하자고 제안을 했었습니다. 진관태 라인에서는 그들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후계자 위치를 뺏긴 것으로 생각하고 이수현 라인을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요. 


 



 



 



 



 


 


장철 감독의 전성기 시절 영화적 페르소나였던 적룡의 모습을 짧게나마 오프닝에서 보여줬던 이 영화는 중반부터 장철 감독의 또 한 명의 페르소나 강대위를 등장시킵니다. 강대위 흔히들 깡따위로 불리던 이 배우는 이 영화 속 조직에서 벗어나 강호에 은둔하고 있는 무림 고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죠. 진관태와 이수현 라인의 갈등 속에 은둔해있던 형제 강대위가 등장하고 두 계파의 갈등 구도에서 자유로운 위치인 강대위는 보스를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강대위 뿐만이 아닙니다. 진관태의 직속부하 주성치 역시도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아니 그는 진범은 이수현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고 이수현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임신 중이던, 이수현의 아내를 습격하여 유산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주성치요 그로 인해 두 계파의 갈등을 더욱 피비린내나게 만드는 것도 주성치입니다. 진관태는 범인의 목소리가 녹음이 된 테이프를 가져와서는 주성치를 비롯한 조직 내 중요인물들에게 들려줍니다. 그 녹음된 목소리만 가지고 따지고 보면 진관태는 범인이 아님이 확실함은 물론이요 오히려 조직의 후계자가 되어 마땅한 것입니다.


 


다혈질적인 주성치는 테이프 속의 목소리를 듣고는 더욱 더 흥분하는데 진관태는 그런 주성치를 말리려고 하죠. 영화는 이 과정에서 보스의 죽음을 둘러싸고 미스테리한 진범 찾기의 영화적 묘미를 보여줍니다. 증거물을 내민 진관태를 믿어야 할까요? 보스의 죽음이 있던 그날 밤 파티를 벌이고 있던 이수현을 믿어야 할까요? 이수현은 조직을 무력으로 접수하자고 제안했던 성규안과 비밀스럽게 만난 뒤 성규안을 사살해버립니다. 이수현의 갑작스러운 총질에 성규안은 대책없이 죽고 말았는데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성규안을 죽여 뒷얘기마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이수현의 계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관객은 할 수가 있는 것이죠. 영화의 오프닝에 진관태를 도우려고 이수현이 나타난 것처럼 이수현을 도우려고 진관태가 나타나고 둘은 한바탕 총격전 끝에 그 장소에 뒤늦게 나타난 형사를 살해하게 됩니다.


 


형사를 살해한 보스 진관태를 위해 대신 경찰에 자수한 주성치, 보스인 진관태를 믿고 따르며 의리를 지켜 배신자를 반드시 처단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치던 열혈남아 주성치는 감옥 안에서 의외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감옥 안에서 조직의 명령을 받고 나타난 죄수들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주성치에게 의외의 이름이 전해지죠.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혼란스러웠던 갈등 구도를 어느 정도 정리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 삼국지연의 도원결의 장면을 보여준 것은 한때 형제의 맹세를 했던 이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조시키기 위한 영화적 장치였을 것입니다. 진관태의 아내이자 과거 자신과도 인연이 있던 여인이 죽으면서 남긴 유언으로 인해 뒤늦게 진짜 범인을 의심하게 된 강대위는 한가지 계책을 내어 그 범인을 시험하게 됩니다.


 


파티장의 이수현에게 돌연 총격을 가한 강대위 보스를 죽인 범인이 둘째인 이수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얘기합니다. 갑작스런 총격을 당한 이수현이 쓰러지자 그동안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진관태는 베일을 벗고 본격적으로 조직을 접수하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강호의 풍경 속에 혼자 탐정 역할을 하며 진범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강대위는 한바탕 소동극 속에 진범을 찾게 되고 진관태의 화려한 저택 안에서 한바탕 총격전을 치르게 됩니다. 죽었다던 이수현은 물론이요 조직의 고위간부였던 오마와 황점 등도 그제서야 누가 진짜 범인이었는지를 알게 되었고 강대위, 이수현, 진관태가 어우러진 한바탕 총격전 끝에 마치 장철 감독의 대표작 자마에서 맏형 마신이를 찔러 죽이듯 형제간의 의리를 저버리고 권력을 탐한 악당은 쓰러지게 됩니다.


 


아마 이 영화가 온전히 오우삼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그 무렵의 오우삼 감독 연출작이 그러했듯이 이 후반부 총격전 장면이 무척이나 비장하게 연출되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관계로 이 후반부 총격전은 비장미 하나 없는 젊은 배우의 뜬금없는 등장으로 인해 맥이 끊겨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웅본색 속 주윤발을 흉내내며 화분에 총을 넣었는데 뒤늦게 총을 빼보니 탄창에 총알이 없다나 뭐라나 이런 식의 썰렁한 장면이 가장 비장해야 될 장면에서 썰렁함을 가져오며 중반까지 끌어왔던 긴장감이 풀어지게 한달까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오우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 영화를 꼽을 순 없겠지만 장철 감독과 오우삼 감독과의 관계를 알고 적룡과 진관태, 강대위가 출연했던 자마를 비롯한 장철 감독의 영화에 관한 지식이 있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소중한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인 시절 주성치의 진지한 연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역시나 잊지 못할 추억이 될테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성치는 영웅본색 1편 풍림각 총격전 장면에서 주윤발에게 총을 맞아 쓰러지는 패거리 중 한 명으로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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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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