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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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동성서취
감독
유진위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1993년 3월 13일
평균
별점6 (0)
크눌프

 

 

 

우리로 비유하면 데뷔작 사랑의 인사, 젊은이의 양지, 파파, 컬러, 첫사랑, 맨발의 청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호텔리어, 겨울연가 등에 출연했던 시절의 배용준이 생각날 정도로 홍콩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왕년의 스타배우이며 그 자신이 직접 영화제작에도 손을 대던 홍콩연예계의 큰 형님 등광영의 지원 아래 왕가위 감독은 데뷔작 열혈남아(몽콕하문)을 만들게 됩니다.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주연의 열혈남아는 제작자 등광영의 영화적 취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죠. 흔히들 말하는 홍콩느와르적인 느낌이 물씬한 가운데 왕가위 특유의 감각적인 스텝프린팅 기법과 음악과 조화된 세련된 영상 속에 펼쳐지는 슬픈 로맨스가 들어간 작품으로 영웅본색, 첩혈쌍웅, 지존무상, 천장지구 등의 작품에 열광했던 아시아 관객들에게 그 시절 꽤 인기를 끌었었죠.

 

등광영은 왕가위 감독의 다음 작품 아비정전에 더 많은 배우, 더 많은 제작비를 지원합니다. 전작(前作)에 출연한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외에 장국영, 양조위, 유가령 등을 투입했고 해외촬영까지 시도했죠. 문제는 데뷔작 열혈남아 제작 과정에서 등광영간섭에 질린 왕가위 감독이 이번엔 아주 독자적인 방식으로 연출을 해버렸다는 것이었죠. 즉흥적인 연출을 선호하는 왕가위 감독이기에 제작자 등광영은 아비정전이 개봉된 후 대중적이지 못한 영화 내용에 무척 충격을 먹었고 직후 아비정전은 흥행에 참패,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별칭까지 붙게 되었죠. 장국영과 유덕화 등의 이름을 내세워 영웅본색, 지존무상 류의 영화인양 홍보를 했던 한국 극장가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었었구요. 

 

이 즈음 홍콩 영화판에는 등광영이 왕가위 감독을 손봐주려고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합니다. 등광영 감독의 몇몇 작품, 이를테면 강호용호투(강호용호문) 등에 데뷔작 연출 전이던 왕가위와 이후 왕가위 사단으로 불리는 젊은 영화인들이 참여하기도 했었는데 등광영과 왕가위가 갈등을 빚으면서 젊고 감각적인 영화인들이 왕가위와 손을 잡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왕가위는 아주 큰 프로젝트를 시도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홍콩의 스타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뒤 김용의 소설을 바탕으로 사막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무협영화, 이름하여 동사서독이었죠. 참고로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와 아비정전에 출연햇던 유덕화는 이 동사서독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아비정전의 주인공 아비 역할을 맡았던 장국영은 아비정전에 이어 동사서독의 주인공 역을 맡으며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었죠. 그리고 이후 양조위로 자연스럽게 바톤터치가 되었구요.

 

문제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촬영이 영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로 치면 김수현, 이민호, 송중기, 박해진, 최지우, 송혜교. 박신혜, 배수지  등의 톱스타들을 죄다 캐스팅해서 중국 땅에 데리고 간 뒤 영화 제작이 질질 미뤄지고 있는 셈이랄까요. 한국보다 인구수가 적은 홍콩의 인구를 생각해보면 왕가위가 데리고 사막으로 떠난 이 톱스타들의 스케줄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홍콩 영화계에 얼마나 타격이 클지 상상해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왕가위 감독의 이 질질 늘어지는 제작 속도는 이후 몇몇 작품에서 출연을 약속했던 배우들이 하차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국배우 심혜진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에 출연할 뻔 했으나 왕가위 특유의 질질 늘어지는 일정에 중도포기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었죠. 무술고수 엽문을 소재로 삼은 일대종사의 경우도 견자단이 출연한 엽문 1편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에 들어갔으나 일대종사가 개봉한 것은 엽문의 속편이 나오고 난 뒤였죠.

 

아비정전 이후 등광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말 대단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왕가위의 영화적 야심은 사막 위에서 그와 그를 믿고 따라온 배우들 그리고 제작진들에게까지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죠. 왕가위 감독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사서독 프로젝트에 제작자로 참여했던 유진위는 동사서독 프로젝트를 위해 사막에 모인 배우들과 함께 유치한듯 재미있는 코믹무협 영화를 한 편 후다닥 만들어버립니다. 그 영화가 바로 이 동성서취였으니 중화권의 큰 명절 춘절 기간에 개봉한 동성서취는 흥행에 크게 성공합니다. 영화 제작비라는 것이 워낙 액수가 크다보니 이런저런 금융권의 돈이 투입되기 마련이고 그런 돈은 갚지 못할 경우 큰 탈이 날 수도 있는 것으로 가뜩이나 등광영과의 불화로 걱정이 많은 왕가위와 그 친구들에겐 큰 불행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동성서취의 이런 흥행은 그들에게 굉장히 반가왔을 것입니다.  

 

 

 

 

 

왕년의 스타배우였으며 유명 제작자였던 등광영의 지원 하에 열혈남아(몽콕하문)로 감독 데뷔하나 저주받은 걸작 아비정전으로 제작자 등광영과 불화를 겪게 되고 이후 동사서독 만들려고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사서독 제작이 중단된 동안 그 배우들을 데리고 제작자 유진위가 동성서취를 만들게 되고 왕가위 사단은 스트레스를 풀 겸 홍콩에서 중경삼림을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동성서취와 중경삼림의 성공으로 동사서독 제작에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이후 왕조현이 하차하고 양채니가 새로 캐스팅된 상태로 왕가위 감독은 대작(大作) 동사서독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후 중경삼림에서 못다했던 얘기를 타락천사를 통해 보충하게 되고 중경삼림과 그 속편 타락천사는 홍콩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었죠.

 

심형래 감독이 괴수가 나오고 공룡이 나오는 짧은 영상을 만든 뒤 그 영상을 발판으로 또 다른 제작비를 투자받듯 왕가위 감독이 처음 만들었던 짧은 분량의 동사서독 초기 예고편에서는 장국영, 임청하 등과 함께 왕조현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동성서취의 경우 왕조현이 출연하나 동사서독에는 출연하지 않고, 동성서취에는 장국영이 황약사 역할로 나오나 동사서독에는 장국영이 구양봉 역할로 등장합니다. 양조위의 경우 동성서취에서는 구양봉 역할을 연기하며 동사서독에서는 시력을 잃어가는 검객 맹무살수로 출연했죠. 동성서취에서 단황야 등 1인 2역 이상의 몫을 해냈던 양가휘는 동사서독에선 황약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부분의 배우들의 배역이 동사서독과 동성서취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 속에 바뀌게 되었으나 장학우의 경우 동사서독과 동성서취 두 작품 모두 북개 홍칠공 역할을 맡았습니다.

 

동성서취를 연출한 유진위 감독은 주성치와 손을 잡고 코믹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던 감독입니다. 주성치의 도성, 신정무문, 홍콩레옹 등이 유진위 감독의 작품이었죠. 그래서인지 이 영화 동성서취에는 주성치 영화스러운 테이스트가 한껏 배여있답니다. 여기에 더해 유진위는 동사서독 제작 경험을 살려 주성치가 출연하고 그 자신이 연출을 맡은 영화 서유기 월광보합/선리기연에 왕가위적인 느낌을 물씬 넣습니다. 주성치가 출연하지도 않았음에도, 홍콩의 톱스타들이 생각치도 못한 코믹연기를 펼치는 이 영화 동성서취는 김용의 무협소설 속 무술고수들을 사정없이 코믹하게 망가뜨립니다.

 

여배우인 유가령은 남자인 주백통으로 등장하고 절대고수 이미지가 강했던 임청하는 장풍을 쏘려다가 실패하는 허당고수로 등장합니다. 무량신공! 대해무량! 잔뜩 고함을 지르며 손바닥을 펼쳐보지만 제대로 된 장풍이 나오지 않아 두리번거리는 임청하의 모습은 동방불패와 백발마녀전에서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뒤집는 것이겠죠. 양가휘와 양조위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하게 망가지는데 양가휘는 영화 후반부에 머리통만 둥둥 떠다니다 축구공 신세가 되는가 하면 양조위는 입술이 퉁퉁 부어 넋두리를 내뱉는 캐릭터가 됩니다. 사랑해란 말을 3번 들으면 신선이 된다는 얘기를 믿는 양가휘의 눈에 들어온 사람인 바로 장국영, 급기야 양가휘는 장국영을 향해 구애를 하게 되죠.

 

단황야(양가휘)는 신선이 되기 위한 방법을 사부에게서 듣게 되는데 이 사부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양가휘 본인입니다. 양가휘가 1인 2역을 하는 것이죠. 신선이 되기 위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약혼자 삼공주와의 파혼을 택하는 단황야 역을 양가휘가 연기하고, 금륜국의 왕위를 뺏으려는 구양봉 역을 양조위가 연기합니다. 영화 사랑의 스잔나에 진추하와 같이 출연하기도 했던 종진도는 머리통에 뾰족구두가 박히는 수난을 겪는 왕중양 역을 맡았습니다. 속세의 인연을 끊겠다던 단황야(양가휘)는 약혼녀 삼공주와 파혼하려 하고 그 약혼녀 삼공주(임청하)는 곱상한 외모의 황약사(장국영)와 눈이 맞죠. 그런 황약사와 삼공주의 로맨스를 질투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소사매(왕조현)입니다. 이런 삼각관계 속에 황약사(장국영)에게 사랑 고백을 듣겠다고 달려드는 단황야(양가휘)까지 끼여들어 이들의 애정행각은 아주 복잡하면서도 코믹하게 흘러갑니다.

 

망가뜨려지길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들의 코믹한 모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선으로 변한 단황야(양가휘)가 등장하여 야심을 드러낸 구양봉(양조위)과 격투를 펼칩니다. 이 시기만 해도 국내 관객들에겐 토니 륭 하면 양가휘가 먼저 떠올랐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두 명의 토니륭이 무술대결을 펼치는 동성서취 이후에 등장한 중경삼림으로 인해 양조위토니 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되었죠. 제인 마치와 함께 출연한 영화 연인의 남자 주인공 역을 맡기도 했던 양가휘는 우리네 관객들의 기억에 잊혀지기 시작했고 중경삼림 속 경찰로 등장해서 수려한 모습을 보여준 양조위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양조위는 그 인기에 힘입어 전도연, 류승범 등과 함께 국내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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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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