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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방세옥 2 - 대도무문
감독
원규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1993년 9월 25일
평균
별점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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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중반의 극장가 정확히 얘기하면 비디오대여점을 중심으로 생겨난 홍콩 무협영화의 인기는 참으로 대단했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저 역시도 동방불패를 본 뒤 손바닥을 펼치고 흡성대법을 외치기도 했고 손가락을 튕기며 황비홍탄지신공을 흉내내보기도 했었죠. 방위 제도가 있던 그 시절 동방불패는 사무소 위는 쌍해서 지도 않는다의 준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했었답니다.

 

여기에 더해, 남성성을 제거해서 절대무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규화보전은 중국의 무술이 아니라 고려의 무술이 중국에 전해진 것으로 원래는 X 빠지게 (열심히) 훈련을 한다는 의미였으나 중국으로 건너가 한문으로 변역되는 과정에서 남자의 상징인 X을 제거해고 무공을 익힌다고 오역(誤譯)되어 전해졌다는 제법 그럴듯한 농담도 있었습니다.

 

80년대 초중반엔 성룡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다가 80년대말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대표되는 소위 홍콩느와르 장르가 등장하여 바톤을 이어받았고 정전자, 지존무상 등의 카지노액션 영화가 잠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수많은 아류작들 사이에서 홍콩느와르와 카지노액션 영화의 인기가 주춤한 동안 신용문객잔, 황비홍을 비롯한 무술영화들이 등장해서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죠. 

 

홍콩느와르와 무협영화가 시들해질 무렵에 왕가위 감독이 등장하는데 왕가위의 영화 속에 홍콩느와르의 심볼 같은 마약상, 킬러, 경찰 내지 고독한 무술고수가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영화적 흐름에 기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국에서 만든 영화 소림사 시리즈로 영화팬들에게 이연걸이란 이름 세 글자를 알리긴 했었지만 한동안 활동이 주춤했던 이연걸은, 촉산(1983)으로 SFX 기술을 동반한 무협영화 연출 시도해봤던 서극 감독이 만드는 황비홍 1편에 출연하게 됩니다. 감독이자 제작자이기도 했던 서극은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제작자이기도 했었는데 홍콩느와르 장르의 대표주자가 된 오우삼 감독과 갈등 끝에 결별한 후 오우삼은 첩혈가두, 서극은 영웅본색 3편을 따로 만들었으나 둘 다 재미를 보지 못했었죠.

 

용행천하(1989)를 통해 이연걸과 처음 손을 잡았던 서극 감독은 황비홍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중국 출신 이연걸을 과감하게 캐스팅합니다. 참고로, 홍콩에선 관덕흥(關德興1905~1996)이란 배우가 출연한 황비홍 시리즈가 큰 인기를 누렸었다고 해요. 서극 감독은 황비홍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면서 이연걸을 택했고 소오강호(1990)의 속편 격인 동방불패(1992)에서 전작(前作)의 주연배우 허관걸 대신 이연걸을 택하게 됩니다. 

 

황비홍 1편의 흥행은 낙양(洛陽)의 지가(紙價) 아니 한국 배급사의 수입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황비홍 2편은 한국 배급사가 너무 비싼 가격에 영화를 수입했다가 외화낭비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황비홍 1편의 성공 이후 3편까지는 이연걸과 서극이 함께 손을 잡았지만 4편부턴 조문탁이 황비홍 역을 맡게 되었고 주연배우가 바뀐 황비홍 시리즈는 급격히 인기를 잃어가고 말았습니다.

 

그 무렵 이연걸은 비슷비슷한, 하지만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주던 영화에 여러 편 출연했습니다. 방세옥, 태극권(태극장삼풍), 정무영웅, 소림오조, 탈출, 영웅, 모험왕, 흑협(1996) 등에 출연을 했었으며 이연걸의 이름을 붙인 이 영화들은 비디오대여점의 인기영화로 늘 꼽히곤 했었답니다.

 

3편 이후로 출연을 하지 않았던 황비홍 시리즈에 뒤늦게 이연걸이 출연을 하게 되었으니 그 영화가 바로 중국의 무술고수 황비홍이 미국에 건너가는 얘기를 다룬 황비홍 서역웅사(1997)입니다. 서역웅사 속 황비홍처럼 이연걸은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많은 영화를 찍었습니다. 이 무렵 서극, 오우삼, 서극, 홍금보, 주윤발 등 많은 영화인들이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었죠.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이 되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영화인들이 이러한 부침을 겪고 있는 동안 한국은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2002년 월드컵도 치르게 됩니다. 바쁘게 지내며 한동안 홍콩영화를 잊고 지내던 사이, 예전 홍콩영화의 인기를 지금의 한국 드라마가 대신하고 당시 홍콩배우들의 인기를 한류스타들이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시대를 살게 되었죠.

 

지지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김영삼 대통령 집권 초기, YS의 휘호로 유명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네 글자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나회 제거와 금융실명제 도입 등이 이뤄지며 집권 초기 YS의 인기는 정말 대단히 높았던 그때 그 시절, 이연걸을 주연으로 내세운 무술영화 방세옥(1992)의 속편은 재빨리 YS의 이 유명한 휘호 대도무문을 부제(副題)로 사용합니다.

 

방세옥 속집 또는 방세옥 만부막적(萬夫莫敵) 쯤으로 이름 붙여졌어야 했던 이 영화는 졸지에 방세옥2 대도무문이란 이름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었죠. 큰 도(道)를 행함에 있어서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정도로 당시 해석되던 이 휘호는 그 즈음 YS가 보여줬던 거침 없는 정치적 행보를 잘 드러냈었는데, 대도무문의 대도(大道)를 길 도(道)가 아닌 칼 도(刀)로 바꾸면 이연걸이 호쾌한 검술을 선보였던 이 영화와도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고도 할 것입니다.

 

반청복명 비밀결사 홍화회에는 진가락(陳家洛)이란 인물이 총수로 있었고, 이 진가락 옆에는 방세옥이란 양아들이 있었노라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홍화회 총수 진가락이란 인물은 초류향 캐릭터로 널리 이름을 알렸던 중견배우 정소추가 연기하며, 주인공 방세옥이연걸이, 방세옥 못지 않게 호쾌한 영화적 재미를 주는 어머니 묘취화소방방이 연기합니다. 

 

다른 무술영화들과의 차별성은 바로 아들 방세옥과 어머니 묘취화의 모자(母子) 관계로, 방세옥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이 두 사람의 호흡이 영화 속에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방세옥의 연인 뇌정정(이가흔)이 그대로 등장하는 가운데 청나라 총독의 딸 송화자(곽애명)가 새롭게 영화에 등장합니다. 몇 차례 무술 대결을 펼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 방세옥은 송화자의 마음까지 사로잡게 되는데 이 과정이 아기자기하게 재미있습니다. 

 

전편의 연인 뇌정정(이가흔)에 이어 청나라 고관의 딸 송화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되는 것이 이 영화 속 방세옥의 상황으로, 중국 대륙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영국 영향을 받은 서구식 체제와 (청나라로 흔히 비유되는) 중국 대륙의 경직된 체제를 두 여인과의 관계로 비유한 것이 아닌가 슬쩍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 방세옥 대도무문에선 청나라절대악으로, 반청복명 단체를 비밀스런 정의의 집단으로 그려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홍화회 내부에 존재하는 야심가의 음모와 그에 맞서는 방세옥의 혈투를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소룡의 오리지널 정무문과 달리, 주인공 진진이 일본인 여자와 연인 관계가 되기도 하는 이연걸의 정무문(정무영웅)처럼 이 영화에서도 민족 즉 이데올리기를 넘나드는 인간관계를 그려내는 셈이에요. 동방불패에서 화산파 검객 영호충(이연걸)이 마교교주 동방불패(임청하)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듯이, 이 영화 속에선 반청복명 홍화회의 핵심인물 방세옥(이연걸)이 청나라 고관의 딸과 연인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원규 감독이 연출한 방세옥 시리즈는, 어리숙한듯 귀엽고 귀여우면서도 당찬 무술고수 이연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두 여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싸울 때는 화끈하게 싸우죠. 참고로 이연걸은, 서극 감독이 연출한 황비홍에서도 이모(관지림)와의 사랑에 마냥 서툰 무술고수 캐릭터를 연기했었답니다. 양광총독의 딸 송화자 쟁탈배 무술대회가 열리고 방세옥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송화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방세옥의 부인 뇌정정(이가흔)이 남장(男裝)을 하고 난입,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송화자와 한판 붙게 됩니다.

 

1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거기선 방세옥의 어머니 묘취화가 남장(男裝)을 하고 무술실력을 선보였었답니다. 두 여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진남 방세옥과 그런 남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는 어머니 묘취화의 모습이 흥미롭게 이어지죠. 니벨룽겐의 노래로 비유하면 영웅 지크프리트가 크림힐트와 결혼한 뒤 여장부 브륀힐트와도 연인으로 이어진 꼴이랄까요.

 

영화 아이언맨 1편에서 스타크 인더스트리 내부에서 2인자 역할을 하던 오베비아 스탠(제프 브리지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속에서는 홍화회 2인자 우진해(계춘화)가 야심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방세옥의 어머니 묘취화를 교수형 직전 상태로 몰아가죠. 굵은 줄에 목이 졸려 죽기 직전인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공개처형장 안으로 방세옥이 뛰어오고 그런 방세옥을 방해하기 위해 야심가 우진해가 주먹을 날립니다.

 

그 무렵의 홍콩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크로바틱한 무술대결이 이어지는데 어머니목숨이 걸린 것이라 그 긴장감이 더해집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십 초도 못 되어 경추추간판 탈출증 흔히들 목디스크 증세를 일으키기 싶겠지만 이 무렵의 홍콩무술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런 병리학적 예진(豫診)과는 거리가 먼 금강불괴의 몸을 가졌었죠.

 

칼 여섯 자루를 좌우 옆구리에 차고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도합 여덟 자루의 칼을 가지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방세옥이 눈을 가린 채 여러 명의 적과 상대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명장면일 것입니다. 일본 찬바라 영화의 영향인지 마치 맹인검객 자토이치처럼 눈을 가리고 여덟 자루의 검을 맹렬히 휘두르며 엄청나게 잘 싸우는 방세옥(이연걸)의 모습과 그 움직임에 맞춰 흩날리는 아름다운 꽃잎이 어울러지는 이 씬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일 것입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부제(副題)에 걸맞는 대도무문(大刀無門)의 경지라고나 할까요. 큰 칼(大刀) 여덟 자루를 휘두르며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을 모두 물리친 방세옥은,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있는 악당 우진해와 사투(死鬪)를 펼칩니다. 

 

위기의 순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어머니(소방방)를, 며느리 두 사람이 몸을 날려 부축(?)합니다. 두 명의 며느리와 한 명의 시어머니가 함께 위기를 겪으며 갈등을 해소하고 각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됩니다. 반청복명의 이데올로기는 물론이요 홍화회정체성마저 변질된 상황에서, 옥에 갇혔던 총수 진가락(정소추)을 구해낸 방세옥이 아내 둘과 어머니를 데리고 먼 곳으로 떠나게 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와 반청복명 집단의 총수 진가락이 한 핏줄이었다는 얘기가 영화 중간에 나오는데 명청 교체기를 갓 지난 청나라 초반을 다루는 작품에선 종종 굵직한 떡밥으로 존재하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반군부 반독재 운동의 선봉장이었던 YS가 12 12의 노태우, 10 26의 김종필과 손을 잡고 3당 합당에 참여해서 새로운 대통령이 되었던 때가 바로 그 무렵이니 반청복명 비밀결사의 수장 진가락과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쌍둥이가 아니라 동일인물이라고 해도 딱히 믿기 어려울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진가락이 그렇게 되고난 뒤에 진가락의 변심에 반대하는 홍화회 몇몇 인물들이 꼬마 홍화회를 만들어 반청복명 운동을 이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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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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